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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국수’ 조훈현의 바둑 인생 한 눈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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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수(國手) 조훈현(64·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최연소 입단, 통산 160회 최다 우승 등 그의 바둑 인생에는 늘 ‘최초’ ‘최다’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다. 바둑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조훈현 국수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 지난 10일 문을 연 ‘조훈현 바둑기념관’이다.

고향 영암에 문 연 기념관 가보니 #월출산 기찬랜드 884㎡ 규모 조성 #친필휘호 새긴 비석에 자료들 빼곡 #조 국수 “내 모든 기록이 여기 있다”

조훈현 바둑기념관은 영암 ‘월출산 기찬랜드’에 마련됐다. 원래 기(氣) 건강센터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전남도와 영암군은 바둑 활성화와 지역 관광자원 개발 차원에서 13억26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곳을 조성했다.

전남 영암군 월출산 기찬랜드 ‘조훈현 바둑기념관’ 2층의 포토존.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영암군 월출산 기찬랜드 ‘조훈현 바둑기념관’ 2층의 포토존.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찾은 부지면적 2740㎡, 연면적 884㎡, 2층 규모의 바둑기념관에는 조 국수의 바둑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 국수의 친필 휘호인 ‘무심(無心)’이 새겨진 비석을 지나 바둑기념관으로 들어서자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조 국수의 삶이 펼쳐졌다.

바둑기념관 1층에는 제1~5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바둑소년)에는 조상 대대로 영암에서 지내고 있는 조 국수의 집안과 가족 이야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대국을 보고 훈수를 둔 일화, 본격적으로 바둑에 입문하게 된 계기 등이 소개돼 있다.

1953년생인 조 국수는 9살 때인 62년 10월 프로기사로 입단했다. 월출산 자락 출신 아이가 바둑을 배우려고 아버지와 상경한 지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어린 조 국수는 입단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웠다.

제2전시실(한국신화)은 66년 일본기원에서 다시 프로기사로 입단한 조 국수가 군 복무를 위해 귀국한 72년도부터 89년 제1회 응씨배 세계선수권 바둑대회 우승 전까지의 자료와 관련 물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조 국수는 공군 출신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군에 입대해 다시 바둑에 집중하기 위해 대기 기간이 긴 육군 대신 선택했다고 한다. 조 국수가 이창호(42) 9단을 내제자(內弟子)로 받아들인 일화도 이 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바둑기념관에는 조훈현 국수가 받은 상패와 트로피도 전시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바둑기념관에는 조훈현 국수가 받은 상패와 트로피도 전시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제3전시실(황제대관)은 응씨배 우승 무렵, 제4전시실(반상 위의 전신)은 응씨배 우승 이후 조 국수 관련 자료가 보관된 공간이다. 제5전시실(전신의 기록관)은 조 국수 인생 전반의 세계·국내 대회 기록이 전시돼 있다.

각 전시실에는 조 국수가 각종 대회를 휩쓸며 받은 트로피와 상패·훈장 등 200여 점도 보관돼 있다. 손때가 묻거나 닳아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들로 모두 조 국수 측이 기증한 것들이다. 나머지 500여 점은 수장고에 있다.

조훈현 바둑기념관 2층은 기획 전시실이다. 조 국수의 어록과 가족·일상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고수는 날마다 복기한다’ ‘혼자서 실컷 헤매본 사람은 공식 따위는 몰라도 된다.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등 조 국수는 여러 명언을 남겼다.

2층에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공간도 있다. 대국을 하는 조 국수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을 설치한 포토존, 디지털 바둑체험실 등이다. 디지털 바둑체험실에서는 바둑의 기본 규칙과 예절은 물론 기력별 묘수를 공부할 수 있다.

영암군은 이곳과 연계한 국립 바둑박물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전남이 조 국수와 함께 김인(74·강진)·이세돌(34·신안) 등을 배출한 바둑의 고장인 점에 착안해서다.

조훈현 국수는 지난 10일 개관식에 참석해 “승부사로서 최선의 한 수를 찾아간 모든 기록이 이곳에 있다”며“바둑 애호가들이 이곳에서 좋은 기억과 흥분을 다시금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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