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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완벽한 남자"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진짜 모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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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마사히루 / 사진=라희찬(STUDIO 706)

후쿠야마 마사히루 /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딱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영화였어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첫 법정스릴러 ‘세 번째 살인’(12월 14일 개봉)의 캐스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함께 차기작을 고민했고 ‘세 번째 살인’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 살인’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48)는 살인범 미스미(야쿠쇼 코지)를 변호하면서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는 변호사 시게모리를 연기한다.

'세 번째 살인' 후쿠야마 마사하루 인터뷰 #"나답지 않더라도, 도전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방황했던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법과 정의라는 대명제 앞에서 혼란에 빠진다. 지난 10월 ‘세 번째 살인’과 오우삼 감독의 액션 신작 ‘맨헌트’(12월 개봉 예정) 두 편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를 만났다. 20년 이상 가수와 배우로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질문마다 단정하고 신사적인 답변을 내놨다.



━‘세 번째 살인’과 ‘맨헌트’ 개봉을 동시에 앞두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진실을 좇는 자’를 연기하는데요.
“저도 아직 ‘맨헌트’를 보지 못해서 궁금한 상황인데요. ‘맨헌트’가 동적인 영화라면, ‘세 번째 살인’은 정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인물의 내면은 격렬하게 움직이죠. ‘세 번째 살인’은 육체의 움직임이 적지만, 감정 변화의 폭은 대단히 큰 작품이었어요.”

━천재 물리학자로 나오는 ‘갈릴레오’ 시리즈(2007 ~2013, 일본 후지TV)부터 ‘세 번째 살인’까지 대체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을 맡아왔습니다. 그 인물들이 점차 흔들리고 허물어진다는 공통점도 있는데요. 많은 연출자가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완벽한 남자’를 깨보고 싶어하는 걸까요.
“하하하. 고레에다 감독님도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전작인 ‘스쿠프!’(2016, 오오네 히토시 감독)의 감독님도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무너뜨리고 싶다’고 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감독님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떤지.
“왜 다들 저를 질투하는 걸까요. 하하하. 농담인 거 아시죠? 하하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혹시 본인이 망가지는 역할에 더 끌리는 건 아닌가요.
“저는 영화를 선택할 때 한 사람의 관객이 되어서 생각합니다. 배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따지기보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거죠. 그 이야기에서 필요한 연기,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역할을 맡고 싶다’ ‘이런 연기를 보여 주고 싶다’ 생각하기 전에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아닌가’란 질문을 스스로 던집니다. 그때 감독이 ‘망가지고 무너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하면 기꺼이 하는 거죠.”

━이야기를 보고 선택한다는 뜻인데, ‘세 번째 살인’은 어떤 점이 끌렸습니까.
“고레에다 감독님의 굉장한 팬이에요. 그래서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선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한 연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감독님이 저를 끌어내준 덕분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중요한 것은 감독님이 그리고픈 이야기에 제가 ‘필요’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도전해나갈 생각입니다.”

━고레에다 감독과 오우삼 감독, 두 거장과 함께 일해본 소감은.
“두 분 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고 느꼈어요. 영화와 함께 살며, 영화와 인생을 다하겠구나. 삶의 모든 순간이 작품이 되더군요. 두 감독의 공통점이라면,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바뀝니다.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의 심정이 현장에서 유기적, 효과적으로 반영된달까요. 콘서트로 치면, 라이브 연주를 현장에서 보는 것과 같죠. 연기하면서 너무 흥분되고 설렜습니다. 고레에다 감독님은 준비를 너무 해 가면 좋아하지 않아요. 여백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내가 준비해 온 것에, 촬영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감정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세 번째 살인'

'세 번째 살인'

'세 번째 살인'

'세 번째 살인'

━‘세 번째 살인’에 대해 더 묻겠습니다. 시게모리 변호사는 ‘진실은 알 수 없다’고 단언하던 냉철한 변호사였어요. 그러다 미스터리한 인물인 미스미를 수차례 접견하면서, 진실이 알고 싶어지고 그래서 진실을 찾아나서는 인물로 바뀌게 됩니다.
“저도 감독님께 어느 단계에서 미스미에게 말려 들어가는 것인지 물어봤어요. 첫 대면부터 말려 들어도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이 굉장히 어렵게 다가왔는데, 막상 현장에서 미스미를 만나니 자연스럽게 말려 들었어요. 야쿠쇼 코지가 연기하는 미스미는 정말 다양한 표정이 있더군요.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몰래카메라’를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계속 다른 인물이 되는데, 좋은 사람으로 보이다가, 살인자로 보이고, 또 신부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계산적으로 연기하진 않았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미스미 앞에서 솔직하게 반응했던 것이지. 결국 야쿠쇼 씨의 연기가 심리전을 완성한 것 같아요.”

━저 사람이 살인자인지 아닌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것 같은데.
“표현이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기분 좋은 괴로움이었어요. 마음 편한 휘둘림이었죠. 물론 현실이었다면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이건 연기니까요.”

후쿠야마 마사하루 / 사진=라희찬 (STUDIO 706)

후쿠야마 마사하루 / 사진=라희찬 (STUDIO 706)

━이 영화는 ‘진실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많은 사람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게 진실일까, 아니면 대다수가 아니라고 해도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일까. 저는 양쪽이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존경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어요. 그분께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진실에 대해 물은 적이 있어요. 싱어송라이터는 ‘진실을 부르는 사람’이라고 느꼈으니까. 그분의 답변은 ‘노래를 들은 사람이 진짜라고 느끼면 진짜야’였어요. 설령 노랫말이 만들어낸 것이라도, 듣는 사람이 진짜라고 느끼면 진짜라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질문을 받으니 이 때가 떠오르네요.”

━영화는 악(惡)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집니다. 시게모리도 이 세상에 태어나선 안 되는 존재가 있는가, 없는가를 놓고 고민하잖아요. 답은 찾았나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연쇄살인이나 영유아살해 같은, 인간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죠.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요. 그런 존재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피해 당사자이거나, 지인이라면 용서할 수 없겠죠. 만약 사건과 관계없는 제3자라면 범죄와 범인을 받아들일 수 있나, 촬영하면서 계속 되물었는데 답을 찾지 못했어요.”

━무대에서는 자유분방하고 섹시한 이미지라면, 연기할 때는 각이 잡힌 엘리트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개인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저는 술을 마셔도 들뜨는 타입은 아니에요. 일상에서 기쁨이나 흥분을 직접 잘 표현하지 않죠.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인지 묻는다면 조용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편이 덜 피곤하죠. 그래서 아마도 조용한 역할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를 망가뜨리고 싶어하는 감독의 요구가 있다면, 그게 나답지 않더라도 도전할 겁니다. 앞으로도요.”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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