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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쓴 이육사 시인 고향 안동서 '청포도 와인'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경북 안동시에서 생산한 청포도를 활용한 '청포도 와인' 제조시설이 도산면 토계리에 건립됐다. 사진은 청포도 와인. [사진 안동시]

경북 안동시에서 생산한 청포도를 활용한 '청포도 와인' 제조시설이 도산면 토계리에 건립됐다. 사진은 청포도 와인. [사진 안동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를 통해 고국 향한 향수 그린 이육사 시인 #그의 고향인 안동시에서 와인 제조시설 완공 앞둬

저항시인 이육사(李陸史·1904~44)의 유명한 시 '청포도' 전문이다. 이 시는 '청포도'라는 한 사물을 통해 고국으로 향하는 끝없는 향수와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다뤘다.

이육사 마지막 사진. 1943년 북경 가기 전 친구들에게 나눠줌 / 사진=이육사문학관

이육사 마지막 사진. 1943년 북경 가기 전 친구들에게 나눠줌 / 사진=이육사문학관

이육사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경북 안동시 원촌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원록(源祿). 육사라는 이름은 형무소 수인 번호 264번에서 따왔다. 1933년 '황혼'으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꽃' '청포도' 등이 있다.

안동시는 이육사 시인의 정신의 기리고자 육사의 고향인 도산면 원천리 일대에 2.3㏊의 과원을 조성해 생산해 오고 있다. 이곳에서 '이육사 청포도'라고 불리는 청포도 '청수'를 2012년부터 재배 중이다. '청수'는 안동시농업기술센터와 농촌진흥청이 공동연구로 개발한 품종이다.

청포도 작목반은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오랫동안 이육사 청포도의 맛과 향기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의 청포도를 매년 10월 말 수확해낸다.

최근 안동시는 이육사 시인의 고향에서 거둔 청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지역특화사업인 '264와이너리농가 육성사업'을 유치해 도산면 토계리에 와인제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이달 중 완공을 앞두고 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 옆 청포도시비공원.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 옆 청포도시비공원. 프리랜서 공정식

이 와인제조시설은 유림문학유토피아(이육사 문학관) 조성에 발맞춰 '이육사 청포도길 조성사업'을 통해 재배면적을 확대해 온 청포도를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이전까지는 와인제조시설이 없어 '청수' 청포도를 다른 지역 와인공장에서 와인으로 제조해 왔다.

안동시 관계자는 "청수 품종을 활용한 청포도 와인은 맛과 향이 풍부하며 와인 애호가들의 기호에 적합해 지역관광산업과 연계 육성할 경우 와인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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