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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르포]전세계 3000마리뿐인 겨울철새 두루미떼 겨울나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1일 오후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이북의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빙애여울. 폭 300여 m의 광활한 강폭 가장자리는 살얼음이 얼어있고, 눈이 쌓인 빙판도 눈에 띈다.
중앙일보 기자는 지역 환경전문가와 함께 최근 겨울철새인 두루미가 돌아오기 시작한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를 찾아가봤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뚜르루 뚜르루∼”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10여 마리가 무리 지어 빙애여울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두루미의 모습은 연하장에서나 흔히 보는 멋스러운 사진 속 모습과 같았다. 가족으로 보이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4마리도 무리를 이룬 채 강 위를 날아 빙애여울로 찾아들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두루미들은 빙애여울 상공을 선회하며 내려앉을 곳을 살피다가 양 날개를 곧게 편 채 원을 그리듯 활강하며 사뿐히 강가에 내려앉았다. 살얼음이 언 강가에 모여든 두루미는 수심 10㎝ 정도의 물속을 헤치며 먹이활동을 벌였다.
현장을 안내한 이석우(59)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두루미가 다슬기와 작은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강 빙애여울, 장군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빙애여울, 장군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두루미 한 마리가 수심 20㎝ 정도의 보다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 몸을 엎드려 온몸에 물을 적신 뒤 힘찬 날갯짓을 하며 목욕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부 두루미는 주변 자갈밭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연신 자갈밭을 부리로 뒤지는 모습이었다. 빙애여울과 맞닿은 산기슭의 율무밭에서도 두루미 30여 마리가 발견됐다. 두루미 무리는 추수가 끝난 율무밭 바닥을 헤치며 밭에 떨어진 율무를 먹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주변 율무밭. 두루미들이 율무밭에서 먹이활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주변 율무밭. 두루미들이 율무밭에서 먹이활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빙애여울에 두루미가 월동을 위해 시베리아 등지에서 돌아온 것은 지난 12일부터. 현재 두루미와 재두루미 70여 마리가 목격되고 있다. 대부분 두루미이고, 재두루미는 4마리만 확인된 상태다.
이석우 대표는 “전국의 두무리 월동지는 재두루미도 함께 도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빙애여울 만큼은 70% 정도를 두루미가 차지하는 특별한 장소”라고 소개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그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민통선 내의 조용한 자연환경이 상대적으로 재두루미보다 더 주변 환경에 예민한 두루미가 살기 알맞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빙애여울 주변엔 율무밭도 넓게 조성돼 있어 율무를 주요 먹이로 삼는 두루미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빙애여울 주변에는 다음 달 말이면 두루미 200여 마리 돌아와 내년 3월까지 겨울을 날 전망이라고 한다. 빙애여울은 깊이가 10~30㎝로 얕고 물살도 빨라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장소여서 두루미의 월동지가 되고 있다. 두루미는 강가에서 다슬기와 작은 물고기 등 먹이를 잡아먹고 물도 마시고,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잠도 잔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통선 내 장군여울. 군남대 담수로 여울이 사라지면서 두루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통선 내 장군여울. 군남대 담수로 여울이 사라지면서 두루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이곳에서 1㎞ 하류인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원래 이곳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빙애여울 보다 두루미가 많이 월동하던 장소였다. 하지만 이날 두루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석우 대표는 “이는 인근 지역 임진강 하류에 있는 군남댐에서 2012년 말부터 부분적으로 겨울철 담수를 해오면서 여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이런 영향 탓인지 장군여울 옆 강가에 망원경을 갖추고 설치된 두루미 관찰대에는 찾아온 관광객이 아무도 없었다.
이석우 대표는 “군남댐의 담수로 장군여울이 사라진 여파로 빙애여울에서 4㎞ 전방 지역인 남북이 군사적으로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주변에 위치한 DMZ(비무장지대) 여울에서 수십여 마리의 두루미 무리가 월동중인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앞서 군남댐을 관리하는 K워터(한국수자원공사) 군남운영센터는 내년 5월 14일까지 예정으로 지난달 16일부터 담수를 시작했다. 현재 총 저수량(7160만t)의 5.6%인 400만t을 담수했다.
군남운영센터 관계자는 “두루미 월동지 보호를 위해 두루미가 월동지를 떠나는 내년 3월 중순부터 계획된 담수량(총 저수량의 20%, 1430만T)을 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센터 측은 대신 하류의 하천 기능 유지를 위해 하루 100만t의 물은 방류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겨울에는 북한 당국이 임진강 물의 3분의 2를 예성강 발전소 방면으로 돌리는 탓에 물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며 “겨울철 안정적인 용수 확보와 봄철 가뭄에 대비해 담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들이 여울에서 월동 중이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이에 대해 조류 전문가는 우려를 표했다.
백운기 한국조류학회 부회장은 “천적을 피해 여울에서 잠자고 먹이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습지 동물이자 세계적 희귀조류인 두루미 보호를 위해 겨울을 지낸 뒤 3월부터 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담수가 불가피하다면 두루미의 주요 월동 장소인 임진강 여울 2곳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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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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