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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차 엔진이 교과서…나는 '마스터' 꿈꾸는 19세 자동차 정비사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우스빌둥 1기로 선발된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조창현 군은 한독모터스 수원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아우스빌둥 1기로 선발된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조창현 군은 한독모터스 수원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나는 열아홉살의 자동차 정비사입니다. 또래 친구들은 수능시험 점수를 기다리고 있는 시기인데 얼마 전에 세 번째 월급을 받았어요. 특성화고에 다니며 지난 9월부터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아우스빌둥(Ausbildung, 독일식 산학협력 직업훈련 과정으로 학교에서 이론 교육 후 실제 기업 현장에서 적용하며 일하는 것. 정식 근로계약으로 급여를 받고 학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현재 국내는 BMW그룹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참여해 자동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과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조 군이 29일 오후 한독모터스 수원지점에서 엔진오일 교환 정비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조 군이 29일 오후 한독모터스 수원지점에서 엔진오일 교환 정비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BMW그룹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둘 중 하나를 골라 지원할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BMW그룹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둘 중 하나를 골라 지원할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조 군은 현재 BMW 일반정비부서 페스트레인에서 차량 소모품 교체 등의 현장 기본업무를 담당한다. 장진영 기자

조 군은 현재 BMW 일반정비부서 페스트레인에서 차량 소모품 교체 등의 현장 기본업무를 담당한다. 장진영 기자

초등학생 때부터 자동차가 좋았어요. 어느 날 아빠와 길을 나섰는데 멋진 곡선을 뽐내며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의 모습에 반해버렸죠. 그때부터 차가 지나갈 때마다 '저건 무슨 차지?'하면서 유심히 관찰하곤 했어요. 중학교 때 내신성적이 160점 정도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자동차를 다루는 꿈을 이루고 싶어 특성화고인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어릴 때부터 뭐든 스스로 찾아서 하는 성격이어서 특성화고 진학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어요.

조 군이 공구를 정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조 군이 공구를 정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조 군이 담당 멘토로부터 정비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조 군이 담당 멘토로부터 정비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자동차과에서 공부하면서 자동차 정비기능사, 차체수리기능사, 도장 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학교가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라서 빠르게 취업할 수도 있었어요.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아우스빌둥 1기로 선발된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엄태환 군은 벤츠KCC오토 금천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아우스빌둥 1기로 선발된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엄태환 군은 벤츠KCC오토 금천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돈도 벌고 대학에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에 고민 없이 신청했죠. 도전이 쉽지는 않았어요. 5개월에 걸쳐 서류전형, 필기시험,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봐야 했으니까요.

엄 군이 담당 멘토의 정비 업무를 돕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이 담당 멘토의 정비 업무를 돕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이 멘토와 함께 브레이크 오일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이 멘토와 함께 브레이크 오일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학년 겨울방학 때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필기시험과 면접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에 승부를 걸었죠. 나를 계절에 대입해서 여름처럼 열정 있고 겨울처럼 냉철함을 가진 남자라고 표현했어요. 면접에서 '20년 후에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주저 없이 정비사 중에 가장 높은 레벨인 '마스터 테크니션'이 되어 있을 거라고 대답했어요.

엄 군은 벤츠 일반수리 부서에서 오일교환, 소모품 점검 등을 맡고있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은 벤츠 일반수리 부서에서 오일교환, 소모품 점검 등을 맡고있다. 장진영 기자

학교를 벗어나 석 달째 일하고는 중인데 입사 초기에는 처음 하는 직장생활이라 많이 당황했어요.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는지… 고가의 차를 다루다 보니 긴장도 많이 됐고요. 다행히 회사에는 1:1 멘토들이 있어서 작업과 직장생활 모든 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멘토 선배들은 각각 전략적인 부분이 있어서 자동차 수리 전반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요. 지금은 같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편한 사이가 됐죠.

엄 군은 경기자동차고등학교 자동차과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공구를 능숙하게 다룬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은 경기자동차고등학교 자동차과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공구를 능숙하게 다룬다. 장진영 기자

일은 힘들진 않아요. 현재 일반정비 부서에서 오일 교환, 필터 교체 등의 경정비를 담당하고 있어요. 자동차의 심장부를 들여다볼 때를 기다리며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있습니다.

엄 군의 꿈은 숙련기술 진흥원의 기술명장이 되는 것이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의 꿈은 숙련기술 진흥원의 기술명장이 되는 것이다. 장진영 기자

내년 3월에는 대학교에 가요. 1년에 4개월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8개월은 현장 근무가 진행되거든요. 새내기 생활이 많이 기대됩니다. 목표요? 공부를 열심히 할거에요. 작업현장에서도 공부에 열중하는 선배들을 보면 은근 경쟁심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내가 번 돈으로 등록금을 낸다고 생각하니 한순간 한순간에 충실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업무 효율을 위해 엄 군은 만18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엄 군이 운전석에 앉아 자동차 계기판을 셋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업무 효율을 위해 엄 군은 만18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엄 군이 운전석에 앉아 자동차 계기판을 셋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은 "아우스빌둥의 목적은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재양성이라 생각한다. 1기 과정을 마치고 트레이너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엄 군은 "아우스빌둥의 목적은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재양성이라 생각한다. 1기 과정을 마치고 트레이너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아우스빌둥 3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지금 일하는 곳에서 계속 일하거나 경력을 인정받아 해외로 갈 수도 있어요. 본격적인 테크니션의 길로 들어가는 거죠.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우뚝 올라설 저의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본 기사는 아우스빌둥 1기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엄태환·조창현 군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일과 학습을 융합한 독일의 이원 진로교육 시스템으로 학교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 훈련으로 구성된다. 독일에는 제빵·기공·경찰·은행 등 350여 개의 직종 교육과정이 있으며 국내에는 2017년 한독상공회의소 주관으로 BMW그룹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공동으로 도입했다. 모집대상은 자동차 관련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자동차(정비) 분야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으로 올해 86명이 1기로 선발되었으며 내년에는 15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3년 과정 수료 후 국내 전문학사(두원공과대학교, 여주대학교) 학위와 기업 자체 인증 자격이 주어지며 해당 기업에 정식으로 채용된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취재협조 한독모터스 수원지점, 벤츠 KCC오토 금천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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