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찰로 피해" 기초단체장 11명, MB·원세훈 검찰에 고발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찰 대상으로 거론된 단체장들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29일 경기 수원시 등에 따르면 염태영 수원시장 등 전국 기초단체장 11명은 30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국정원장, 관련 실무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혐의는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기초단체장 11명 30일 오후 중앙지검에 고발장 제출 #"국정원 불법 사찰로 업무 추진에 피해" 주장

고발인 명단에는 염 시장을 비롯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유덕열 서울 동대문 구청장,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 최성 경기 고양시장, 김성제 경기 의왕시장, 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염 시장과 김 노원구청장, 김 성북구청장, 홍 부평구청장 등 6명은 직접 중앙지검을 방문해 고발장을 접수하고 관련 성명서도 발표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중앙포토]

원세훈 전 국정원장[중앙포토]

이들 현역 민주당 단체장 11명은 "국정원이 지자체장들에 대한 불법 사찰을 광범위하게 진행해 이로 인한 탄압으로 시정 운영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수원시의 경우 2015년 감사원에서 3개월간 '생태교통사업' 등으로 집중 감사를 받았다. 이 사업은 2014년 우수 사업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듬해엔 "문제가 있다"고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국정원의 불법 사찰로 인한 집중 감사 등으로 시정 운영에 큰 차질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은 지난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나 국정원 등이 생산했다고 추정되는 문건들을 공개하면서 제기됐다. 적폐청산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을 통해 야권 지자체장 31명의 동향을 보고하고 제압 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중앙포토]

국정원 [중앙포토]

2011년 국정원이 생산한 것으로 보이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염태영 시장은 지방분권 운동을 전개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지원활동을 하며, 수원연화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비 건립을 측면 지원하는 등 '친노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제어가 필요하다며 예산 삭감이나 재정운영 실태 감사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염 시장은 문건 공개 후 의견문을 통해 "중대한 권력남용이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해당 단체장과 협의해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성 고양시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최성 고양시장이 자신을 비롯한 야권 지자체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불법 사찰 등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모습.[연합뉴스]

최성 고양시장이 자신을 비롯한 야권 지자체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불법 사찰 등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모습.[연합뉴스]

수원시 관계자는 "문서에 거론된 31명 중 일부는 현직이 아니거나 개별적 대응 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고발장에는 11명만 이름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