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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혼인 신고 했다고 '다 잡은 물고기'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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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사진 pixabay]

결혼. [사진 pixabay]

그야말로 결혼의 단점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가 유사 이래 가장 끈질기게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한번 살펴보자.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22) #아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분노 #끊임없는 잔소리는 이혼 사유의 다수 차지

인간이란 게 사실 너무나 엉성하다. 옷도 맘에 드는 것을 고르려고 싫은 것을 제쳐놓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도 뒤지고 백화점을 순례하면서 과연 일생의 명운을 가를 인륜지대사 결혼에는 얼마나 치밀했나 살펴보면 이제야 한숨이 나온다.

물론 워낙 큰 일은 감이 안 잡히는 법이다. 그 긴 인생 여정이 어떠하리라고 말이다. 어차피 잘 모르겠으니 ‘에라이’ 하는 심정으로 저지르는 거다. 마치 천문학적 숫자의 돈은 만져본 적도 없고 숫자로만 돌아다니니 전혀 감이 안 잡히듯이 말이다.

그야말로 기분 내키는 대로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만나 후다닥 결혼이란 걸 하니 운명적, 숙명적 운운하는 걸까. 싫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싫은 점만 눈에 꽂힌다. 이 기회에 결혼하기 전, 결혼한 후에도 단점이 될 만한 짓만 골라 하는 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우선 결혼하면 공동생활을 해야 하니 혼자 살 때와는 사뭇 다르다. 침대도 둘이서 같이 써야 하고, 화장실도 같이 써야 한다. 때론 통장 비밀번호도 함께 알고 있어야 한다. 함부로 돈을 쓰면 재까닥 걸린다. 앞서 장점에서도 얘기했지만 헤어지기가 쉽지 않다. 헤어지는 과정과 결과로 인해 정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다고 한다.

침대도 둘이서 같이 써야 한다. [중앙포토]

침대도 둘이서 같이 써야 한다. [중앙포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부를 하나의 묶음 단위로 취급하는데 따른 불이익이 꽤 있다. 전형적인 것이 아파트 청약. 또 공경해야 할 사람, 친절해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 가족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른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 더 정교한 관계 테크닉도 필요하게 된다. 특히 배우자 꼬맹이 친인척까지도 신경 써야 뒤탈이 없는 경우도 생기니까 말이다.

서로 부양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아 준다는 쾌감을 느낀다면 할 말이 없지만 자기 힘에 부친다고 생각이 들 수가 있다.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덜 하긴 해도 결혼의 속성상 책임감을 피할 수는 없다. 여자든 남자든 시집이나 처가와 관계가 틀어지면 그건 곧바로 지옥이 되고 결혼이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원천적으로 신경 쓰는 일이 부부 생활에서 오는 모든 불편함을 능가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밤늦게 놀고 싶어도 집에 가야 한다. 남자나 여자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싱글 때처럼 유쾌한 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지게 마련인데, 하는 수 없이 일어나야 한다. 적어도 보고는 해야 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새로운 연애가 금지된다. 자타 공인된 커플이기에 일부일처제 아래에선 또 다른 연인을 만드는 작업은 불륜이다. 계약파기 사유.

불륜. [사진 pakutaso]

불륜. [사진 pakutaso]

혼인신고, ‘다 잡은 고기’ ?

혼인신고를 배우자에 대한 소유권 등기 정도로 여겨 ‘다 잡은 고기다’ 생각한다면 사랑도 금세 시들해지고 권태기도 들이닥치니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배우자에게 항상 밥을 차려 대령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집에서 하루 세끼 꼬박 먹는 ‘삼식이’가 그토록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잔인한 유머(?)가 여자들 입방아의 주된 메뉴인 걸 남자들도 다 안다.

“남자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체득해 온 진부한 남자 인간을 만난 여자 인간은 집안일을 온통 뒤집어써야 한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나는 자질구레한 집안 일이 얼마나 가혹한가는 특히 직장 여성은 절감한다.

직장에서 막 돌아와 숨 쉴 틈 없이 저녁 준비에 뛰어든 아내와는 달리 이웃집 남자인 양 거실 소파에 누워 저급한 TV 개그 프로에 실없는 웃음을 날리는 남편들이다. 이를 보는 여성의 머릿속엔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스멀스멀 솟는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 밥 주랴’식의 태도가 상대를 절망하게 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상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 근본적인 분노를 느끼게 마련이다. 흔히 남자들이 전유물처럼 하는 짓, 음식을 먹은 후 보란 듯이 내뱉는 트림 소리, 상대를 의식치 않고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해대는 하품, 시도 때도 없이 쑤셔대는 콧구멍 작업과 방귀 분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성들은 된장찌개 냄새가 그대로 밴 몸에 화장과 세수, 칫솔질은 고사하고 부스스한 머리가 일상이 된 상대에게 무슨 희망과 즐거움을 주냐고 성토한다. 권태감이 몰려온다니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잔소리 스트레스. [사진 Gratisography]

잔소리 스트레스. [사진 Gratisography]

끊임없는 잔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온 남녀가 함께 살다 보면 아무리 인내심이 있는 사람도 상대의 행위에 대해 잔소리를 퍼붓게 마련이다. 잔소리보다 더 나쁜 것은 무관심이라지만 참아내기 쉽지 않다. 아마도 이혼 사유의 절대다수가 잔소리에서 시작된 작은 다툼이 악순환을 불러일으킨 결과라 해도 무리가 아닐 터.

직장을 다닐 경우 그나마 시간을 빼내 다른 짓을 할 수 있어도 일단 직장이 사라지면 각자 모든 움직임의 동선을 각자 보고 미칠 노릇이라고들 한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그렇다. 미치기 전에 여자들은 알고도 모르는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해주면 어느 날 “철부지 같은 남자들, 알아서 다 불어댄다”는 것이 노련한 주부 고수들의 얘기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엄청난 결혼 초기 비용이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임자를 만나 눈이 멀면 어떻게 든 헤쳐나가려 하지만 혼인을 막는 겉치레 비용은 과감히 떨쳐버려야 하리라.

사랑에 눈멀지 않은 혹자는 ‘혼자이어서 아주 편하다’고들 하지만 사람은 가끔 삶의 냄새가 진동하는 잔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사랑이 담긴 잔소리, 무관심이 아니어서 하는 잔소리를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아무의 관심 속에도 있지 않다는 건 삶의 모든 의미와 이유를 박탈한다. 게다가 편하고 자유스러운 건 숙달되면 더는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혼자 여행을 떠나 단 며칠만 지내보라. 주위에 관심사를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닫는다. 또 세월은 흐르는 강물처럼 빠르고 흘러가 머지않아 그대의 주위에는 사회자 독신, 외기러기, 이혼자, 사별자들로 넘친다. 유유상종이라고 삶의 패턴이 같으니까. 하지만 좀 더 나이 들면 그냥 혼자 고립될 뿐이다. 고독사,강 건너 남의 일만은 아니리라. 길고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나무만 들여다보니 숲이 안 보이는 거다.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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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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