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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부산 '영화의거리 뒷골목' 살리겠다는 연예인들

중앙일보

입력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탄생한 영화의 거리로 유명하다. 여기에 자갈치 시장과 140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된 국제시장, 국내 최초로 야시장이 도입된 부평깡통시장, 국내 유일하게 남은 헌책방 골목인 ‘보수동책방골목’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에서 해운대와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된 지역이기도 하다.

윤제균 영화감독·장혁·정용화·정은지 등 연예인 14명 #부산 영화의거리 뒷골목에 ‘엔터테이너 거리’ 조성 #인터뷰 영상과 풋·핸드 프린팅, 음악다방, 공연장 등 설치 #남포동 뒷골목에 얽힌 다양한 문화·역사 콘텐트 알리는 취지

영화의 거리가 조성된 ‘광복로’는 평일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불과 10m 떨어진 바로 뒷골목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6.25 전쟁 직후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자 구둣방 거리로 북새통을 이뤘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후미진 골목길로 전락한 이곳을 살리기 위해 부산 출신 연예인들이 나섰다.

부산 중구 남포동의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된 14개의 가로등에는 스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사진 부산 중구청]

부산 중구 남포동의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된 14개의 가로등에는 스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사진 부산 중구청]

영화배우 장혁·조진웅·김정태·이재용·지대한을 비롯해 가수 정용화·정은지·한선화·설운도, 영화감독 윤제균, 탤런트 변우민, 개그맨 김원효가 참여했다. 부산 출신은 아니지만 부산과 인연이 깊은 송해와 윤형빈도 가세했다.
2015년 문화관광부의 관광특구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7억원, 시비 3억 5000만원, 구비 3억 5000만원 등 총 14억원을 투입했다. 부산 중구청 관계자는 “연예인 섭외부터 골목 상인들의 동의를 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아 거리 조성에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추억의 거리 끄트머리에는 구둣방 골목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동판이 바닥에 설치돼 있었다. 1970년~1980년 구둣방과 구두 수리점이 한 집 건너 들어섰고, 양복을 빼입고 최신 유행의 헤어스타일을 한 멋쟁이들이 이곳에서 맞춤 구두를사 갔다고 한다.

부산 중구 남포동의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돼 있는 극장 소개 패널을 관광객들이 보고 있다.

부산 중구 남포동의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돼 있는 극장 소개 패널을 관광객들이 보고 있다.

기자가 최근 찾아간 엔터테이너 거리는 3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비프 광장에서 구둣방 골목 방향으로 들어서자 연예인 14명의 풋 프린팅이 바닥 중간중간 설치돼 있었다. 일명 ‘추억의 거리’다. 이 가운데 유독 윤제균 감독의 풋 프린팅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 발의 세 번째 발가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 중구청 관계자는 “윤 감독이 군 복무 시절 상처를 입어 발가락 하나가 잘려나갔다고 한다. 감추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윤 감독은 풋 프린팅 제작 요구에 흔쾌히 응해줬다”고 전했다.

부산 중구 남포동 '엔터테이너 거리'에 새겨진 윤제균 영화감독의 풋 프린팅. 이은지 기자

부산 중구 남포동 '엔터테이너 거리'에 새겨진 윤제균 영화감독의 풋 프린팅. 이은지 기자

직진 방향으로 50m가량 걷자 ‘열정의 거리’가 나타났다. 이곳은 첨단기술을 만나볼 수 있는 구간이다. 5m높이의 'ㄱ'자 모양으로 된 가로등 14개가 양쪽에 세워져 있었다. 성인 눈높이 지점에 액정 화면이 있고, 바로 아래에 박혀 있는 스타의 핸드 프린팅에 손을 갖다 대자 인터뷰 영상이 재생됐다.

정용화

정용화

최근 웰메이드 드라마로 마니아층에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더 패키지’ 주연을 맡은 정용화(밴드 ‘씨앤블루’의 멤버이기도 하다)의 핸드 프린팅에 손을 갖다 댔다. 웃는 모습으로 나타난 정용화는 “20년 가까이 부산에서 살면서 클라리넷과 기타, 피아노를 배웠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며 “산과 바다, 즐길 거리와 맛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부산은 ‘대형마트다’”라고 외쳤다.

왼쪽으로 꺾어 또 다른 골목길로 들어서자 ‘문화예술의 거리’가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때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 지어졌던 ‘부산극장’과 ‘동아극장’, ‘문화극장’의 스토리가 적힌 패널이 발길을 잡았다. 찬찬히 읽고 나니 부산국제영화제가 탄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500개의 도자기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도자기 타일에는 사람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kbs1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부산 시민들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로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돼 있다. 이은지 기자

kbs1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부산 시민들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로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돼 있다. 이은지 기자

국내 최장수 가요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부산시민들이라고 한다.
부산 중구청 관계자는 “부산 시민 누구나 엔터테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6.25 직후 송해 씨가 부산에서 수많은 공연을 하며 부산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점을 감안해 전국노래자랑을 타깃으로 타일벽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이너 거리의 화룡점정은 거리 맨 끝부분에 조성된 광복 쉼터다. 버스킹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원형 무대가 조성돼 있고, 한 쪽에는 음악다방이 설치돼 있다. ‘잘 있거라 부산항’,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15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에 사는 김준태(70) 씨는 “몇 달 전만 해도 버려져 있던 공간이었는데 공연장처럼 바뀌어서 놀랐다”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음악다방을 설치한 것도 너무 신기하다”며 흡족해했다.

부산 중구 남포동의 '엔터테이너 거리'에 조성된 음악다방에서 한 관광객이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중구 남포동의 '엔터테이너 거리'에 조성된 음악다방에서 한 관광객이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엔터테이너 거리 조성을 총괄한 부산 중구청 장인철 문화관광과장은“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뒷골목이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부산 출신 연예인들의 도움을 받아 엔터테이너 거리를 조성했다”며 “이곳에서 추억을 되새기고, 낭만을 즐겨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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