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코끼리와 같이 걸었다 … 뜨는 ‘착한 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태국 북부 치앙라이를 방문하면 가학적인 훈육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골든트라이앵글 아시아 코끼리 재단에 보호를 받는 코끼리가 치앙라이의 정글을 누비고 있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를 방문하면 가학적인 훈육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골든트라이앵글 아시아 코끼리 재단에 보호를 받는 코끼리가 치앙라이의 정글을 누비고 있다.

코끼리 투어의 메카는 태국, 그중에서도 정글이 발달한 북부 산간 지방이다. 1981년 발족한 세계동물보호협회(WAP·World Animal Protection)는 2017년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아시아코끼리를 2923마리로 추정했다. 이 중 2198마리가 태국에 밀집했다. 원래 낯선 사람을 꺼리는 코끼리를 관광 비즈니스에 이용하다 보니 쇠꼬챙이로 찔러 훈육하는 파잔(Phajaan) 의식이 행해지는 등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과연 인간과 코끼리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지난 11월 하순 이런 궁금증을 안고 태국 북부 치앙라이로 떠났다.

골든트라이앵글의 코끼리 산책 #럭셔리 호텔이 코끼리 보호 나서 #동물과 교감하는 윤리적 투어 확산

태국에서 마후트(Mahout·코끼리 조련사)는 스님만큼 오래된 직업이다. 마후트의 생계 수단은 코끼리를 이용한 벌목이었다. 그런데 89년 태국 정부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벌목을 전면 금지하면서 마후트와 코끼리는 한순간 밥벌이를 잃게 됐고 마후트는 관광객을 상대로 코끼리를 태워 주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것이 90년대 초부터 태국 전역에 코끼리 관광 붐이 인 배경이다.

태국에는 민관이 운영하는 동물 보호 시설이 많다. 태국 정부가 관리하는 람빵 코끼리 보호센터.

태국에는 민관이 운영하는 동물 보호 시설이 많다. 태국 정부가 관리하는 람빵 코끼리 보호센터.

대도시에 살게 된 코끼리는 당장 위기에 직면했다. 아스팔트를 다니느라 사고 위험에 노출됐고 200㎏의 풀을 먹을 수 없어 배고픔에 시달렸다. 골든트라이앵글 아시아코끼리 재단(GTAEF·The Golden Triangle Asian Elephant Foundation)은 이런 위험에 빠진 코끼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2005년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다.

치앙라이에서 만난 태국 가이드 조이는 “GTAEF는 럭셔리 호텔이 운영하는 독특한 재단”이라고 소개했다. GTAEF에 재원을 대는 호텔은 태국 최북단 미얀마·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골든트라이앵글에 자리한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다. 현재 재단은 관광지에서 다치거나 버림받은 코끼리 20여 마리를 데려와 보호하고 있다. GTAEF는 채찍질 등 가혹행위를 하지 않고 코끼리를 훈련하도록 조련사를 교육하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코끼리를 억지로 번식시키지도 않는다. 코끼리 묘기나 코끼리 라이딩 등에 투입하지 않고 먹고 놀고 생활하는 모습을 여행자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곁을 살짝 내주도록 한다.

포시즌스 코끼리 산책 코스 중간에 있는 쉼터.

포시즌스 코끼리 산책 코스 중간에 있는 쉼터.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트라이앵글’은 GTAEF에서 코끼리 6마리를 데려와 보호하며 코끼리 액티비티를 운영한다. 코끼리와 함께 산책하는 ‘나의 코끼리와 나(My elephant & I)’를 신청해 체험했다. 파타야 거리에서 구조된 서른일곱 살 암컷 코끼리 ‘푼랍’과 단짝 ‘룻앗’과 동행했다. 2명의 마후트, 10년 차 베테랑 투어 가이드 레인도 합류했다.

푼랍과 룻앗은 처음부터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다. 3t이 넘는 지상 최대 육상동물과 밀착하는 건 공포스러웠다. 코끼리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어느덧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게 됐다. 2시간이 지나자 내 뒤를 쿵쿵거리며 따라오는 코끼리가 두렵지 않았다. 땀을 식히며 강에서 목욕을 즐기는 코끼리들을 바라봤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는 건 코끼리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앙라이

치앙라이

태국 북부 최대 도시 치앙마이에서는 계곡 래프팅까지 포함된 코끼리 라이딩 상품이 2000바트(약 6만7000원)에 팔린다. GTAEF의 코끼리를 만나는 투어는 6500바트(약 21만7000원)이다. 싸구려 투어보다 제대로 값을 치르는 코끼리 투어, 묘기나 쇼를 보여 주는 투어보다 코끼리와 교감하는 액티비티, 코끼리를 체인으로 묶어 두기보다 야생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한 코끼리 캠프. 진작에 윤리적 소비에 눈뜬 미국과 유럽 관광객을 중심으로 이런 윤리적 투어가 점점 주목 받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행 정보

치앙라이까지 가려면 태국 방콕을 경유해 국내선으로 이동한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가 하루 3회 인천~방콕 항공편을 운항한다. 방콕~치앙라이 국내선은 하루 3~4회 연결한다.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트라이앵글 호텔은 치앙라이 공항에서 차로 30분으로, 호텔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앙라이(태국)=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