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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승 약속 지켜 기쁘다" 활짝 웃은 난민 복서 이흑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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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KO로 이기고 싶었는데 약속을 지켜 기쁘다." 카메룬 난민 복서 이흑산(34·춘천아트체)이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레프트 스트레이트 한 방으로 일본 선수를 때려눕혔다.

&#39;안면적중&#39;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카메룬 복싱 국가대표 출신의 난민 프로복서 이흑산(춘천 아트복싱)이 2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복싱메니지먼트 코리아 한일 국제전 및 한국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서 일본 바바 가즈히로의 안면을 적중하고 있다. 이흑산은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카메룬 복싱 대표로 참가했다가 망명 신청을 한 뒤 올해 7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7.11.25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9;안면적중&#39;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카메룬 복싱 국가대표 출신의 난민 프로복서 이흑산(춘천 아트복싱)이 2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복싱메니지먼트 코리아 한일 국제전 및 한국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서 일본 바바 가즈히로의 안면을 적중하고 있다. 이흑산은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카메룬 복싱 대표로 참가했다가 망명 신청을 한 뒤 올해 7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7.11.25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흑산은 25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바바 가즈히로(25·일본)과 경기에서 3라운드 KO승을 거뒀다. 이흑산은 5승(3KO) 1무를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두 선수 모두에게 첫 국제전이었다. 이흑산은 지난해 프로 링에 뛰어든 뒤 한국 선수들만 상대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바바도 6승(3KO) 5패 2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모두 일본 선수와의 대결이었다. 이흑산은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복싱M) 웰터급(69.85kg) 챔피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웰터급(66.67㎏)으로 체급을 낮췄다. 데뷔 후 처음으로 태극 무늬가 그려진 트렁크(복싱 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흑산은 키 1m80㎝에 양팔 길이 187㎝라는 뛰어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반면 이흑산보다 10㎝ 가량 작은 바바는 접근전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했다. 왼손잡이인 이흑산은 원투 스트레이트로 거리를 벌리며 포인트를 따낸 채 1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바바의 거센 공세가 이어졌다. 바바는 이흑산을 코너로 밀어붙이며 쇼트 어퍼를 연달아 때렸다. 이흑산의 안면에도 펀치를 적중시켰다. 바바가 넘어지긴 했지만 슬립다운이었다. 거리가 좁혀지는 바람에 이흑산의 공격도 위력을 잃었다.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이흑산씨가 24일 오후 서울 번동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이흑산씨가 24일 오후 서울 번동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승패는 3라운드 중반 한 방으로 갈라졌다. 이흑산은 링 중앙에서 힘있는 어퍼컷과 훅을 날렸다. 그리고 레프트가 정확하게 바바의 턱에 적중됐다. 큰 충격을 받은 바바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심판의 카운트는 10에 도달했다. 이흑산과 이경훈 춘천아트체육관 관장은 얼싸안고 승리를 만끽했다. 경기 뒤 만난 이흑산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KO로 이기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지켜 매우 좋다"고 웃었다. 그는 "1~2라운드에선 일본 선수가 강하게 나왔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상대의 펀치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상대를 본 뒤 턱에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일어나지 못하리라 확신했다"고 웃었다. 그는 "많은 한국 사람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응원해 줘 기뻤다. 정말 감사하다. 나는 카메룬 코리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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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흑산은 카메룬 출신이다. 이흑산이 태어난 카메룬은 35년째 독재자가 통치하고 있는 국가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가난했던 그는 생계를 위해 복싱선수로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그는 월급도 주지 않고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 결국 2015년 8월 무주에서 벌어진 세계 군인선수권대회에 카메룬 대표로 참가했을 때 탈영했다.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해 추방의 공포에 시달렸던 그는 프로복서로 조금씩 꿈을 키웠다. 이경훈 관장의 지도를 받아 국내 프로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올해 5월에는 4전 만에 한국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 7월에는 마침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8월 1차 방어에도 성공했다.

&#39;이제 시작일뿐&#39;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카메룬 복싱 국가대표 출신의 난민 프로복서 이흑산(춘천 아트복싱)이 2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복싱메니지먼트 코리아 한일 국제전 및 한국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서 일본 바바 가즈히로를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 이흑산은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카메룬 복싱 대표로 참가했다가 망명 신청을 한 뒤 올해 7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7.11.25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9;이제 시작일뿐&#39;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카메룬 복싱 국가대표 출신의 난민 프로복서 이흑산(춘천 아트복싱)이 25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복싱메니지먼트 코리아 한일 국제전 및 한국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서 일본 바바 가즈히로를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 이흑산은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카메룬 복싱 대표로 참가했다가 망명 신청을 한 뒤 올해 7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7.11.25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흑산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황현철 복싱M 대표는 "이흑산과 한국 웰터급 최강전 우승자 정마루(30)가 내년 4월 WBA 아시아 타이틀매치를 치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정마루가 다음달 일본 랭킹 1위인 재일교포 복서 윤문현과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큰 무리 없이 둘의 대결이 치러진다.

이경훈 관장은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흑산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자신의 체급에서 스파링 상대도 찾기 어려웠다. 항상 자신보다 몇 체급 위 선수들과 싸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오늘 경기 승리가 의미있는 건 웰터급으로 체급을 낮춰서 싸운 첫 승리라는 점이다. 이흑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체급이다. 정마루를 이겨 아시아 벨트를 차지하면 세계랭킹에 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지금은 신체적 조건에 비해 기술이 부족한데 남은 시간 좀 더 가다듬어 그 곳까지 도달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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