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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겟 아웃' 어떻게 대박 났나? 흥행 비결 7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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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매거진M] 1000만원 대 저예산 영화로 1만 배 넘는 수입 내기? 할리우드 저예산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하 블룸하우스)한테는 가능한 일이다. 단돈 1만5000달러(약 1600만원)의 제작비로 전 세계 1억9335만 달러(약 2100억원)를 벌어들인 히트작 ‘파라노말 액티비티’부터 개봉 후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완벽한 복귀를 알린 ‘23 아이덴티티’, 신선한 아이디어로 젊은 관객층을 포섭한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까지. 2000년 문을 열어 ‘호러계 픽사’로 자리 잡은 블룸하우스의 성공 비결을설립자 제이슨 블룸(48)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살펴봤다.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성공 7계명

1. 비교 대상 없는 ‘미친 아이디어’에 투자하라. 

'위플래쉬'

'위플래쉬'

제이슨 블룸은 메이저 스튜디오가 찾는 ‘안전한 아이템’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단언한다. 블룸하우스 흥행작 대부분이 한때 할리우드에서 외면당했던 아이템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기프트’는 ‘괴상한 아이템’으로 낙인 찍혔고, ‘더 퍼지’(2013, 제임스 드모나코 감독) 대본은 3년이나 업계를 떠돌았다. ‘겟 아웃’은 코미디 작가이자 배우로 활동해온 조던 필레 감독이 처음 쓴 호러 스릴러 시나리오라는 것부터 걸림돌이 됐다. 블룸은 “무섭지만 유머로 가득한 이 이야기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겟 아웃’이 히트할 줄 알았냐고? 전혀. 근데 너무나도 별나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영화는 온전히 조던의 것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고, 조던은 원했던 걸 기어코 해냈다.” 독창성을 갖춘 감독을 발굴하는 감식안은 호러 장르에 국한되지 않았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라라랜드’(2016)에 앞서 만든 ‘위플래쉬’(2014·사진)는 블룸이 제작자로서 생애 처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호명되는 기쁨을 안겼다.

2. 투자 위험성이 낮은 저예산 원칙을 고수하라. 

제이슨 블룸 감독 / 사진=REUTERS=뉴스1

제이슨 블룸 감독 / 사진=REUTERS=뉴스1

“할리우드영화가 비슷비슷해지고 있다는 불평을 자주 듣는다”는 블룸은 “우리가 그렇지 않은 건 천재여서가 아니라, 저예산 영화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감독뿐 아니라 개성 강한 신인 배우와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스타 캐스팅이 필요 없는 선에서 제작비를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룸하우스가 제작하는 오리지널 영화의 예산은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원)를 넘지 않는다. 극장에서 대대적으로 와이드릴리즈하지 않고 TV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해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 금액이기 때문. M 나이트 샤말란처럼 억대 예산을 운용해본 감독도 이 원칙을 엄수해야 했다. 그가 블룸하우스와 함께한 첫 영화 ‘더 비지트’(2015)는 500만 달러로 제작해 전 세계 9845만 달러(1069억원)를 벌어들였다. 단, 블룸하우스도 투자할 땐 과감하게 한다. 성공 궤도에 오른 시리즈영화의 속편은 작품에 맞는 제작비 상한선을 따로 정한다.

3. ‘큰돈’ 벌려면, ‘큰손’과 손잡아라. 

유니버설 픽쳐스 로고

유니버설 픽쳐스 로고

블룸하우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감독의 연출권을 보장하는 독립 제작 체제를 지키되, 일부 영화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손잡은 와이드릴리즈로 큰 수익을 끌어낸 방식이 한몫했다. 특히 ‘더 퍼지’로 인연을 맺은 유니버설 픽쳐스와는 2014년, 블룸하우스 제작 영화의 배급권을 우선 제공하는 10년짜리 협정을 맺고 ‘겟 아웃’‘23 아이덴티티’‘해피 데스데이’ 등 윈윈 성과를 일궈왔다. 2021년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과 함께 제작하는 호러 애니메이션 ‘스푸키 잭’을 선보일 예정. 2015년 파트너십을 맺은 한국 투자·배급사 쇼박스와도 협업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4. 하이틴 세대를 노려라. 

‘겟 아웃’

‘겟 아웃’

호러 장르는 청소년 관람불가 수위여야 흥행한다고? 지난해와 올해 블룸하우스가 북미 개봉한 호러 일곱 편 중 R등급(17세 미만은 성인 동반 하에만 관람 가능)은 ‘더 퍼지:심판의 날’(2016, 제임스 드모나코 감독) ‘겟 아웃’ 두 편뿐. 잔인함보다 아이디어로 미성년 관객까지 공략하는 건 블룸하우스의 새로운 전략이다. 블룸 역시 “하이틴 관객이 (저예산 호러영화의) 주요 타깃”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5.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라. 

'파라노말 액티비티'

'파라노말 액티비티'

“분 단위로 변화하는 영화업계에서” 블룸이 지켜온 생존법이다. 여기에는 일화가 있다. 블룸하우스 신화의 첫 페이지를 쓴 영화는 바로 ‘파라노말 액티비티’. 2007년 제작된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파라마운트의 공동 배급으로 2009년 뒤늦게 정식 개봉했다. 당시 항간에는 이 영화에 푹 빠진 스필버그 감독이 저작권을 구매해 엔딩 10분을 재촬영했다는 소문이 미담처럼 떠돌았다. 그런데 속사정은 달랐던 모양. 블룸은 올 초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몇몇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자, 드림웍스가 리메이크 판권에 관심을 가졌다. 아쉽지만 우리가 받은 유일한 제안이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극장에서 관객들과 숨을 멈춰가며 체험해야 그 진가를 아는 영화였지만, 그에게는 메이저 스튜디오 관계자를 극장에 데려다 앉힐 만한 힘이 없었다. 블룸하우스는 무명 제작사였고, 오렌 펠리 감독은 이 영화로 갓 연출 데뷔한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에 불과했으니까. 블룸은 “절대 리메이크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펠리 감독에게 맹세하며, 리메이크 계약서에 사인했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 관객과 이 영화를 제대로 보게 만들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으로. 전략은 먹혀들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미국 열세 개 극장에서 하루 1회 자정에만 상영하는 방식으로 개봉해, 매진 행렬과 함께 전 세계로 상영관을 넓히며 제작비 대비 최고 수익을 낸 대표적인 영화로 등극했다.

6. 원작자를 영화 제작에 참여시켜라. 

'젬 앤 더 홀로그램'

'젬 앤 더 홀로그램'

이건 ‘젬 앤 더 홀로그램’(2015, 존 추 감독)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500만 달러로 제작한 이 영화는 북미 2413개 스크린에서 대대적으로 개봉했음에도, 그 절반도 안 되는 흥행 수입에 그쳤다. 블룸은 “원작자의 존재감을 간과한 것”에서 패인을 찾았다. 1980년대 인기를 끈 동명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실사영화를 만들면서, 팬덤의 중심에 있던 원작자를 제작 과정에서 배제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 호러 걸작 ‘할로윈’ 시리즈(1978~) 부활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시리즈 창시자 존 카펜터 감독과 모든 것을 상의한 이유다. 블룸하우스는 최근 유명 호러 게임 ‘프레디의 피자가게’ 개발자 스콧 코튼의 신뢰를 얻으며, 이 게임의 영화화 판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7. 놀면서, 팬이 되게 하라. 

'블룸하우스 오브 호러'

'블룸하우스 오브 호러'

출판·TV·소셜미디어 등 호러 콘텐트를 멀티 플랫폼에 유통할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 블룸하우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례 이벤트는 ‘블룸하우스 오브 호러’다. 핼러윈 시즌에 블룸하우스 호러영화의 세계관으로 구성한 일종의 ‘유령의 집’을 여는 것인데, 올해는 ‘더 퍼지’‘살인 소설’‘인시디어스’ 시리즈의 피에 목마른 악마들이 호스트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신작 ‘해피 데스데이’의 가면 살인마 베이비 캐릭터도 깜짝 등장해 소름 돋는 술래잡기에 나섰다. 팬서비스도 하고, 미래의 관객도 확보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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