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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일본은 법인세 인하 경쟁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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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이 파격적인 감세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대규모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35%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끌어내리는 내용이다. 지난달 하원에서도 법인세율을 15%포인트 인하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상·하원의 감세안이 단일 법안으로 조정되면 미국 기업은 31년 만의 최대 규모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일본도 현재 30% 정도인 법인세율을 한시적으로 최대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같은 혁신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곧 발표할 ‘생산성 혁명 정책 패키지’에는 “국제 경쟁에서 충분히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법인세를) 경감한다”는 표현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법인세를 중심으로 글로벌 감세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나라 밖 움직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여야는 어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증세에 합의했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2000억원 초과에서 3000억원 초과로 변경해 세금을 더 내는 대기업 수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어쨌든 한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8년 만에 다시 오르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법인세율은 2000년까지만 해도 평균 32.2%였다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24.7%였다.

각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줄이기 등 쏟아지는 새 정부의 주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러고도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가. 일자리라는 황금알이 나오기도 전에 거위의 배부터 가르는 잘못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