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체육행사 때마다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림대학교 의료원이 조직문화 개선사항을 발표했다. 논란을 딛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직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4일 한림대의료원은 일련의 사태로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교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구한다면서 논란이 된 ‘일송가족의 날’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송가족의 날’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했으며 근무가 끝난 후 밤샘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료원은 또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조속하게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정시 출퇴근을 시행하며 자율적 연차휴가 사용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도 금지되며 각종 회의 및 행사 동원 금지, 폭언·폭행·성희롱 행위 금지 및 행위자 엄벌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고 의료원은 전했다.
이혜란 의료원장은 “그간 조직 구성원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충분한 배려를 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재단에 요구사항을 건의했으며 재단에서는 이를 심도 있게 검토하여 먼저 시행 가능한 부분에 대해 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초 설립된 한림대의료원 노동조합 김광근 지부장은 “노동법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고, 노동부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사안들을 ‘조직문화 개선안’으로 포장해 내놓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채수인 지부장 역시 “의료원 측이 노조가 설립된 후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하게 만든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며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의료원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엿보이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