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가 회고록을 재발간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중앙일보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에 연재한 글을 모아 회고록 『국정은 소통이더라』를 펴냈다. 여기에 중앙일보 전영기 논설위원과의 대담록 등을 추가해 4년 만에 『고건 회고록-공인의 길』로 업데이트했다.
중앙일보 연재 글 모은 회고록 #전영기 위원 대담록 추가 재발간 #“거버넌스 과잉, 휘둘려서는 안 돼”
“책이 매진된 데다, 내 회고담의 핵심주제라 할 공인의 길과 소통의 문제야말로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중심적인 과제라고 느꼈기 때문”(고 전 총리)이란 설명이었다.
고 전 총리는 “공직생활 50년 동안 사표를 일곱 차례 쓰고 임명권자인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만 네댓 차례였다. 그렇게 관(官)과 민(民)을 일곱 차례 왕복하다보니 몸으로 직접 소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탁상에선 현장의, 관에 있을 때는 민의, 중앙에 있을 때는 지방의 교정된 시각으로 정책을 구상하면서 실사구시 행정을 했다”는 회고였다.
그는 행정을 할 때 “바둑으로 치면 최소한 세 수를 봤다”고 했다. “정책의 부작용이 뭐가 있을까가 한 수, 부작용에 대한 해소책은 무엇일까가 두 수, 해소책이 효과가 있을지 시뮬레이션 하는 게 세 수”라고 했다. 고 전 총리는 시장재직시 추진한 서울시 재개발 지역의 임대아파트 사업을 대표적 행정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그는 국무총리 두 번, 서울시장 두 번, 장관을 세 번 역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냈다.
고 전 총리는 이 과정에서 행정의 모토를 ▶공개 ▶참여 ▶생활행정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자연히 “귓속말 잘하는 사람들은 멀리하고, 절대로 가까이 안 두고, 모든 주요정책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 고 전 총리지만 ‘거버넌스’(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던 공공영역에 시민이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개념)의 ‘과잉’은 우려했다.
▶전영기 논설위원=거버넌스, 협치행정 과잉으로 발행하는 부작용은 없습니까.
▶고건 전 총리=(거버넌스 과정에 참여하는) NGO는 문자 그대로 ‘Non-Government Organization’인데, ‘Next Government Organization’이면 안 됩니다. (정부도) 국민과의 의사소통 차원에서 여론과 대화하고 참작은 해야 하지만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지난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 선언과정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을 만나 ‘기존 정당에서 중도실용으로 새정치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입당의사를 타진)했더니 찬성은 하면서도 ‘열린우리당 법통은 이어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당시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간판 바꿔도 떨어지는 건 확실한 거였어요.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그쪽으로 가서 떨어진 뒤 당을 개혁하고 제3의 길을 추진하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다음 대선(2012년)에서 재수로 당선되면 DJ가 대통령이 된 나이(73세)보다 더 많은 거예요. 권력의지가 (그만큼) 강하지 못했습니다.”
고 전 총리는 "내가 노력했던 중도실용(노선)은 신당이 아니더라도 보수와 진보, 양쪽의 기성정당 내에서 하는 게 현실적인 길”이라며 "(정치권 바깥의) 제3지대보다 제1지대나 제2지대 내에서 중도실용이라는 제3의 길을 모색해 가는 게 중도실용으로 가까워지지 않겠는가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