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5분을 주목하라" '오리엔트 특급 살인' 케네스 브래너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17.12.01 16:20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매거진M] 영국 왕립셰익스피어극단에서 오랜 무대 경력을 쌓은 케네스 브래너(57)는 절제된 품위와 고전미를 고루 갖춘 배우이자 감독이다. 절도 있는 사극영화 ‘헨리 5세’(1989)에서 주연을 겸하며 연출 데뷔한 후 감독으로서 그의 필모그래피는 ‘프랑켄슈타인’(1994) ‘신데렐라’(2015) 등 고전의 재해석으로 채워졌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증손자이자 크리스티의 모든 작품 판권을 관리하는 제임스 프리차드가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그가 합류하자 “자부심을 느낀다”며 환호한 이유다.

━연출과 함께 탐정 에르큘 포와로 역까지 직접 연기했다. 
“이 이야기에서 포와로는 감독처럼 다른 인물들을 주도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한 사람이 연출과 주연을 겸하는 것이 무척 적절하게 느껴졌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을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크리스티는 인간 본성에 대한 관찰에 깊이와 개성을 더해 흥미로우면서도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장인이다. 그의 원작 소설은 우아함과 낭만 가득한 여행의 황금기로 우리를 안내한다. 물론, 폭설과 밀실 살인도 빠지지 않는다. 현란한 서사처럼 보이지만, 등장인물 각자 사연이 있고 그 이면에 분노와 상실, 슬픔이 배어난다. 심오하고도 위험천만한 주제가 얽혀있는 작품이다. 마이클 그린이 쓴 각본을 읽고 다시금 매료됐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동명 1974년작을 봤나. 
“일부러 보지 않았다. 새로운 접근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고전을 리메이크하는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포와로가 등장하는 소설을 모조리 섭렵했다고. 장편 소설책이 33권, 단편이 50편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촬영 시작 1년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첫 책은 생일 선물로 받은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페이퍼백 초판이었다.”

━포와로의 핵심을 간파했나. 
“원작에서 돋보이는 묘사는 친절함이다. 그가 친절하다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또 대단히 꼼꼼한 성격이다. ‘한쪽 눈의 깜빡임을 관찰하는 포와로’라고 묘사될 만큼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꿰뚫어 본다.”

━특유의 콧수염이 영화에서 멋지게 활약하더라. 
“고맙다(웃음)! 크리스티가 쓴 포와로의 수염에 대한 묘사를 빠짐없이 모아 9개월이나 연구·개발했다. 포와로를 괴짜처럼 보이게 하는 콧수염은 그의 허영심을 드러내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한편으로 보호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콧수염을 보고 그를 비웃거나 묵살할수록, 포와로는 그 콧수염 뒤로 숨어 그들의 진짜 모습을 더 수월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 벨기에 출신 탐정의 악센트까지 연습했다고.
“포와로 연령대의 벨기에 신사 스물일곱 명의 영어 발음이 담긴 녹음 자료를 듣고 매주 세 번 코칭을 받았다. 그 정서를 이해하려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와 『땡땡의 모험』(1929~1976)을 포함한 유명 벨기에 작품들도 살펴봤다. 심지어, 포와로가 추구하는 넥타이 매는법까지 똑같이 재현하려고 수없이 연습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오리엔트 특급살인

━80년 전에 나온 이야기가 현대 관객에게 어필할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복수가 과연 끔찍한 범죄에 대한 만족스러운 응징인가, 하는 질문은 지금도 충분히 통하리라 본다. 관객들이 현장성을 느낄 수 있도록 배우들의 연기에도 즉흥성을 불어넣었다.”

━전 세계 단 네 대만 존재하는 65㎜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코닥을 통해 30년 만에 처음 영국에 65㎜ 필름 현상소를 만들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덕분에 생생함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5분간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엔딩 신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제대로 나온 것 같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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