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 일으킨 이면합의 논란...한국당 "밀실야합"

중앙일보

입력 2017.12.05 18:43

업데이트 2017.12.05 19:11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개회하기 전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개회하기 전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 후 선거구제 개편 본격 논의 등에서도 적극 협력을 모색한 사실이 5일 공개됐다. 이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합의안으로 보이는 문구를 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면 합의이자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촬영된 박 원내수석의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1.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헌안 마련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공동 노력을 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확고히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2.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3.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비리에 대한 독립적 전담수사기관 설치를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을 처리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원내수석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메모를 정리한 것”이라며 “예산처리 후 국민의당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 것으로 합의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박 수석과 4일 만나 12월 임시국회 때 처리해야 할 법안에 대해 논의는 했다”면서도 “예산안 처리 합의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박 원내수석의 메시지는 지난 4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조찬 회동 이후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두 원내대표는 이날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추진에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사국면에서 개혁입법 등 각 당이 원하는 법안이 잘 추진되지 못했으니 이번 국회 때 추진해보자"는 교감도 나눴다고 한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5일 기자와 통화에서 “12월 임시국회 때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과 여러 입법 사항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정식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홍근·권은희 양당 원내수석이 지난 4일 만나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물론 각종 입법 과제들을 논의한 것이다.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및 예산안 실무처리 지연되자 여야 원내지도부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정 의장. [ 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및 예산안 실무처리 지연되자 여야 원내지도부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정 의장. [ 연합뉴스]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 등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많아 두 당의 공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입법 추진 사안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뿐 아니라 공수처 설치에 대해 미온적이라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만 민주당이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과 공조할 경우 한국당에 입법을 압박할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도 이번에 실리와 명분을 얻었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슈화시키는 데 있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중대선거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를 넓혀 당선자를 복수로 뽑는 제도다.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양강 구도가 형성된 만큼 중대선거제도가 되면 당선자를 꾸준히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비공개 의총에서 정동영 의원 등은 “예산안 통과 전 다당제 존립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에 대한 약속부터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날 합의문으로 보이는 문구가 공개된 것을 두고 ‘밀실야합’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당은 국민의당이 당초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보전, 핀셋 증세 등에 반대하다 지난 4일 두 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 후 상당 부분을 정부ㆍ여당 안에 양보했다며 보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추악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박홍근 원내수석의 카톡 사진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며 “국회의 막중한 책무인 예산안 심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선거구제 개편과 같은 정당 간의 이해득실을 서로 주고받는 밀실야합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했다는 합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개헌, 선거구제개편, 자방자치법 개정, 공수처법 처리는 어느 당이라도 공개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동철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대가로 개헌 얻고 선거제도 얻어낸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다당제하에서 입법 공조를 위한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 자신들이 안 들어갔다고 야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안효성ㆍ채윤경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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