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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의당 밀월 시도에 뿔난 한국당

중앙일보

입력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예산안을 논의하는데 선거구제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거구제는 여야간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 두 당(민주당과 국민의당) 합의로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4일 오전 우원식, 김동철 원내대표 조찬 회동 #민주당의 국민의당 구애에 한국당 불편한 심경 드러내 #정우택, "예산안 논의에 선거구제 맞물리는 것 이해 안 된다."

이날 오전 우원식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별도 조찬회동을 가진 것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회동에서 김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를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진행시키려야 한다는 국민의당 측 입장을 강조했고, 우 원내대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유화적인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날 회동은 우 원내대표 측이 제안해 성사됐다. 사실상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 민주당의 주요 협상 대상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앞서 정부 여당이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KTX 노선을 확정했던 것도 정치권에서는 예산안 정국에서 국민의당의 원조를 받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집중 공략하는 것은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40석)이 손 잡으면 161석으로 국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을 주요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가깝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국민의당,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우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만나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엔 김용진 기재부 2차관도 함께 했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과 회동하기로 했으나 이 회동은 이날 취소되고,우 원내대표 방에서 만났다.조문규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국민의당,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우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만나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엔 김용진 기재부 2차관도 함께 했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과 회동하기로 했으나 이 회동은 이날 취소되고,우 원내대표 방에서 만났다.조문규 기자

제1야당인 한국당으로서는 이같은 흐름을 반기기 어려운 처지다.
정 원내대표는 '두 분만 만난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원래 국민의당은 우리당과 공개적으로 같이 서려고 하지 않았다. 지역적 한계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지만 불편함이 드러났다.

한편 한국당 내부에서는 예산안 처리 지연이 나쁠 게 없다는 속내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예산안에 협조해봐야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공(功)이 문재인 정부에게 갈 뿐”이라며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하면 청와대에 확실하게 각을 세우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적자(適子) 경쟁을 펼치는 바른정당과의 관계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한국당 내부적 요인도 있다.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의 갈등에 원내대표 경선까지 겹치며 사실상 내홍 국면이다. 당 지도부로서는 예산안으로 여야 대립 구도가 첨예해질수록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지나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설령 예산안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한국당을 제쳐두고 강행처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안은 설령 해를 넘기더라도 여야 합의처리하는 것이 관례적으로 지켜져왔고, 더구나 국회선진화법 도입한 이래 과반을 넘었던 새누리당도 ‘동물국회’로 돌아갈 부담을 지면서 그런 무리수를 둔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과반에 30석이나 부족한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만 바라보고 무리수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당 일각에서 바른정당과의 중도 통합을 추진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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