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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핵 게임할 때 1대5 구도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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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74일째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있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연내 추가 도발 가능성을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평화재단 13돌 기념 심포지엄 #“핵포기 땐 체제보장, 경제 발전 #후세인·카다피와 다르다는 걸 #김정은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27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이 창립 13주년을 맞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를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나왔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재단 창립 13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 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재단 창립 13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 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기조발제에 나선 홍석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중·러 5자 공조의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핵 개발에 따른 기회비용을 극대화함으로써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을 때 5자가 제시할 수 있는 포괄적 타협안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와 달리 핵을 포기해도 체제의 안전은 물론이고, 경제 발전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김정은에게 심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이사장은 또 “한국이 북·미 간 불신의 간극을 메워 주는 촉매 역할도 해야 한다”며 “경제·문화·스포츠 분야를 망라한 민간의 모든 채널을 풀가동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과 북·미 채널이 동시에 가동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재단 창립 13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 토론 장면. 왼쪽부터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김창수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 박명규 서울대 교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우상조 기자]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재단 창립 13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 토론 장면. 왼쪽부터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 김창수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 박명규 서울대 교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우상조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우리가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없다고 하는데, 남의 레버리지도 빌려 쓰는 게 외교”라며 “북한과 핵 게임을 할 때 ‘1대 5’의 구도, 중·러를 포함해 ‘북한 대 국제사회’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현 정부의 ‘균형 외교’ 개념은 흔히 말하는 미·중이나 중·일 사이의 균형자 외교가 아니라 조화 혹은 중용 외교에 가까운 것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화재단 창립 13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의 두번째 토론 '한반도를 위한 제언'이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최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문성묵 전 남북장성급회담 대표. [강정현 기자]

평화재단 창립 13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가 먼저다'의 두번째 토론 '한반도를 위한 제언'이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최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문성묵 전 남북장성급회담 대표. [강정현 기자]

문성묵 전 남북장성급회담 대표는 “안보 없이 평화는 불가능하고, 안보의 결과는 평화”라며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와 미 전략 자산 순환 배치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힘을 강력히 만드는 것이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핵을 내려놓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대북 정책을 통해 평화를 지키는 데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보수건 진보건 상대방에 대해 너무 비하하는 말들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법륜 스님은 ‘닫는 말’을 통해 “북한은 북한대로, 한·미·중은 각자의 입장대로 얘기하고 있는데 바둑에서도 자기 적을 잡을 생각만 하다가 대패한다”며 “조금 다른 각도로 보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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