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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상을 ‘종교’ 로 진화시킨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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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 학습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4일 폐막한 19차 전국 대표 대회(당 대회) 공부입니다. 과목은 ‘시진핑 사상.’ 이번 당 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당장에 삽입됐지요. 향후 중국 공산당의 행동 지침입니다.

학습은 요란합니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기업, 심지어 민영기업까지 시진핑 사상 열공 모드입니다. 초등학교 5~6학년의 교과서에까지 시진핑 사상이 들어간다고 하니 이 정도면 사상을 넘어 성경(?) 공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 전역에 시진핑 사상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 중국 공산당 홈페이지]

중국 전역에 시진핑 사상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 중국 공산당 홈페이지]

학습 진행과 강의는 지난 11월 1일 구성된 ‘중앙 선강단(中央宣講團)’이 맡습니다. 선강단에는 천민얼 충칭시 서기와 양샤오두 중앙기율위 부서기, 황쿤밍 정치국원 겸 중앙선전부장 등 36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황쿤밍(黃坤明·61) 부장입니다. 공산당의 대내외 선전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엄청난 자리지요. 시진핑 사상이 어떻게 중국 사회에 뿌리내리느냐는 시진핑 권력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시 주석의 신뢰가 없으면 맡을 수 없는 자리라는 얘기입니다.

황은 푸젠(福建) 성 상항(上杭) 출생입니다. 그래서 공직 생활도 푸젠을 떠나 말할 수 없습니다. 무려 22년간(1977~1999년) 고향에서 일했습니다. 한데 이 중 17년간 시진핑 주석과 같이 혹은 바로 옆 동네에서 공직생활을 했습니다. 시 주석은 1985~2002년 푸젠성에서 근무하며 훗날 대권을 위한 자기 사람을 길렀지요. 그리고 2012년 말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자마자 푸젠성에서 인연을 맺었던 측근들을 하나둘씩 중앙 정치 핵심 자리로 끌어올렸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2013년 선전부 부부장으로 발탁된 황쿤밍입니다. 소위 말하는 시자군(習家軍·시진핑 측근 그룹) 중 푸젠방(푸젠성 출신 시진핑 측근 세력)의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푸젠성을 괜히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저장성 서기 시절 시진핑 주석(좌)과 황쿤밍(중앙) [사진 저장 온라인]

저장성 서기 시절 시진핑 주석(좌)과 황쿤밍(중앙) [사진 저장 온라인]

황은 1977년 고향인 상항의 농촌 청년대의 문서 지기를 했습니다. 신문과 책 등 도서 관리를 담당했는데 어릴 적부터 독서를 좋아해 자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대학입시가 부활하자 푸젠 사범대 교육학과에 입학합니다. 1985년 졸업과 동시에 그는 푸젠성 룽옌(龍巖) 지역 당지부 간부로 공직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때 시진핑 주석이 푸젠성 샤먼(廈門) 시 부시장으로 부임해 오지요. 시 주석과 황 부장이 푸젠성에서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17년간(1985~1999년) 룽옌시에서 근무하며 시장까지 지낸 황의 탁월한 행정 능력을 시 주석이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1999년 황 부장은 저장성 후저우(湖州) 시 부서기로 영전해가는데 당시 푸젠성 대리 성장이었던 시 주석의 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 주석은 2002년 저장성 부서기로 임지를 옮기는데 취임 후 황 부장을 통해 저장성 현장에 대한 실무 파악을 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2007년엔 아예 황을 저장성 선전부장으로 끌어와 자신에 대한 선전과 성의 정책 홍보라는 중책을 맡깁니다. 오늘날 그의 당 중앙 선전부장 자리는 자장성에서부터 잉태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장성 자싱(嘉興) 시 서기와 선전부장을 하던 시절 그는 시진핑의 모교인 칭화대학에 입학해 공공 관리학 박사학위(2005~2008년)까지 받습니다. 이 역시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였던 시 주석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모든 둘 관계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11월 16일 베이징에서는 ‘국제 싱크탱크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31개 국가 싱크탱크 학자와 정부 요인 등 240여 명이 참석했지요. 이 자리에서 황 부장은 의미 있는 강연을 합니다. 제목은 ‘중국의 새로운 항로와 세계 발전의 기회’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면서 중국 발전은 전면적이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무장해 전면적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신시대의 중국 발전은 세계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바라건대 세계 각국 싱크탱크들은 중국 공산당을 더 깊이 연구하고 (공산당과) 교류를 더 심화하며 더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했으면 한다.

시진핑 시대 새로운 중국이 세계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제 미국이 아닌 중국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선언일 수도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가 끝나고 그랬지요. “중국은 서구식 발전 모델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요.  이 정도면 세계를 향해 “시진핑 사상을 따르라. 아니면 망하리라”라는 경고나 다름없습니다.

저장성 선전부장 시절 네티즌들을 상대로 정책을 홍보하는 황부장[사진 저장 온라인]

저장성 선전부장 시절 네티즌들을 상대로 정책을 홍보하는 황부장[사진 저장 온라인]

그의 시진핑 신봉은 거의 종교적 수준입니다. 시진핑 총 서기를 공산당의 핵심으로 받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가장 먼저 말하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이가 바로 그지요. 2016년 10월 말, 18차 당대회 6중 전회가 끝나고 발표된 공보에서는 처음으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지요. 바로 황 당시 선전부 부부장이 앞장서 만든 시진핑 중심의 1인 지배 체제입니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한층 강화된 ‘시진핑 1인 지배체제’는 황이 주도하고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 핵심’이라는 말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는 6중 전회 후 기자 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한 개의 국가, 한 개의 정당, 그리고 영도를 핵심으로 하는 지배체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 당의 고귀한 경험이며 깊이 체득해 알고 있다. 우리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사업을 완성하려면 반드시 한 개의 핵심이 필요하며 시진핑 총서기에게 핵심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황 부장을 시진핑 사상, 아니 시진핑 종교의 열렬한 신도라 부를만합니다. 시진핑의 자신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종교적 신념과 행동으로 갚고 있는 셈입니다.

황 부장의 부인 추핑 [사진 저장성 연초총공사]

황 부장의 부인 추핑 [사진 저장성 연초총공사]

황 부장의 부인은 추핑(邱萍) 저장성 연초총공사(烟草總公司) 총 경리입니다. 저장성 연초전매국 국장도 지냈지요. 한 마디로 저장성 담배 산업을 총괄입니다. 남편이 영도자 반열인 정치국원인데 부인은 인구 5500만 명인 저장성의 담배 전매권을 좌우하는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권력의 집중인지 권력의 효율성인지 좀 헷갈립니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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