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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 온유는 왜 사과 대신 사진을 찍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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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멤버 온유 [사진 SM]

샤이니 멤버 온유 [사진 SM]

10년 차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온유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0년 간 샤이니를 응원했던 팬들 상당 수가 온유의 그룹 탈퇴를 요구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또 탈퇴 반대를 위한 온라인 청원 운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성추행 물의 빚은 샤이니 멤버 온유 #'자숙하겠다'던 시기에 굿즈 판매 사진 촬영 #팬들 사이에서 먼저 샤이니 탈퇴 요구 나와 #묵묵부답 SM, 잘못으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발단은 소속사 SM의 '시즌 그리팅' 판매였다. '시즌 그리팅'이란 아티스트들의 사진과 포스터 등으로 구성된 달력으로, SM은 매년 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이 담긴 '시즌 그리팅'을 굿즈로 판매해왔다. 가격은 3만5000원. 그런데 이 시즌 그리팅에 샤이니의 멤버 온유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8월 온유는 클럽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당시 SM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상대방도 취중에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임을 인지했고 모든 오해를 풀고 어떠한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끝내 해당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참고로 성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범죄가 되지 않는 친고죄가 아니다. 즉 법적으로 얘기하자면 온유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이 논쟁에서 중요한 건 온유의 탈퇴 여부가 아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실수도, 잘못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수와 잘못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다. 온유의 시즌 그리팅 촬영은 곧 이 지점에서 온유와 SM 측이 내놓은 실망스러운 답변이다. 성추행 논란 당시 온유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SM도 앞서 밝혔든 '해프닝', '오해' 등이 섞인 입장만 보도자료로 냈을 뿐이다.

온유가 시즌 그리팅 촬영을 했던 10월은, 본인의 입으로는 말한 적이 없으니 소속사의 말을 믿자면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반성의 시간을 갖는 중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굿즈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자중하겠다'던 소속사와 온유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또한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과 그 소속사가 얼마나 대중의 사랑을 가볍게 보고 있는지, 혹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10년 가까이 샤이니를 사랑해왔던 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온유 탈퇴 청원' 움직임이 일었다는 것은 팬들이 느낀 배신감 내지는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를 그대로 나타낸다.

샤이니 멤버 온유의 탈퇴를 요구하는 글 [사진 다음]

샤이니 멤버 온유의 탈퇴를 요구하는 글 [사진 다음]

현재 전 세계를 무대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SM이 배워야 할 모범 사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여성혐오 논란을 겪었다.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SO 존나게 잘해 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 갑 떼고 임이라고 부를게, 임질' 등 이들의 노래 가사 중 여성혐오가 묻어난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입장을 발표하며 이를 깔끔히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래는 당시 빅히트가 내놓은 입장 중 일부다.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이나 가치를 남성적인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대중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일원으로서 멤버들의 발언이나 행동 등이 여러 사람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콘텐츠 제작에 있어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점과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한 책임을 크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미국 NBC의 인기 프로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진제공=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 캡처]

미국 NBC의 인기 프로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진제공=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 캡처]

이후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재차 해당 문제를 이야기하며 여성학자 등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는 등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있다"고 꾸준히 밝혔다. 올해 초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방 사진의 한 귀퉁이에는 대표적인 페미니즘 도서인 『MAN BOX: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의 모퉁이가 걸리기도 했다.

폭행과 성 관련 추문, 음주운전 등 연예인들은 수시로 물의에 휘말린다. 하지만 이들은 다채널 다매체 환경을 이용해 너무도 쉽게 복귀한다. 범죄나 각종 논란에 관대한 연예계라는 비판이 높은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그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떠나 대중에게 물의를 빚은 연예인과 그를 관리하는 국내 최대 소속사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활동을 이어가려고 하는 건 너무도 무책임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요한 건 온유의 탈퇴 여부가 아니라 온유와 SM이 실수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다. 여전히 온유와 SM은 아무런 답이 없고 우리는 이번 실수로부터 이들이 배운 게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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