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22일 서울~강릉을 1시간54분만에 연결하는 KTX 경강선이 개통한다. 시험 운행 중인 열차를 타고 강릉을 다녀왔다. 낭만적인 겨울바다를 감상하고, 맛난 해산물을 먹은 것 말고도 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최근 등산을 제치고 한국인 인기 1위 레포츠에 오른 낚시(세종대·컨슈머인사이트 공동조사)다.
강릉역에 내려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았다. 목적지는 강릉항(구 안목항). 요즘 강릉 최고의 명소로 떠오른 안목해변 카페거리 바로 옆에 있는 항구다. 주문진항처럼 생선 팔고, 식당이 줄지어선 어항은 아니다. 대신 울릉도 드나드는 대형 페리와 요트, 낚싯배가 많다. 서울에서 미리 예약한 금강호 앞에 장비를 꾸리고 있는 낚시꾼들이 보였다. 구명조끼를 입고 출어에 나섰다.
[낚시 생초보 기자의 루어낚시 체험기] #등산 제치고 국민 레저 1위 오른 낚시 #수온 상승으로 강릉서 방어·삼치 많이 잡혀 #KTX 경강선 개통으로 당일치기도 가능
이날은 순전히 방어를 잡기 위해 채비를 꾸렸다. 최규선 강릉시 해양수산과 주무관은 “최근 수온이 오르면서 제주가 아닌 동해에서도 방어가 잡히고 다양한 어종이 몰려 이곳에서도 낚시가 인기 해양스포츠로 뜨고 있다”며 “관광객을 상대로 한 낚싯배도 크게 늘어 현재 31척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큼직한 방어가 강릉 앞바다를 떠도는 건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다. 방어는 가짜미끼인 루어(lure)로 유인해 잡는다. 그동안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고등어나 우럭은 잡아봤지만 이렇게 큰 물고기 낚시에 나서는 건 처음이었다. 방어를 잡아서 회를 처먹고, 운이 좋아 문어라도 잡으면 배에서 라면에 끓여 먹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니 설렜다.
이날 금강호에는 루어낚시 전문가인 이명철(43) 프로가 동행했다. 뱃머리에 서서 바다를 보는 그의 눈이 매서웠다. 이밖에 김영호씨를 비롯한 동행 낚시꾼 4명은 모두 강릉 사람이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들은 틈만 나면 바다로 나간단다.
이 프로가 선장에게 사인을 보내자 배가 멈춰섰다. 어군탐지기를 확인한 유재상(52) 금강호 선장이 “사십!”이라고 외쳤다. 수심 40m에 방어가 몰려있다는 뜻이다. 이 프로와 낚시꾼들의 손이 바빠졌다. 파핑(Popping)과 지깅(Jigging)이라는 낚시 기술을 구경했다. 이 프로는 “방어를 유인하는 고급 기술인데 초보자도 잘 배우면 대물을 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릴을 풀고 감고, 루어를 멀리 던지고 감고. 몇 번 반복했더니 멀미가 몰려왔다. 낚싯대를 꾼들에게 넘겼다.
이날 방어는 낚싯바늘을 유유히 피해 다녔다. 5시간 동안 강릉 앞바다를 헤집었다. 남쪽으로 정동진, 북쪽으로 사천해변이 가까운 곳까지 훑었는데 소득이 없었다. 빈 배와 함께 강릉항으로 돌아왔다. 이 프로는 “큰 녀석을 노리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며 “다음엔 대구 낚시를 도전해보시라”고 했다.
강릉항에는 1m에 달하는 대방어 세 마리를 낚은 꾼들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면 수산시장에서 소매가격으로 20만~30만원은 나간단다. 서울에서 온 복민규(42)씨는 “제주나 전남 완도에서는 방어를 잡아봤지만 강릉에서는 처음”이라며 “방어가 워낙 커서 가족, 지인들과 나눠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러운 마음에 입맛을 쩝쩝 다셨다. 하릴없이 차를 몰고 주문진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횟집에서 마래미(새끼방어)와 참가자미 세꼬시를 우걱우걱 먹었다. 언젠가는 대물을 낚겠다 다짐하며.
◇여행정보=선상낚시 체험비는 어종에 따라 다르다. 초보들이 많이 하는 가자미 낚시는 3시간 어른 4만원 선이다. 가자미 뿐 아니라 우럭이나 삼치도 잡힌다. 금강호(geumgangho.co.kr)를 포함해 낚싯배 31척이 강릉에서 영업 중이다. 루어 낚시는 전문업체를 통해야 한다. 루어매니아(033-644-1795) 방어 낚시는 5시간 8만원이다. 12월 중순부터는 대구 낚시가 시작된다. 어종 특성상 배 타는 시간이 더 길다. 8시간 10만원이다. 장비를 빌리면 채비에 따라 2만~3만원이 추가된다.
강릉=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