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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미디어 콘퍼런스] “디지털 혁신하면 신문 품질 떨어진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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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이 마지막 세션에서 '내일을 위한 여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유민100년 미디어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이 마지막 세션에서 '내일을 위한 여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유민 100년 미디어 콘퍼런스’에 마지막 연사로 나온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은 디지털 혁신 과정의 현실과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오 편집인은 부정적인 현실을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종이신문 열독률이 2002년 82.1%였다가 지난해 20.9%로 떨어진 통계 자료를 가장 먼저 강연 화면으로 띄웠다. 또 ‘뉴스를 어디서 보느냐’는 물음에 5%의 이용자만 ‘신문’을 거론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더 중요한 위기가 있어요. 한국 언론들이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에요.”

신문사의 최고위급 간부가 ‘사람들은 신문을 안 보고 신뢰도도 낮다’는 취지의 말을 공개된 자리에서 스스로 꺼내는 것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오 편집인은 “우리는 이런 위기와 현실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민 100년 미디어 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이날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이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민 100년 미디어 콘퍼런스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이날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이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앙일보가 이 같은 위기를 인정하고, 디지털 혁신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4년 5월부터다. 이즈음 뉴욕타임스(NYT)가 혁신리포트(Innovation Report)를 내부 보고서로 만들었고, 그것이 다른 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이후 중앙일보는 기자를 포함한 3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가칭 ‘신사유람단’을 만들어 전 세계 언론사와 IT(정보기술) 기업에 교육 연수를 보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2015년 9월 ‘중앙일보 혁신보고서’를 만들었고, 2016년 5월엔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컬설팅그룹 부사장에 의뢰해 추가 혁신안을 만들었다.

이밖에 기자 스스로 디지털 뉴스에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첨부할 수 있는 뉴스 제작 시스템 ‘JAM’이 올해 도입됐다.

또 이용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중앙일보 뉴스 페이지에 들어오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성별과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측정 시스템 ‘JA’(Joongang Analytics)도 올해부터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체제를 갖춘 곳은 국내에서 중앙일보가 유일하다.

하지만 오 편집인은 “이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오 편집인은 중앙일보 뉴스룸(편집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항의 목소리들을 소개했다. ‘종이신문 매출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종이신문 유지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오 편집인은 “지금도 많은 기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품질 좋은 콘텐트는 디지털에서도 훌륭하게 소비되고 지면에서도 환영받는다”고 말했다.

혁신을 반대하는 논리는 이것뿐이 아니다. 오 편집인은 ‘우리나라는 네이버가 있기 때문에 외국과 달라서 디지털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네이버는 우리의 경쟁자기도 하지만, 우리의 콘텐트 유통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편집인은 “혁신 작업을 물러설 수 없다. 계속 그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편집국장에게 지면 제작 책임을 맡기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취재 지휘 업무만을 맡는다. 지면 제작 책임자를 따로 지정해, 편집국장은 오로지 이용자들이 원하는 디지털 뉴스 생산에만 집중하라는 취지다.

그는 “편집국장은 신문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그의 역할을 3분의 1로 줄였다”며 “언론사로서는 충격적인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업무 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 중앙일보의 뉴스 조회량(Page View)은 국내 종합일간지ㆍ경제지ㆍ방송사 중 1위로 올라섰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올해 노출광고(배너광고) 수익도 전년 대비 20% 넘게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광고뿐 아니라 ’이노베이션 랩‘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협찬 콘텐트(Sponsored content)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수익원을 선도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오 편집인은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돈과 사람을 디지털 혁신에 투자한 회사고, 그에 따른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혁신을 한다고 해서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그 기법을 움켜쥐려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국내 10여개 언론사가 중앙일보의 혁신 과정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찾아온 언론사 관계자들은 중앙일보 편집회의에 참관하고 뉴스룸 관계자들을 만나 혁신안에 따른 뉴스룸 운영 기법을 안내받았다. 오 편집인은 “우리의 노하우를 계속 공유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언론이 같이 생존하고, 다양한 언론이 각자의 영역에서 훌륭하게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옥 기공식이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홍석현 회장 및 임직원, 내빈 등이 참석된 가운데 진행됐다. 최승식 기자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옥 기공식이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홍석현 회장 및 임직원, 내빈 등이 참석된 가운데 진행됐다. 최승식 기자

이 같은 혁신을 가속화 하고 그 성공모델을 안착시키기 위해 중앙일보ㆍJTBC를 주력 매체로 하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최근 서울 상암동에 신사옥 착공식을 열었다. 신사옥은 2020년 완공된다.

오 편집인은 “이 건물 안에 중앙일보ㆍJTBC 등 각종 뉴스 콘텐트를 생산하는 조직이 하나로 모일 것”이라며 “크리에이티브 콘텐트 팩토리(Creative Content Factory)라고 이름을 지은 이 사옥에 모여 이용자를 위한 더 새롭고 정의로운 콘텐트를 만드는 매체 간 시너지 작업이 완성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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