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건선은 감염성 없는 피부 질환, 사회 인식 바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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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 칼럼 │ 충북대병원 피부과 이지연 교수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의 비늘로 덮인 붉은 발진이 발생하는 만성 재발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피부 자극, 목 감기, 약물, 비만, 흡연, 스트레스,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겨울은 날씨가 건조해 건선 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건선은 평생에 걸쳐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데, 피부 증상뿐 아니라 건선성 관절염,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이나 죽상경화 등의 심혈관계 질환, 대사증후군을 동반할 수 있다.

건선은 곰팡이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피부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병변의 형태나 모양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건선 환자들은 대중탕이나 수영장 등 공공장소의 출입을 제한받거나 직장생활 혹은 결혼, 대인 관계에서 여러 사회적 편견을 겪으면서 그 고통이 배가된다. 이 때문에 건선 환자의 우울증 위험은 건선이 없는 사람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은 치료를 하면 완화됐다가도 중단하면 다시 악화하는 양상을 반복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근데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은 더 악화하고 동반 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환자의 피부 증상 정도, 나이,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증상 완화는 물론 재발도 늦출 수 있다.

건선은 연고를 바르는 국소 치료, 자외선을 쪼이는 광선 치료, 약을 복용하는 전신 치료와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서 매우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치료한다. 이 중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을 유발하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건선의 증상을 완화한다. 이전에는 생물학적 제제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해당 제제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더 이상 새로운 치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인터루킨-17A 억제제 등이 출시돼 건선이 거의 없는 깨끗한 피부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물학적 제제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반면 고가의 치료제라는 단점이 있었으나 지난 6월 중등도 이상 건선이 산정특례 질환으로 지정돼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환자 부담금 10%만 내고 처방받을 수 있다. 의료진으로서 산정특례기준을 따져 처방하는 것은 까다롭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 치료에도 반응이 없던 환자에게 보다 깨끗한 피부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진정한 건선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관심도 중요하다. 건선 환자들이 보다 나아진 의료·사회적 환경을 기반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 더욱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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