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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한·양방 의료진 한자리서 협진…척추 치료 패러다임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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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몸에 이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어떤 병원, 무슨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지다. 질병을 확실히 치료하기 위해선 관련 진료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다. 최근 자생한방병원이 같은 고민을 덜어주는 의료 체계가 시범적으로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한의사와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진료를 돕는 ‘한자리 진료 시스템’이다.

협진 환자 만족도 높아

한·양방 협진은 양방의 재활과와 영상의학과, 한방의 재활과 등 한·양방 전문 의료진이 함께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의료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을 비롯해 엠디앤더슨 암센터, 하버드 의과대 부속병원인 다나 파버 암연구소,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동양의학 의료서비스가 더해진 병원을 경험한 환자들은 치료 효과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게리 덩 박사는 “침술과 같은 한의학 효과를 본 환자 대부분이 다시 우리 암센터를 찾고 있으며 전체 환자의 80여%가 한·양방 협진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치료 효과 기대해 한·양방 협진 찾아

국내 의료계에서도 한·양방 협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는 의료기술 발전과 의료서비스 항상 등을 목적으로 ‘한·양방 협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단계 시범사업은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13개 기관에서 시행됐다. 시범사업 결과 협진 환자 비율이 1.7%에서 9.1%로 증가했다. 또 협진을 할 때 총 치료기간이 단축되는 것이 확인됐다. 안면 마비는 협진군 환자 45일, 비협진군 환자는 102일로 57일이 빨랐으며, 요통은 협진군 환자 25일, 비협진 환자 114일로 89일이나 치료기간이 단축됐다.

새로운 협진 체계에 대한 환자의 인식은 어떨까. 현재 ‘한·양방 협진 시범사업’
2단계에 참여하고 있는 자생한방병원이 한국갤럽과 전국의 1008명을 대상으로 ‘척추·관절 질환 의료기관 이용과 한·양방 협진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척추·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76.4%는 치료 효과에 대한 불만족과 한 의료기관의 소견만 듣기에는 불안하다는 이유로 평균 2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양방 협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4%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한·양방 협진을 경험한 응답자들은 협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감(50.8%)과 비수술 치료(30.2%)를 차례로 꼽았다. 개선점으로는 ‘한·양방 의료진 간의 직접적인 논의를 통한 안정감 있는 진료’(36.3%)와 ‘불필요한 중복 진료 방지 및 최선의 치료법 모색을 통한 치료비용 절감’(31.7%) 등을 말했다.

자생한방병원 한·양방 의료진 한자리에

이번 설문에서 협진을 신청할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70.4%로 조사됐다. 연령과 성별, 지역 등 각 요인에서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은 “‘한·양방 협진’은 척추수술을 권유받았지만 다른 소견이나 치료법이 있는지 궁금한 환자 혹은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 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자생한방병원은 지난 11월 말부터 ‘한자리 진료’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협진을 시행하고 있다. ‘한자리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는 예약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30분 동안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시간에는 X선·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환자의 영상 자료를 토대로 병원장 주재 아래 한방재활의학과, 양방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한·양방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병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 계획, 담당주치의 배정 등을 포괄적으로 진행한다.

척추 질환의 경우 협진 의료진이 영상장비로 진단하고 질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 후 한방 통합치료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뼈와 근육을 정상적으로 환원시켜 통증을 완화하도록 돕는다. 자생한방병원의 ‘한·양방 협진 시스템’은 미국 하버드 의대 오셔연구소의 관찰 논문(2006)을 통해 척추 질환 치료에 있어 우수한 시스템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 병원장은 “한자리 진료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간 진료 예약, 치료 계획, 설명 등이 함께 이뤄지며 환자의 병증과 치료 계획도 주치의에게 즉각 전달된다”며 “환자의 번거로움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환자의 요청 사항에도 대응할 수 있어 치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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