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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올인 인가, 추가 도발 준비인가…김정은 추가도발 없이 민생챙기기 이어가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8일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북한 관영 언론의 보도일을 기준으로 지난 21일 승리 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한 지 1주일 만이다. 이로써 김정은은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를 참관한 이후 열 차례 공개 활동 모두 경제 분야에 할애했다. 외형상으로만 놓고 보면 민생경제 챙기기에 올인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올해 9월 15일까지 71차례의 공개활동을 했다"며 "이 중 군부대 방문이나 미사일 발사 등 50% 가까이군 관련 행사에 참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 1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宋涛)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면담을 하지 않으면서도, 승리 자동차연합기업소를 찾기도 했다. 최근 김정은의 행보와 관련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최근 준공된 메기공장(양어장)을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9월 이후 모든 공개활동을 민생챙기기에 할애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최근 준공된 메기공장(양어장)을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9월 이후 모든 공개활동을 민생챙기기에 할애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①핵과 경제 병진 노선?= 김정은은 집권 후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정책 방향으로 삼았다. 핵무기 개발을 통해 미국과 맞서는 군사정책과 동시에 경제 발전을 이뤄나가겠다는 취지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첫 대중연설에서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만큼 9월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력했으니 남은 기간에는 경제 챙기기를 보여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언론에 밝히는 건 나름대로 의도가 있다"며 "9월 중순 이후에도 군부대를 찾거나 관련 회의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예 군 관련 행보가 없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경제를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올해 14차례 19발의 미사일을 쐈고, 김정은이 엔진 연소 실험과 핵병기 화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미국과 관계 재설정 카드로 핵과 미사일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군 관련 행보에 집중한 만큼 화성-12형 발사 이후 경제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사회가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한 제재에 나서자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②추가 도발 준비?= 북한은 28일 오전까지 75일째 추가도발을 중단하고 있다. 북한이 11월 이후 미사일 실험을 중단해 왔지만 최근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돼 한미일 정보당국이 집중감시에 들어갔다. 정부의 소식통은 "통상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과 동일한 징후들이 최근 북한에서 감지되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북 미사일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전날에도 발사된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레이더를 가동하고, 미사일 기지에서 통신활동이 급증하는 등의 이상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의심하게 하는 전파 신호를 포착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로버트 매닝미 국방부 대변인도 2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지속해서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기지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거나, 화성-12형 미사일을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조립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북한이 추가도발을 준비하는 것인지, 단순한 훈련 차원인지는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9월 15일 이후 75일째 잠잠. 전반기 군 집중, 후반기 경제 챙기기? #최근 미사일 발사 움직임 포착돼 한미일 정보 당국 집중 감시 #추가도발 준비 또는 북미 물밑 접촉 압박용이란 분석도

③미국과 물밑 조율?=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주목하는 건 9월 21일 김정은의 성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과 트위터 등에서 북한을 비난하며 "완전파괴"를 언급하자 김정은은 ‘국무위원장 성명 ’에서 "불맛을 보여주겠다"고 언급했다. 최고지도자의 언급이 헌법이나 제도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침묵에 대해 북미 간에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9월 말 "북미 간2-3개 채널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초 아시아 순방을 전후해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졌고, 여기에서 어느 정도 교감을 했을 수 있다. 결국 북한이 미국의 향후 움직임을 보기 위한 관망 차원에서 추가도발을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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