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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린 항공 무력 시위 비질런트 에이스 오늘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공군의 F-16 파이팅 팰컨과 F-35A 라이트닝 II 가 군산기지 활주로 끝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 공군의 F-16 파이팅 팰컨과 F-35A 라이트닝 II 가 군산기지 활주로 끝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한ㆍ미 연합 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가 4일 시작됐다. 8일까지 열리는 이번 훈련엔 전국 8곳의 한ㆍ미 공군 기지에서 240대 이상의 전투기들이 출격한다.

 미 7공군은 이날 F-22 랩터 6대, F-35A 라이트닝 II 6대, F-35B 라이트닝 II 12대 등 스텔스 전투기 24대가 참가한다고 밝혔다. 24대는 지금까지 미국이 한반도에 전개한 스텔스 전투기 규모론 가장 많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F-22와 F-35A는 한국에 이번 주 한국에 머무르며, 미 해병대의 F-35B는 일본 오키나와 이와쿠니 기지에서 한국을 왕복할 예정이다. F-35B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대신 F-35A(2222㎞)보다 최대 항송거리가 1667㎞로 짧다.

 군 관계자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의 훈련 참가는 오래전에 계획된 사항”이라며 “최근 미국이 일본에 배치한 F-35A와 F-35B가 한국의 전투 환경을 익히고 한국 공군과 호흡을 맞춰보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월 F-35B 16대를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했고, 지난달부터 F-35A 12대를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6개월간 순환배치했다.

그러나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지금까지 매년 하반기 열리는 비질런트 에이스에 미 공군이 전력의 수치를 스텔스 전투기 참가와 함께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무력시위로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군사적 옵션은 선제타격만 생각하는 데 무력시위, 심리전 등 다양한 수단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광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광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비질런트 에이스에선 전시와 똑같이 전투기 조종사가 하루 2~3차례 출격을 하며 야간 훈련에도 나간다. 또 주한 미 공군을 비롯해 주일 미 공군, 미 해군, 미 해병대 등의 항공기가 동원된다. 주일 미 공군과 미 해군, 미 해병대의 항공기는 유사시 가장 먼저 한반도에 증원군으로 날아올 전력들이다.

한ㆍ미 연합 공군은 십여 대에서 수십 대까지의 편대군을 꾸려 다양한 임무를 상정한 훈련에 투입한다. 북한의 주요 표적이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타격하거나 장사정포를 무력화하거나 특수부대 해상침투를 저지하는 등의 임무를 연습한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윈회에 “이번 훈련의 목적은 주야· 전천후 한ㆍ미 연합 작전계획(Pre-ATO) 시행능력 제고”라고 보고했다. 공중임무명령서(Pre-ATO)는 전시 북한의 핵심 표적 700여 개를 동시에 폭격할 수 있도록 짜놓은 작전계획이다. 공중임무명령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전쟁 발발 후 늦어도 사흘 안에 한반도 상공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북한은 전투기 전력 증강을 포기하고 촘촘한 방공망 구축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 방공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와 북한 방공망을 파괴하는 EA-18G 그라울러가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훈련 중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이나 북방한계선(NLL) 가까이 참가 전투기들이 올라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소식통은 “한ㆍ미 공군기가 연합 편대를 이루는 게 대부분이지만, 일부 미국 스텔스 전투기만의 편대가 독자 출격을 하는 일정이 있다”며 “미국 스텔스 전투기 편대의 단독 임무에 대해선 우리 측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스텔스 전투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9월 23일 미국의 폭격기 B-1B 등이 동해 NLL을 넘어 비행한 것과 같이 스텔스 전투기들이 북한을 상대로 고강도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이날 9시 30분쯤 첫 임무를 마치고 광주 기지로 복귀한 F-22 1대가 이상 징후를 보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F-22 편대 4대 중 3대는 스스로 격납고까지 이동했지만, 나머지 1대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견인차량에 이끌려 옮겨졌다. 공군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선 “미군 측에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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