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 장기받으신 분, 잘 계시죠”…유족들 '이식인과 교류' 호소

중앙일보

입력 2017.12.08 14:08

업데이트 2017.12.08 17:34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증자 이종훈씨 모친인 도너패밀리 장부순 부회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들은 뇌사 장기기증인과 장기 이식인간의 서신교류 허용을 촉구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장기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일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증자 이종훈씨 모친인 도너패밀리 장부순 부회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들은 뇌사 장기기증인과 장기 이식인간의 서신교류 허용을 촉구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장기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일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제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분, 잘 지내고 있나요?”

지난 2002년 뇌사로 7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편준범(당시25세)씨의 어머니 박상렬씨가 15년 만에 안부를 물었다.

8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잘 지내고 있나요?' 기자회견에서다.

이날 자리는 국내 처음으로 뇌사 장기기증인 유족과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 사이의 서신 교류를 허용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은 장기이식관리기관·의료기관이 장기기증인과 장기이식인 측에게 서로 개인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재판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정보 공개는 금지한다.

하지만 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15년 기증인 유족 약 1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기증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예우사업은 '장기이식인과의 만남'이었다.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박씨처럼 자녀가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유가족 8명의 사례가 소개됐다.

편씨의 어머니 박상렬씨는 “제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분께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편지를 받으면 큰 감동일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있다는, 사랑하는 제 아들 덕분에 다시 힘차게 살고 있다는 그 한마디 안부를 간절히 기다립니다”라며 장기기증인 유족과 장기이식인 간의 만남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장기이식인이 건강히 잘 사는지조차 알 수 없어 기증자 유가족으로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외국에서는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장기이식인이 서신을 통해 교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만날 수도 있다.

지난해 1월 애리조나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김유나(당시 18세)양의 어머니 이선경씨는 “기관으로부터 이식인들 나이와 상황,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등이 적힌 편지를 받아 큰 위로가 됐다”며 “한국에서도 조속히 기증자 유가족들이 이식인의 소식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본부는 “장기기증인과 장기이식인 정보를 공개하자는 게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 기관을 통해 간접적인 서신 교류라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장기이식법 개정 및 정부 시행령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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