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첫 발사, 공개활동 계속 … 김정은 도발공식 깨졌다

중앙일보

입력 2017.11.30 01:29

업데이트 2017.11.30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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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 미사일 발사 이후 75일간 북한이 추가도발을 중단함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누그러지는 듯했으나 결국 김정은은 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예전엔 기술적 문제로 동절기 꺼려
‘큰일’ 내기 전 두문불출하던 김정은
이번엔 도발 전날 양어장 방문 공개
이후 근처 현장서 미사일 발사 참관

특히 이번 화성-15형 발사는 기존과 다른 패턴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연중 가장 늦은 시기에 쐈다는 점이다.

①추우면 못 쏜다?=북한은 통상 겨울철에는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20일 평북 구성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실패)가 지금까지는 연중 가장 늦은 시점이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동절기에는 여러 가지 겨울준비를 위해 노력을 동원해야 하므로 중단해 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이유로 동절기 발사를 피해 온 측면이 있다. 고(高)고도에서 연료 연소를 돕기 위해선 산화제를 써야 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사일 산화제로 쓰는 사산화이질소(N2O4)는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 한낮에는 얼거나 끓지 않도록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정치적 타이밍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타이밍을 놓쳐 시기가 연말로 접어들면 혹한기라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해를 넘기면 유엔 휴전결의안이 통과된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서둘러 발사한 것이란 의미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영역을 넓혀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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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연막작전=김정은이 공개활동을 한동안 중단하고 두문불출하면 ‘큰일’을 내곤했던 패턴도 이번에 달라졌다. 김정은은 이달 들어 평남 순천 양어장을 방문하는 등 네 차례의 공개활동(현지지도)을 했다. 특히 지난 28일 공개한 양어장 방문은 화성-15형 발사 준비를 점검하고, 이를 감추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날 평양 인근에서의 새벽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29일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점은 양어장에서 직선거리로 20㎞ 안팎 떨어져 있고, 평양으로 이동하는 경로”라며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점검을 가리기 위한 양어장 행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③강경에는 초강경=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최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데 대한 반발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자 북한은 외무성과 관영 언론을 통해 핵 무력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선다는 게 북한의 대응전략이다. 국가정보원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에 대한 불만도 깔려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보통 북한은 도발을 예고한 뒤 70% 정도는 도발해왔다”며 “김정은이 직접 도발하겠다고 하면 100%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비행거리가 미국 동부에 이를 정도로 (능력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방향을 (미군 부대가 있는) 괌이나 하와이로 향하지 않고, 탄착지점도 일본 열도를 넘어가지 않게 한 것은 국제사회를 많이 자극하지는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보다 높은 협상 지위를 얻겠다는 ‘오랜 의도’”라는 게 이 총리의 진단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그간 예고했던 태평양 상의 수소폭탄실험이나 7차 핵실험 등은 다음 카드로 남겨놓은 채 나름 눈치 게임도 했다. 미사일 도발 후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우리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나라나 지역에도 위협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거나 “책임 있는 핵강국이자 평화애호 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란 표현도 이례적으로 담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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