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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기술 탈취" 폭로하는 중소기업 줄 이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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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이씨 최용설 대표(왼쪽)와 오엔씨엔지니어링 박재국 대표가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현대차의 기술탈취를 주장하며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왼쪽)와 오엔씨엔지니어링 박재국 대표가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현대차의 기술탈취를 주장하며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현대자동차와 일하다 기술을 빼앗겼다는 중소기업 두 곳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기술탈취 문제를 직접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술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와 같은 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홍종학·김상조 "기술 탈취 제재" 발언이 기폭제 #중소기업 2곳 현대차 기술탈취 해결 촉구 #현대차 "사실과 달라" 반박 자료 내 #

생물정화기술 업체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우리 회사에서 탈취한 기술자료와 미생물 분석 결과를 이용해 유사기술을 만들어 특허 출원한 뒤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경북대와 산학협력으로 특허를 받은 기술에 대해 소송을 진행해왔고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21일 현대차와 경북대가 낸 특허를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에 현대차는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오엔씨엔지니어링 박재국 대표는 현대차가 프레스설비 부품 샘플을 받아 베끼면서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프레스설비 부품 개발을 요청해 제공한 샘플 2세트를 기반으로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울산공장에 설치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현대차는 기자회견 직후 반박자료를 내고 두 업체의 주장을 부인했다. 현대차는 "특허 무효 결정의 경우 특허가 일반특허와 비교해 진보성이 부족해 내려졌을 뿐, 비제이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탈취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양측이 사실 관계에 완전히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어 분쟁 해결과 사실관계 소명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영계에선 이런 식의 중소기업 요구가 밀려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홍종학 중기부 장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직접 대기업 기술 탈취를 막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4일 “공정위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문제를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지방사무소가 기술탈취 고발장을 접수해 처리했는데, 앞으로는 본부에서 기술탈취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직접 조사·제재한다는 방침이다.
홍 장관은 지난달 취임(11월 21일)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첫 과제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방지’를 제시했다. 홍 장관은 당시 ‘기술임치제’ 등을 거론했다. 기술임치제는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전문기관에 보관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제도이다. 중기부는 이밖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할 때 신고하면 중기부가 자료를 갖고 있다가 소송 때 활용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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