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30일 금융시장 지표는 제각각으로 움직였다. 코스피는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채권 금리는 오히려 내렸다.
외국인 매물 폭탄·IT주 급락에 코스피 2470선까지 후퇴 #달러당 원화가치는 11원 하락…이주열 총재 발언 영향도 #채권금리 출렁이다 하락, 기준금리 인상 '선반영'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6.53포인트(1.45%) 내린 2476.37에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500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27일(2496.63)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주가 하락은 기준금리 인상보다 미국발(發) 전기·전자(IT) 업종 하락이 주원인이다. 개장 직후 장중 한때 25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금리 인상이 결정된 오전 10시부터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T 주도주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오후 들어 낙폭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9만원(3.42%) 내린 254만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5600원(6.8%) 급락한 7만860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밤 애플·아마존 등 IT 대형주와 반도체 관련 종목 주가가 일제히 내린 여파다. 매도 주체는 외국인이다.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이날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3500억원, 20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590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팔자’는 엿새째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0.30포인트(1.32%) 내린 771.42로 종료했다.
다만 앞으로 코스피가 반등할 여지는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지속적인 이익 개선으로 코스피와 IT 가격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늘어나는 연말 수급과 신성장 육성정책 기대가 IT 및 정책수혜주 상승 동력으로 작용해 연내 코스피 2600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비해 외환 시장은 롤러코스터나 다름없다. 전날엔 원화 가치가 달러당 7.6원 급등하며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가 이날은 11.4원 급락해 1088.2원에서 마감했다. 지금까지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올랐던 원화 가치가 실제 이벤트가 벌어지고 난 뒤 강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이 과도하게 변동할 경우 시장 안정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영향을 줬다.
앞으로 원화 가치 향방은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미국 금리 인상보다 더욱 강하게 원화 강세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며 “만일 내년 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칠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강세 효과는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 효과가 이미 채권 금리에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발표 전 오름세를 나타내다 한은 발표가 나온 뒤 하락으로 돌아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7%포인트 내린 연 2.075%로 거래를 마쳤다.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고채도 각각 0.047%포인트, 0.003%포인트씩 내렸다. 반면 20년 만기와 30년 만기 장기물은 금리가 소폭 올랐다.
당분간 채권 금리는 연말을 앞두고 쏟아질 수급과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연 2회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과거 미국 금리 인상 당시에도 인상 전에 금리가 오른 뒤 실제 금리 인상 후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