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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습지 지정’ 서천 갯벌 인근에 건축폐기물 처리장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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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천군 비인면 주민들이 지난 24일 건축폐기물 처리시설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천군 비인면 주민들이 지난 24일 건축폐기물 처리시설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군에 지정된 람사르 습지 갯벌 인근에 건축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8일 서천군에 따르면 ㈜서해환경은 서천군 비인면 선도리 일대 1만㎡ 부지에 건축폐기물 중간처리시설 설치계획을 지난 10월 말 서천군에 제출했다. 이 업체는 서천군이 사업 적합 판정을 하면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폐콘크리트나 폐아스팔트 등 건축폐기물을 분쇄해 재활용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 처리 가능 물량은 1200여 t이며, 건축폐기물은 전국 어디서나 반입할 수 있다.

업체, 비인면 1만㎡에 허가 신청 #주민 500여명 군청앞서 반대시위 #“분진 등 생태계 망치고 생계 위협”

비인면 주민들은 반대투쟁에 나섰다. 주민 500여명은 지난 24일 서천군청 앞에 몰려가 건축폐기물 처리장 설치 반대 시위를 했다. 일부 주민들은 삭발하고, 사업예정지와 서천군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건축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면 폐수 등으로 인해 람사르 습지 갯벌은 망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항읍 유부도와 종천·비인·서면 일원 15.3㎢의 갯벌은 2009년 12월 람사르 습지로 지정·등록됐다. 선도리 일대 갯벌에는 바지락·동죽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노랑부리백로 등 멸종 위기 조류도 이곳에 머문다. 이곳 주민들은 김 양식, 갯벌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오연섭 주민대책위원장은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대부분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비인면은 3200여명 주민 가운데 38%가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지역이다. 분진과 소음은 특히 노인 건강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특히 폐기물 처리장 예정지 바로 옆에는 9가구의 귀촌인 마을이 있다. 4개월 전 요양차 이곳에 내려왔다는 김연실(63)씨는 “암 치료를 위해 공기 맑은 고향에 내려왔는데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선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사업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해환경측은 “최신 시설로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고 소음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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