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경화 “북 ICBM 완성 증거 없어” 또 부정한 정부…"결국 ICBM에 도달할 것이라고 실망 알려야" 비판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화성-15형에 대해 ‘완성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위협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식의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은 5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화성-15형과 관련, “북한은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과 원격 종말 유도, 핵탄두 소형화 기술 등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북한이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해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을 완전히 터득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마지막 완성 단계(final completion stage)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재진입과 종말단계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입장과도 크게 차이가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모두 ICBM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ICBM급’이라고 부르고 있다.

기술적으로 문 대통령과 강 장관의 발언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ICBM 완성을 판단하는 4대 기준은 ^사거리 ^단 분리 ^재진입 기술 ^종말 유도 기술이다. 북한은 단 분리와 대륙간 사거리는 이미 달성했지만 재진입 기술, 유도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화성-15형에 대한 한·미의 분석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에 대해 완성이 아니라고 반복해 단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위협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스스로 그은 ‘레드라인’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ICBM 완성을 인정하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 되고, 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외교가 소식통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했다고 인정하면 이제 게임은 완전히 종반전으로 가는 것이고, 북·미 간에 빅딜을 하거나 북한을 고사 직전까지 몰고 가는 정도의 방법밖엔 남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육군 대령 출신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지금 ICBM급이다 아니다라고 할 게 아니라 결국은 ICBM 개발에 도달할 것이고 그런 상황이 와도 대비가 돼 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정부의 메시지는) 아직 레드라인을 도달 안 했다며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식으로 느껴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정부가 아직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만큼 일단 최대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목표가 북한과 대화의 기회를 노리는 데 있다면 이는 적절치 않다”며 “특히 지도자가 너무 명확하게 아니라고 입장을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