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진료'를 묵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며 이씨의 책임이 적다고 봤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날 오후 풀려난 이씨는 심경 등을 묻는 말에 "죄송하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피고인은 무면허 의료인을 청와대에 출입시켰다. 이는 대통령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며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3차례나 증인 출석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아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탄핵 사건에 증인으로 나가 위증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판단을 방해했고, 수십 개의 차명폰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등에게 제공해 국정농단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나 업무 내용 등에 비추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청와대 내에서도 받으려는 대통령의 의사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피고인에 대해선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판시했다.
또 "차명폰을 제공한 것 역시 대통령의 묵인 아래 안봉근 전 비서관 등 상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비선진료 책임은 박 전 대통령 본인에게, 차명폰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묵인하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보고 이씨의 죄가 크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밖에 지난 15일 재판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은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명시적·묵시적 지시를 인정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