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빅데이터로 노선 짰다, 연말 강남·홍대 ‘올빼미버스’

중앙일보

입력 2017.12.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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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 박정훈(38)씨는 연말 회식이 두렵다. 공포의 대상은 술이 아니고 ‘귀가 전쟁’이다. 그의 집은 서울 사당역 인근이다. 자정 무렵부터 오전 2시까지 강남대로는 택시를 잡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박씨처럼 단거리(강남역~사당역 6.5㎞) 손님은 택시기사들이 반기지 않는다. 카카오 택시 응답은 하늘의 별 따기다. 한겨울 칼바람에 꽁꽁 언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회식의 예고된 결말이다. 박씨는 “연말 회식에서 자정이 가까워지면 신데렐라처럼 조용히 먼저 갈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승차거부 많은 곳 ‘귀가전쟁’ 돕기
0시~오전 3시30분 2개 노선 신설
기존 3개 노선 연말 한시적 증차
시내버스 새벽 1시까지 연장 운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 연말에는 박씨가 과연 귀가 전쟁을 치르지 않게 될까. 서울시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승차거부가 빈번하고 단거리 이용객이 많은 지역에 ‘올빼미버스’ 2개 노선을 더 운영키로 했다. N854번(사당역~건대입구역)과 N876번(새절역~여의도역)이 추가 노선이다. 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매주 5일(수~일)과 12월 25일, 1월 1일에 0시부터 오전 3시30분까지 한시적으로 운행된다.

두 노선 운행에는 서울시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반영됐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승차거부 신고가 많이 접수된 지역은 홍대입구·강남역·종로 순이었다. 올해 1∼10월 홍대입구와 강남역 부근에서 발생한 승차거부 신고는 각각 263건, 161건이었다. 같은 기간에 승차거부 상위 20개 지역 평균 신고 건수는 74건이었다.

이들 지역에는 택시기사가 꺼리는 단거리 승객이 몰린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12~18일의 심야시간(0시~오전 4시) 택시 이용객 승하차 패턴을 분석해 보니 홍대입구에서 승차한 택시 이용객의 주요 하차 지점은 관악구 신림동(277건), 강서구 화곡동(259건), 마포구 서교동(255건), 서대문구 연희동(247건), 마포구 성산동(211건)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택시 승차거부 발생 지역

서울시 택시 승차거부 발생 지역

주요 하차 지점 상위 1~5위 중 세 곳이 서교동·연희동·성산동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강남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강남역에서 택시를 탄 승객들의 하차 지점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 역삼동(420건), 강남구 논현동(385건), 관악구 신림동(265건), 서초구 서초동(261건), 관악구 봉천동(226건) 순으로 나타났다. 역삼동·논현동·서초동 등 인근 지역으로 가는 승객이 많았다.

N854번은 사당역에서 출발해 이수역·고속터미널역·교대역·강남역·역삼역 등 강남권 주요 거점을 두루 거쳐 건대입구까지 간다. 강남 내 단거리 이용객의 선호 종착지인 역삼동과 논현동이 포함됐다.

N876번은 여의도역에서 영등포역·당산역·홍대입구역을 거쳐 은평구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당산역에서 홍대입구, 홍대입구에서 신사동(은평구) 등 서북권 내에서 지하철 두세 정거장의 단거리 이동 승객들을 고려했다.

서울시는 기존 올빼미버스 중 택시 승차거부가 잦은 지역을 경유하는 N13(동대문~잠실)·N15(종각역~사당)·N26(청량리~신촌) 노선에 대해 한시적 연말 증차 계획을 세웠다.

이 3개 노선이 지나는 종로·동대문도 승차거부가 잦은 지역이다. 증차되는 차량은 시내버스 막차 연장 운행이 종료되는 오전 1~2시에 투입된다. 차량 대수가 늘어남에 따라 배차 간격이 현재(25~35분)보다 10분가량 단축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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