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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주민·한수원노조 "2251억원 들인 신형원전 썩혀선 안돼"

중앙일보

입력

5일 오전 영덕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지원전 지주들과 주민, 한수원 노조 등이 "천지원전 모델인 APR+원전 기술을 이대로 썩혀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 천지원전지주총연합회]

5일 오전 영덕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지원전 지주들과 주민, 한수원 노조 등이 "천지원전 모델인 APR+원전 기술을 이대로 썩혀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 천지원전지주총연합회]

"8년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 투입해 만든 한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 APR+, 이대로 썩히면 안 된다."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예정이던 경북 영덕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 계획 중단되자 #주민·한수원 노조 150명 기자회견 열어 #"원전 수출 계속하려면 신형 원전 필요"

5일 오전 10시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영덕군청 앞. 영덕 주민과 천지 원자력발전소 예정부지 소유주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 등 150여 명이 기자회견 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규탄하고 영덕의 차세대원전 수출전략지구 지정을 촉구했다.

이날 대표로 나선 조혜선 천지원전지주총연합회 회장은 "천지원전에 적용될 예정이었던 APR+ 신규원전 개발에만 2251억원이 들어갔다. 천지원전을 짓지 않을 거라면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이 땅을 차세대원전 수출전략지구로 지정해서 APR+을 비롯한 원전기술을 계속 개발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천지원전이 지어질 계획이었던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백경서 기자

천지원전이 지어질 계획이었던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백경서 기자

APR+는 천지 1,2호기에 적용하기 위해 한수원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2251억원을 들여 개발한 원전 모델이다. 한국형 3.5 차세대 원전으로 불린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적용된 APR1400(3세대)보다 용량은 7% 증가했고 안전성은 10배 높다.

조 회장은 "수출전략지구가 생기면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전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6년간 원전을 개발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협조해 왔는데,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걸맞도록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통해 혼란과 갈등의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경주시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프리랜서 공정식

천지원전 1, 2호기는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 324만㎡ 부지에 2027년께 완공될 예정이었다. 2012년 9월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되면서 석리 일대의 지주들은 땅에 대한 일부 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매입공고에 들어가 같은 해 12월까지 전체 부지 중 18.2%(59만여㎡)를 매입했다. 하지만 신규 원전을 더이상 짓지 않겠다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매입이 중단됐다. 올 12월 중 정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이 나오면 건설 무산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한수원 노조. [연합뉴스]

지난 10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한수원 노조. [연합뉴스]

이들은 원전을 줄이는 탈원전 정책이 담길 8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양승현 원자력살리기국민연대 본부장은 "선진국들이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자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전을 완전히 배제하려고 한다. 천지원전 부지에 건설 예정 원전인 APR+는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버림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노조 측은 "정부가 추진 중인 8차 전력수급계획서는 2030년의 최대 전력수요를 2년 전 수립한 7차 계획의 전망보다 무려 10%나 낮춰 잡고, 심지어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던 2010년의 제5차 기본계획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산정했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본부장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사업은 지난 40여 년 동안 양질의 전기를 안전하고 값싸게 공급해 근대화를 이끌었다. 정부는 원전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덕=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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