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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럭셔리 시계 시장에서도 통한 가성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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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한국에서 흔히 3대 예물 시계로 불리는 브랜드가 있다. 롤렉스·오메가·까르띠에다. 예물 시장에서는 이를 줄여서 ‘오롤까’라고 부른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계 브랜드인 셈이다. 전 세계 시계 시장에서 매출 1~3위를 기록하는 걸 보면 세계인이 사랑하는 브랜드이기도 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다음, 매출 4위가 론진이다. 앞의 세 브랜드가 모두 고가의 럭셔리 시계 브랜드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순위다. 100만~300만 원대 시계를 주력 모델로 삼는 론진이 수억원대 모델이 즐비한 럭셔리 시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비결을 베이징에서 만난 월터 본 캐널(76·Walter von Kanel) 사장에게 물었다.
글(베이징)=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론진

‘오·롤·까’ 아성 도전하는 론진 #중국 베이징서 185주년 기념전 현장

2017년 11월 16일 중국 베이징 태묘에서 론진 185주년 기념전 관련 행사가 열렸다. 이 전시에서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 쌍티미에에서 공수한 론진의 역사적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17년 11월 16일 중국 베이징 태묘에서 론진 185주년 기념전 관련 행사가 열렸다. 이 전시에서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 쌍티미에에서 공수한 론진의 역사적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11년에 만들어진 미닛 리피터(시간을 읽어주는) 포켓 워치. 1915년에 만들어진 손목시계. 10분의 1초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카메라(1949). 모두 100년 가까이 된 빈티지 시계와 시간 계측기다. 마치 현대 시계가 걸어온 역사를 축소해 놓은 듯한 오래된 전시품들이 중국 베이징에 사흘동안 옮겨왔다.
론진이 창립 185주년을 기념해 11월 16일 베이징 태묘(太庙)에 작은 시계 박물관을 만들었다. 17~18일에는 일반에도 공개된 이 전시는 스위스 쌍띠미에 있는 론진 본사 박물관의 작은 버전이다. 1832년 설립된 이후 줄곧 쌍띠미에 지역에 본사가 있다. 론진 역사를 담은 박물관도 이곳에 함께 있다. 한 브랜드의 시계 박물관이지만, 그 소장품만큼은 흔한 웬만한 유명 시계 박물관을 압도할 만큼 규모가 크고 구성도 충실하다. 단순히 오래되서가 아니라 늘 시계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개척자 위치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베이징 전시는 쌍띠미에 박물관에서 공수해온 전시품들로 구성됐다.

베이징 태묘 안에 꾸려진 시계 박물관. 1832년 시작한 론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도록 다양한 초기 제품들이 선보였다. 오른편 계측 기기는 1949년에 만든 크로노카메라(타이밍 장비와 카메라를 결합한 시스템).

베이징 태묘 안에 꾸려진 시계 박물관. 1832년 시작한 론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도록 다양한 초기 제품들이 선보였다. 오른편 계측 기기는 1949년에 만든 크로노카메라(타이밍 장비와 카메라를 결합한 시스템).

태묘는 명·청 시대 황실의 신주를 모신 조묘(祖廟)로, 우리나라로 치면 종묘와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다.
아주 오래된 곳에서 열린 아주 오래된 브랜드의 전시였지만, 그 안에는 혁신으로 가득했다. 전시물 곳곳에 ‘최초’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최초의 크로노그래프(시계 안에 있는 별도로 들어 있는 계기판) 회중시계(1878),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1913), 최초로 논스톱 대서양 비행을 함께한 시계(1927) 등이었다. 185년에 이르는 혁신의 역사, 분명 론진의 저력이다.

1881년(왼쪽)과 1945년(오른쪽)의 광고. 이 밖에도 과거의 사진, 광고, 영화 등이 대거 공개됐다.

1881년(왼쪽)과 1945년(오른쪽)의 광고. 이 밖에도 과거의 사진, 광고, 영화 등이 대거 공개됐다.

11월 16일 오프닝 행사를 앞두고 론진 월터 본 캐널 사장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론진이 거듭해온 혁신의 역사에 관해 물어볼 참이었다. 하지만 캐널 사장은 브랜드의 강점을 역사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독특하다(unique)”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해 왔다. 예상치 못한 이유는 론진은 전혀 독특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전통적이고 점잖은 편이다.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가 풍기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그렇다.
그런데 어째서 론진의 수장은 론진을 독특하다고 할까? 그는 “론진의 독특함은 제품 가격대별로 다른 수요 계층을 장악하는 힘에서 나온다”고 했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론진이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고객을 만족시켜 준다는 뜻이다.
론진 가격대는 주력 모델이 100만원~300만 원 사이로, 다른 스위스 시계 브랜드에 비해 문턱이 낮은 편이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나쯤 좋은 시계가 갖고 싶을 때 구매하는 엔트리(entry·진입)급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캐널 사장은 “아시아에서 잘 하고 있는데 중국의 엔트리 시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널 사장은 “연매출 1억 스위스 프랑(1109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는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론진, 티쏘, 파텍 필립 정도”라며 "론진 앞의 세 브랜드가 모두 럭셔리 군의 고가 시계라는 걸 고려할 때 우리가 그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시계를 판매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론진은 하루에 시계 8500개를 만든다.
특정 가격대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선택지를 준다는 것은 다시 말해 동급 최강의 품질이라는 자신감이다. 185년의 혁신 역사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특히 이번 185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공개된 신제품 레코드 컬렉션을 보면 론진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론진의 월터 본 캐널 사장(오른쪽)과 새 로운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 된 중국의 신예 배우 자오리잉.

론진의 월터 본 캐널 사장(오른쪽)과 새 로운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 된 중국의 신예 배우 자오리잉.

레코드 컬렉션은 겉으로는 아주 평범한 시계처럼 보인다. 깨끗한 케이스에 단정한 로마자나 아라비아 숫자, 혹은 단순한 바(bar) 인덱스를 새기고 입체적인 바늘이 올라간 아주 전형적인 드레스 워치(dress watch·정장에 어울리는 단정한 시계)다.
하지만 품고 있는 무브먼트(시계 작동 장치)는 단순하지 않다. 조절장치인 ‘밸런스 스프링’이 특히 그렇다. 오토매틱 시계는 밸런스 스프링이 감겼다가 풀리는 힘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자성이나 온도 변화, 일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마모 등이 더해지면서 시간 오차가 생긴다. 론진은 정밀도와 수명을 높이기 위해 크리스털 소재의 밸런스 스프링을 하나 더 추가했다. 온도나 자기장, 대기압의 영향을 적게 받고, 마모의 위험도 훨씬 적어졌다. 덕분에 론진 최초로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기관(COSC)에서 공인을 받았다. 모든 레코드 컬렉션 다이얼 위에 ‘크로노미터’ 라벨을 확인할 수 있는 이유다.

(위부터)185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레코드 컬렉션 ‘L2.821.4.11.6’. 단정한 드레스 워치처럼 보이지만 시계의 심장으로 불리는 무브먼트는 동급 최강이다. 악어가죽 스트랩이 돋보이는 론진 레코드 컬렉션 ‘L2.821.4.76.2’. 레코드 컬렉션은 300만원대 미만으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크로노그래프 기능 무브먼트를 담은 1939년의 포켓 워치.

(위부터)185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레코드 컬렉션 ‘L2.821.4.11.6’. 단정한 드레스 워치처럼 보이지만 시계의 심장으로 불리는 무브먼트는 동급 최강이다. 악어가죽 스트랩이 돋보이는 론진 레코드 컬렉션 ‘L2.821.4.76.2’. 레코드 컬렉션은 300만원대 미만으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크로노그래프 기능 무브먼트를 담은 1939년의 포켓 워치.

레코드 컬렉션은 26·30·38.5·40mm의 4가지 사이즈로, 여성 제품 7개와 남성 제품 6개로 구성되어 있다.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레코드 컬렉션은 모두 300만원 미만대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이 스펙에 이런 가격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캐널 사장은 “시장이 원하는 걸 항상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며 론진의 경영철학을 말했다. “수년 동안 기술자들이 갑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 테니 당신은 팔라’는 식이었는데 많은 시간 공을 들인 결과 지금은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들어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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