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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딸기 물고 있는 호랑이 조각, 춘천 낭만골목

중앙일보

입력

효자 반희언이 병든 노모에게 줄 산삼과 딸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벽화. 박진호 기자

효자 반희언이 병든 노모에게 줄 산삼과 딸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벽화. 박진호 기자

지난 5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효자마을 낭만골목. 입구에 세워진 5m가량 높이의 효자문(孝子門)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2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산삼과 딸기를 들고 호랑이 등에 앉아 있는 남성이 그려진 벽화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조선시대 효자 ‘반희언’ 이야기가 담긴 작은 마을 #1.23㎞ 이어지는 좁은 골목마다 다양한 벽화 많아 #아이들 위한 도서관 생기면서 문화골목길로 재탄생 #2012년 ‘낭만골목프로그램’ 일환으로 탄생한 골목

바로 옆집 담벼락에는 한 남성이 어머니를 등에 업고 웃고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 여성들은 그림 속 남성을 가리키며 “산삼과 딸기를 들고 있는 거 보니 이 사람이 효자문 주인공인가 봐”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좁은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를 따라가다 보니 한 남성이 노모를 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의 효자상이 나타났다. 이 효자상의 주인공은 조선 중기 1554년에 출생한 반희언이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효자마을 낭만골목에 설치된 반희언 효자상.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효자마을 낭만골목에 설치된 반희언 효자상.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낭만골목 입구에 있는 반희언 효자문.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낭만골목 입구에 있는 반희언 효자문. 박진호 기자

춘천문화원이 발행한 ‘춘천의 지명유래(1995년)’에 따르면 이곳은 반희언이란 효자의 이야기가 내려오는 마을이라 하여 ‘효자동(孝子洞)’이란 이름이 붙었다.

반희언이 효자가 된 설화는 이렇다.
반희언은 용장 반처량의 아들이다. 반장군이 임진왜란 때 전사하자 반희언은 아버지를 선산에 모시고 3년간 시묘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사이 어머니 병세가 악화됐고 정성을 다해 간호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때 산신령이 나타나 “대룡산에 가면 시체 3구가 있는데 그중 가운데 머리를 가져와 고아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효자 반희언이 노모를 없고 있는 모습의 벽화. 박진호

효자 반희언이 노모를 없고 있는 모습의 벽화. 박진호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낭만골목 벽화마을 안내도.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낭만골목 벽화마을 안내도. 박진호 기자

이에 반희언은 산신령의 말을 따랐고 어머니는 그 물을 마신 뒤 병이 씻은 듯 나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체의 머리는 천 년 묵은 산삼이었다고 한다.

또 그는 94세의 어머니가 한 겨울에 “딸기나 먹어 봤으면” 하고 소원을 말하자 온 산을 뒤져 딸기를 구해 드리기도 했다.

반희언은 어머니가 95세 되던 가을에 돌아가시자 선산에 묻고 3년간 시묘했다. 이러한 효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반희언은 선조 41년(1608년) 나라에서 표창을 받았고, 그 때 효자문도 세웠졌다.

강원도 춘천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인 소양강처녀상 벽화.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인 소양강처녀상 벽화.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낭만골목에 그려져 있는 벽화.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낭만골목에 그려져 있는 벽화. 박진호 기자

효자동 낭만골목은 이같은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춘천시문화재단 등이 주관한 ‘낭만골목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벽화가 하나 둘씩 그려졌다.

현재 1.23㎞가량 이어지는 좁은 골목은 담장마다 호랑이와 물고기, 소양강 처녀상, 밭에서 새참을 먹는 농부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특히 최근에 한쪽 골목 담벼락과 계단에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 캐릭터를 그려 넣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 캐릭터 홍비와 홍시가 그려져 있는 낭만골목. 박진호 기자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 캐릭터 홍비와 홍시가 그려져 있는 낭만골목. 박진호 기자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 캐릭터 홍비와 홍시가 그려져 있는 낭만골목. 박진호 기자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 캐릭터 홍비와 홍시가 그려져 있는 낭만골목. 박진호 기자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조각도 감상할 수 있다. 만화 ‘바우와우’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불테리어를 익살스럽게 표현해 온 빅터조 작가 작품이 대표적이다. 대로변에 있는 작품명 ‘반희언과 새끼호랑이’가 빅터 조 작가의 작품이다.

빅터조 작가는 설화를 바탕으로 반희언은 한 손에 산삼을 들고 호랑이는 딸기를 물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또 골목을 다니다 보면 잘려나간 나무에 태권V를 조각한 작품도 볼 수 있다.

동심으로 가득한 마을답게 골목 안에는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쉴 수 있는 담작은 도서관도 있다. 이 도서관에는 2만7000여권의 책이 있는데 이 중 80%가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 책은 한 번에 6권, 2주 동안 대여가 가능하다.

빅터조 작가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반희언과 새끼호랑이’. 박진호 기자

빅터조 작가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반희언과 새끼호랑이’. 박진호 기자

2만7000권에 달하는 책이 있어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담작은 도서관. 박진호 기자

2만7000권에 달하는 책이 있어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담작은 도서관. 박진호 기자

도서관 사서 전부용(31·여)씨는 “하루 평균 150명의 아이와 부모가 도서관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곳은 7~8년 전까지만 해도 재개발이 지연돼 빈집이 늘면서 노숙자와 비행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위험지역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지면서 춘천을 찾은 관광객이 꼭 지나야 하는 데이트 코스가 됐다.

주민 최안용(83)씨는 “벽화가 없을 땐 마을 분위기가 어두웠는데 밝은색의 그림이 벽을 뒤덮으면서 마을 분위기도 함께 밝아졌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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