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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먹는 것은 뭐든지 음료로 만든다…베버리지 컨설턴트 김영하씨

중앙일보

입력

토탈 음료 컨설팅을 하는 사람은 국내에 자신뿐이라고 자부하는 김영하씨와 잠시 앉아 있으면서 9가지 음료 만드는 걸 보고 직접 마시면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설명을 들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밥을 안 먹어도 될 만큼 배가 불렀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리얼 라테, 비스킷 라테, 비스킷 스무디, 청포도 스무디, 식빵 스무디, 따뜻한 시리얼 라테(갈색 찻잔), 목련꽃차, 사과차.

토탈 음료 컨설팅을 하는 사람은 국내에 자신뿐이라고 자부하는 김영하씨와 잠시 앉아 있으면서 9가지 음료 만드는 걸 보고 직접 마시면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설명을 들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밥을 안 먹어도 될 만큼 배가 불렀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리얼 라테, 비스킷 라테, 비스킷 스무디, 청포도 스무디, 식빵 스무디, 따뜻한 시리얼 라테(갈색 찻잔), 목련꽃차, 사과차.

음식점이 아니라 음료와 사람 얘기를 하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식재료를 가지고 별별 마실 거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 음료 디자이너라 할까, 음료 설계자라고 할까? 그의 명함을 보면 이 사람은 직업이 대체 뭘까 궁금해진다. ‘BEVERAGE ACADEMY / Consultant, Advisor / 김영하’라고 씌어있기 때문이다. 다른 쪽에는 ‘BEVERAGE ACADEMY / drink without prejudice’이라고 적어놨다.


잠시 뚝딱하면 세상에 없던 음료 만들어
지난 늦여름 단골 주점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주점 주인과 같은 부산 출신으로 서로 가까운 듯했다. 내가 술을 마시고 있는 사이 그는 주인의 요청에 따라 몇 가지 음료를 내게 만들어줬다. 카운터 좌석에 혼자 앉아 뭘 하는 것 같지도 않게 앉아 있었는데 여름 과일 몇 가지를 섞어 아주 시원한 음료를 금방 만들어냈다. 어디서도 먹어본 적이 없는 상큼하고 청량한 음료였다.

지난 15일 주점에서 우연히 만난 김영하씨가 구운 귤에 설탕을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따뜻한 음료를 만들고 있다.

지난 15일 주점에서 우연히 만난 김영하씨가 구운 귤에 설탕을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따뜻한 음료를 만들고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지난 15일 그 주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낮에 회사 신사옥 기공식에 참석하느라 강바람 몰아치는 빈터에 1시간가량 앉아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콧물을 훌쩍거렸다. 그는 도움이 될 만한 음료를 만들겠다며 주방으로 갔다. 잠시 후 사발에 따뜻한 물과 껍질을 벗기지 않은 귤 하나를 담아 가지고 와서 수저로 귤을 으깨더니 마시라고 줬다. 껍질까지 다 먹으라고 했다. 귤을 생으로 먹는 것보다 신맛도 단맛도 더 강렬했다. 껍질의 쓴맛도 거의 사라졌다.

신기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봤다. 귤을 불에 살짝 구워서 그릇에 담고, 귤 위에 설탕을 한술 올린 다음 따뜻한 물을 부었다고 한다. 윤기 나게 코팅한 귤만 아니면 아무거나 씻어서 해도 된다 하니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가. 게다가 감기가 온다 싶을 때 만들어 마시면 효과도 있다니. 그 덕인지, 술 덕인지 내 감기 기운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김영하씨의 개인 작업실 겸 음료 실험실 한쪽 벽에는 각종 향료 병이 그득하다.

김영하씨의 개인 작업실 겸 음료 실험실 한쪽 벽에는 각종 향료 병이 그득하다.

2개 면을 유리벽으로 만든 김영하씨의 실험실을 밖에서 본 모습. 애니메이션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의 실험실이 떠올랐다.

2개 면을 유리벽으로 만든 김영하씨의 실험실을 밖에서 본 모습. 애니메이션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의 실험실이 떠올랐다.

가가멜 연구실 분위기 회사 절반은 서고
‘베버리지 아카데미’라는 서비스 컨설팅 업체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 김영하(37)씨. 그가 궁금해 지난주 금요일(17일) 저녁 퇴근길에 그의 회사(서울 강남구 삼성로72길 5 지하 1층/전화 010-8472-8910/이메일 mixdrink@naver.com/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beverageacademy)로 찾아갔다. 회사는 애니메이션 ‘스머프’에 나오는 마녀 같은 연금술사 가가멜의 연구실을 연상시켰다.

김영하씨의 집무실 겸 연구실에는 음료·과일·빵에 대한 책이 가득하다. 중요한 책은 자택에 있는데 합하면 장서가 5000권 넘는다고 한다.

김영하씨의 집무실 겸 연구실에는 음료·과일·빵에 대한 책이 가득하다. 중요한 책은 자택에 있는데 합하면 장서가 5000권 넘는다고 한다.

가정에서 손쉽게 따뜻한 차를 만들어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나의 핫드링크 노트』라는 책을 권하며 일본어 원서와 한글 번역본을 보여주고 있다.

가정에서 손쉽게 따뜻한 차를 만들어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나의 핫드링크 노트』라는 책을 권하며 일본어 원서와 한글 번역본을 보여주고 있다.

지하층의 방 하나는 3면이 책. 한국 책보다 외국 서적이 많았다. 중국·일본·미국·유럽·러시아·태국·말레이시아까지. 진짜 읽는 책인지 물으니 주요 언어는 읽을 수 있고, 동남아 책도 키워드 정도는 알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일본 프티그랑 퍼블리싱 편 『세계의 핫 드링크 노트』를 권했다. 한국어판은 원본에 없던 한국 유자차를 추가해 『나의 핫 드링크 노트』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겨울에 따뜻한 음료를 집에서 만들어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작지만 알찬 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방 하나는 3.5면이 음료 재료와 도구들로 가득하다. 연구실 겸 실험실 겸 강의실이었다.

일본 프티그랑 퍼블리싱에서 엮은 『나의 핫드링크 노트』 원서(왼쪽)와 한글판.

일본 프티그랑 퍼블리싱에서 엮은 『나의 핫드링크 노트』 원서(왼쪽)와 한글판.

한글판 『나의 핫 드링크 노트』에는 원서에 없는 차 하나를 한국 독자를 위해 추가했다. 영어로 표기한 차 이름 ‘유자’를 일본어나 영어로 하지 않고 한글 음대로 ‘Yuza’라고 표기했다.

한글판 『나의 핫 드링크 노트』에는 원서에 없는 차 하나를 한국 독자를 위해 추가했다. 영어로 표기한 차 이름 ‘유자’를 일본어나 영어로 하지 않고 한글 음대로 ‘Yuza’라고 표기했다.

자리에 앉자 목련꽃차를 권했다. 꽃잎을 발효해서 말렸다는데 차의 꽃 향이 생화보다 진했다.

자리에 앉자 목련꽃차를 권했다. 꽃잎을 발효해서 말렸다는데 차의 꽃 향이 생화보다 진했다.

몇 가지 과일과 과자·우유가 테이블에 준비돼 있었다. 가정에서 손쉽게 음료 만드는 방법 몇 가지를 알려 달라고 사전에 부탁했다. 자리에 앉자 목련꽃차를 권했다. 발효해서 말린 목련 꽃잎을 뜨거운 물로 우린 차다. 쓴맛은 빠지고 생화일 때보다 향이 더 진하게 올라왔다. 그는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음료로 만들 수 있다”며 필러(peeler)로 모과를 저미기 시작하더니 입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설명을 하면서도 6가지 음료를 금세 만들어냈다.

다른 벽에는 음료 실험 도구와 각종 감미료가 있고 가운데 작업대가 있다. 지난 17일 저녁 찾아간 나에게 음료 만드는 걸 보여주고 시음하도록 하려고 여러 가지 재료를 준비해뒀다. 이곳에서는 한 번에 4명 정도 수강생에게 수업을 하기도 한다.

다른 벽에는 음료 실험 도구와 각종 감미료가 있고 가운데 작업대가 있다. 지난 17일 저녁 찾아간 나에게 음료 만드는 걸 보여주고 시음하도록 하려고 여러 가지 재료를 준비해뒀다. 이곳에서는 한 번에 4명 정도 수강생에게 수업을 하기도 한다.

사과차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필러로 모과를 저미는 김영하씨.

사과차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필러로 모과를 저미는 김영하씨.

저민 모과를 잘게 채 쳤다. 표면적이 넓어야 맛과 향이 잘 우러난다.

저민 모과를 잘게 채 쳤다. 표면적이 넓어야 맛과 향이 잘 우러난다.

사과를 숭덩숭덩 잘라 4분의 1은 얇게 저미고 나머지는 블렌더로 간다.

사과를 숭덩숭덩 잘라 4분의 1은 얇게 저미고 나머지는 블렌더로 간다.

사과를 갈려고 블렌더에 담았다. 갈기 전에 설탕을 과일 무게 절반 정도 넣어야 한다.

사과를 갈려고 블렌더에 담았다. 갈기 전에 설탕을 과일 무게 절반 정도 넣어야 한다.

사과를 곱게 간 상태.

사과를 곱게 간 상태.


사과 음료(차·에이드) 베이스
▷모과 절반을 필러로 얇고 길게 저며 잘게 채 친다. 표면적이 넓을수록 즙이 빨리 우러난다.
▷사과 2개를 준비해 4분의 1개를 얄팍얄팍 썬다. (사과를 얇게 써는 양은 취향에 따라 가감).
▷남은 사과는 씨 부분을 제거하고 숭덩숭덩 잘라 블렌더에 간다.
▷과일 음료에는 껍질이 꼭 들어가야 한다. 향이 주로 껍질에서 나온다.
▷설탕은 과일을 갈 때 일부 넣고, 갈아서 모과와 혼합할 때 마저 넣는다. 과일에 설탕을 직접 뿌리면 삼투압 작용으로 수분이 빠지면서 맛과 향도 빠진다. 설탕물을 뿌리면 그렇지 않다. 과즙에 설탕이 녹으면 문제가 해결되므로 과일을 갈면서 설탕을 섞는다. 백설탕을 써야 과일 향이 잘 살아나고 맛이 상큼하면서 깨끗하다. 흑설탕은 점도와 자체 향이 있어 과일 향을 상쇄하고 음료가 끈적일 수 있다.
▷썰어둔 모과와 사과에 설탕을 뿌린다. 설탕량은 사과처럼 수분이 많으면 과일의 120%, 모과처럼 수분이 적으면 80% 무게를 넣는다.

블렌더로 간 사과에 저미고 채 친 사과·모과와 과일 무게 절반 정도의 설탕을 넣고 버무린 다음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1주일쯤 넣어두면 주스와 청의 중간상태로 숙성된다.

블렌더로 간 사과에 저미고 채 친 사과·모과와 과일 무게 절반 정도의 설탕을 넣고 버무린 다음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1주일쯤 넣어두면 주스와 청의 중간상태로 숙성된다.

▷사과 간 것과 썰어둔 사과·모과를 섞어 버무린다. 모과는 사과 향을 더해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과·사과는 친척 나무로 보인다. 향으로만 보면 가까운 친척이다. 일반적으로 모과 청을 만들 때 두어 달씩 묵히는데 너무 길다. 설탕과 1:1로 담글 경우 15~30일 뒤에 걸러야 향이 좋다. 사과 향이 많이 난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1주일 두면 사과 청·주스의 중간 상태가 된다.

갈고 저미고 채 친 사과와 모과를 설탕에 버무린 다음 바로 마시려면 몇 분만 뒀다가 끓는 물을 부으며 망으로 걸러서 마시면 사과 차가 된다. 탄산수로 하면 사과 에이드가 된다.

갈고 저미고 채 친 사과와 모과를 설탕에 버무린 다음 바로 마시려면 몇 분만 뒀다가 끓는 물을 부으며 망으로 걸러서 마시면 사과 차가 된다. 탄산수로 하면 사과 에이드가 된다.

뜨거운 물을 부으며 걸러 완성된 따듯한 사과 차. 모과가 들어갔지만 모과 향은 느끼기 어렵다.

뜨거운 물을 부으며 걸러 완성된 따듯한 사과 차. 모과가 들어갔지만 모과 향은 느끼기 어렵다.

▷덜어서 물에 타면 음료가 된다. 따뜻한 물에 타면 사과 차, 탄산수에 타면 사과 에이드가 된다.
▷망으로 부유물을 거르면 더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급하면 만들자마자 열처리해 마셔도 된다. 물에 풀어서 끓이고 거른다.

시리얼 라테를 만들기 위해 시리얼·초코칩쿠키·설탕·우유를 블렌더에 담았다.

시리얼 라테를 만들기 위해 시리얼·초코칩쿠키·설탕·우유를 블렌더에 담았다.

시리얼 라테의 재료를 모두 넣고 블렌더로 가는 모습.

시리얼 라테의 재료를 모두 넣고 블렌더로 가는 모습.


아침 잘 안 먹는 아이들을 위한 시리얼 라테(400mL 기준. 이하 같음)
▷시리얼 50~60g, 우유 250mL, 초코칩쿠기 1개(20g 미만)를 넣는다.
▷시리얼이 무가당 제품이면 설탕을 10~20g 넣는다.
▷우유는 음료가 만들어졌을 때 빨대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적절히 가감한다.

완성된 시리얼 라테. 입자가 조금 씹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약간 덜 갈아 마시면 된다.

완성된 시리얼 라테. 입자가 조금 씹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약간 덜 갈아 마시면 된다.

▷블렌더에 갈면 걸쭉하고 단 죽처럼 된다. 우유에 미숫가루 탄 것과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부드럽게 먹고 싶으면 갈기 전에 우유가 스미도록 몇 분 기다린다. 입자가 조금 느껴지는 걸 좋아하면 바로 간다.

시리얼 라테를 가열한 다음 걸러 따뜻한 라테로 만들었다. 암죽이나 응이처럼 부드러운 유동식이다.

시리얼 라테를 가열한 다음 걸러 따뜻한 라테로 만들었다. 암죽이나 응이처럼 부드러운 유동식이다.

▷시리얼 라테를 데워서 망으로 걸러 보온이 잘 되는 찻잔에 마시니 암죽(곡식이나 밤의 가루로 묽게 쑨 죽)이나 응이(녹말을 물에 풀어 쑨 죽)가 연상되는, 부드러운 죽 맛이 났다. (※“죽이나 수프는 음료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그의 오랜 화두다.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비스킷 라테를 만들려고 과자 ‘다이제스트’ 9개를 블렌더에 넣었다.

비스킷 라테를 만들려고 과자 ‘다이제스트’ 9개를 블렌더에 넣었다.

완성된 비스킷 라테.

완성된 비스킷 라테.

시원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비스킷 라테에 얼음을 20g 정도 넣고 갈면 비스킷 스무디가 된다.

시원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비스킷 라테에 얼음을 20g 정도 넣고 갈면 비스킷 스무디가 된다.


아이들이 좋아할 아침 대용식 비스킷 라테
▷비스킷 50~60g(‘다이제스트 9개), 우유 250g을 넣는다.
▷과자 자체가 달기 때문에 설탕은 10g 미만만 넣고 블렌더에 간다.
▷시원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얼음 20g을 넣고 간다. 그러면 비스킷 스무디가 된다.

식빵 스무디를 만들기 위해 식빵을 4조각으로 찢어 넣고 땅콩잼을 가미하고 있다.

식빵 스무디를 만들기 위해 식빵을 4조각으로 찢어 넣고 땅콩잼을 가미하고 있다.

식빵 스무디를 만들려고 블렌더에 식빵·땅콩잼·얼음·설탕을 넣은 다음 우유를 붓고 있다.

식빵 스무디를 만들려고 블렌더에 식빵·땅콩잼·얼음·설탕을 넣은 다음 우유를 붓고 있다.

완성된 식빵 스무디.

완성된 식빵 스무디.

어른을 위한 아침 대용식 식빵 스무디
▷식빵 2장을 각각 4조각으로 찢어 넣고 땅콩 잼 5g을 넣는다. 땅콩 잼이 많이 들어가면 향이 너무 진해진다.
▷설탕 40g, 얼음 200g, 우유 150mL를 함께 넣고 블렌더로 간다.
▷익힌 밀가루가 주재료여서 식사 대용으로 좋다. 맛도 부드럽다.

귤을 갈아 스무디를 만드는 과정. 귤 4개 중 1개는 껍질째 넣어야 한다.

귤을 갈아 스무디를 만드는 과정. 귤 4개 중 1개는 껍질째 넣어야 한다.

완성된 귤 스무디. 껍질이 일부 들어갔지만 쓴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완성된 귤 스무디. 껍질이 일부 들어갔지만 쓴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감기 예방에 좋은 귤 스무디
▷보통 크기 귤 3개는 껍질을 벗기고 1개는 껍질째 넣는다.
▷설탕은 20~30g(귤 자체의 당도에 따라 적당히 가감), 얼음 150~200g을 넣고 블렌더로 간다.
▷향이 진하고 맛은 청신한데, 껍질이 들어가서 그렇다. 감기가 오려고 할 때 마시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귤껍질은 예로부터 진피(陳皮)라 하여 한약재로 쓰였다. 성질이 따뜻하며 기침·가래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흔히 보이는 스무디는 얼음이 들어가는 프로즌 스무디다. 스무디는 흔하지만 실은 가장 차원이 높고 어려운 음료다. 그리고 웬만한 재료로 다 만들 수 있다. 스무디는 반(半)고체 에멀션(emulsion) 상태다. 서로 녹지 않는 두 가지 액체가 섞일 때 한편이 다른 쪽에 작은 입자 형태로 분산된 상태를 말한다. 완전 혼합이 아니기 때문에 배합이 자유롭다. 일반 음료는 완전 액체다. 귤껍질은 물에 뜨는데 스무디로 만들면 뜨지 않는 이유는 얼음 알갱이가 섞인 물 안에 있기 때문이다.)

청포도 스무디를 만들고 있다. 씨 없는 청포도에 청포도 맛이 나는 사탕 2개가 들어갔다. 포도 알은 갸름한데 동그랗기만 한 2개가 사탕이다.

청포도 스무디를 만들고 있다. 씨 없는 청포도에 청포도 맛이 나는 사탕 2개가 들어갔다. 포도 알은 갸름한데 동그랗기만 한 2개가 사탕이다.

청포도·사탕·설탕을 넣고 갈기를 마친 청포도 스무디.

청포도·사탕·설탕을 넣고 갈기를 마친 청포도 스무디.

완성된 청포도 스무디.

완성된 청포도 스무디.


청포도 스무디
▷청포도 과육 200g을 준비한다. 포도는 씨가 없어야 한다. 씨가 있으면 제거한다. 씨 있는 포도가 당도·향은 더 좋다.
▷얼음 220g, 청포도 맛 사탕 2개(10g), 설탕 40g을 넣고 블렌더로 간다.
▷사탕의 인공향료 냄새가 싫으면 하나만 넣고 대신 설탕을 그만큼 더 넣는다. 과일 스무디를 만들 때 같은 과일 맛 사탕을 넣으면 맛이 향상된다. 복숭아·자두 스무디에는 자두 맛 사탕을 넣으면 된다.

과일 음료를 만들 때 과일 맛이 나는 사탕은 유용하다. 그의 실험실에 사탕이 준비돼 있는 까닭이다.

과일 음료를 만들 때 과일 맛이 나는 사탕은 유용하다. 그의 실험실에 사탕이 준비돼 있는 까닭이다.

음료 레시피 만들어 공급한 매장 300여 곳
그가 기업·업소에 납품한 음료 레시피는 매장 수 기준 300건쯤 된다. 프렌차이즈 본사가 8곳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계약했다. ▷’카페 뎀셀브즈’ 참외 스무디 ▷제주 어느 카페 벚꽃 라테 ▷’밀크티’의 밀크티 ▷’툭툭 누들 타이’ 땡 모 빤(태국식 수박 스무디) ▷제주 ‘커피 파인더’ 참깨 라테 ▷제주 ‘지금 이 순간’ 카페 치즈 크래커 스무디 등이 그의 솜씨다. 계약하면 대개 한 곳에 대표 음료와 10여 가지 추가 레시피가 패키지로 간다. 1~2가지도 물론 있다. 같은 음료의 경우 다른 곳보다 맛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패키지로 할 때 일반 업장은 최소 1500만원,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2배 이상 받는다. 연 매출은 최소 1억, 잘 될 때는 2억원도 올렸다. 그런데 세금 내고, 기물·책 사고, 외국 시장 보러 돌아다니다 보니 통장에 잔고는 늘 없다. 책을 한 달에 200만~300만 원어치씩 산다. 아직도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는 담아놓은 책이 1억4000만 원어치나 남아있다. 마실 것과 관련된 모든 책을 산다. 공부에 해롭다 싶은 책을 살 때도 있다. 해로운 것도 알아야 하니까. 현재 장서가 5000권 넘는다.

책은 외국서적이 많다. 영어·중국어·일어·러시아어 책들이 보인다. 태국·말레이시아 책도 있다.

책은 외국서적이 많다. 영어·중국어·일어·러시아어 책들이 보인다. 태국·말레이시아 책도 있다.

그는 음료에 대해 토탈 컨설팅을 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자신이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업소의 새 메뉴를 만들거나 기존 업소 음료를 컨설팅할 때는 음료를 하루 30잔씩 5회 정도 마신다. 컨설팅은 그렇게 하루면 끝나지만, 메뉴 개발은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음료 토탈 컨설팅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

컨설팅 일이 없을 때는 한 기수에 4명쯤 수강생을 받아 음료 제조에 대한 수업도 진행한다. 하루 6시간씩 3일을 한다. 재료비와 식비를 포함해 수강료는 120만원. 6시간이라고 정했지만 늘 그보다 길어진다. 길게 할 때는 하루 19.5시간을 계속한 적도 있다. 수업 기간을 늘리고 싶어도 컨설팅 일을 해야 하므로 못한다. 수강생 비용 부담도 커진다. 배우고 싶다는 사람도 많지만 수업만 전문적으로 할 여건이 안 돼서 부정기로 개강한다.

여기 시설은 개인 작업과 실험 공간이지 교육장은 아니다. 사업장 명칭이 ‘Beverage Academy’인 것은 학원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카데미(학리)를 기반으로 작업하겠다는 목표를 작명에 반영한 결과다. 세계적으로 음료에 대한 체계적 연구나 정리된 데이터가 없다. 요리는 룰이 확립돼있지만 음료에는 그게 없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진입장벽이나 자격 제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이런 일을 한다는 사람은 많다. 여기서 며칠 배운 것 가지고 가르치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 이름까지 똑같이 쓰는 경우도 봤다. ‘베버리지 아카데미’는 상호등록이 안 돼 있다. ‘아카데미’가 들어가면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하는 수업은 1단계 초심자 과정이다. 이름을 그렇게 해놓으니까 사람들이 무시한다. 그래서 ‘음료 전문가 과정’이라고 바꿨지만 배우는 내용은 가장 기초인 ‘음료의 문법’ 습득 과정이다. 재료별 음료 만드는 방법, 재료 간 배합에 대해 배운다.

구상하고 있는 2단계는 ‘음료 문법’을 실제 적용하는 내용이다. 재료 간 어울리지 않는 틈이 있으면 기술로 보완하는 방법을 배운다. 3단계는 ‘음료의 특수표현’을 익히는 과정으로 모든 예외 상황에 대한 대처를 배운다.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을 보면 2단계 수업은 10년쯤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음료 실무 교육도...완전배합 이해가 핵심
음료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완전혼합에 대한 법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객관적 데이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일의 식물학적 분류부터 따져 들어갔다. 완전혼합은 재료끼리 가장 잘 어울린 상태를 말한다. 샐러드는 채소·드레싱·토핑을 층층이 놓아 먹는데 그걸 씹어 먹으면 맛이 좋다. 하지만 그걸 갈아서 액상으로 완전히 섞이게 하면 맛이 없거나 이상해진다. 음식은 개별 재료가 섞여도 각자 형태를 유지한 채 켜켜이 놓이지만(layer가 있지만) 음료는 완전하게 섞이니까 서로 잘 맞지 않으면 맛이 이상해진다. 2가지 이상의 재료가 액체로 섞여도 맛이 있으려면 완전배합(perfect matching)이 돼야 한다. 이게 되면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 음식도 완전배합이 되는 재료를 맞춰서 하면 무조건 맛있어진다.

김영하씨는 향료 진열대에서 병 하나를 꺼내라 하더니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살구 씨 향이 났다. 병에 들어있는 액체는 생 아몬드 시럽이었다. 이처럼 향이 비슷한 것끼리 섞어 음료를 만들어야 완전배합에 가까워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영하씨는 향료 진열대에서 병 하나를 꺼내라 하더니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살구 씨 향이 났다. 병에 들어있는 액체는 생 아몬드 시럽이었다. 이처럼 향이 비슷한 것끼리 섞어 음료를 만들어야 완전배합에 가까워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과일을 비슷한 것끼리 섞으면 이상한 맛이 안 나온다. 식물학적 분류에 첫째 실마리가 있다.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것끼리 잘 맞는다. 핵과(核果;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씨를 품고 있는 열매)는 핵과끼리 잘 맞아 자두·천도·황매실을 섞어도 맛이 이상하지 않다. 가공방법에 따라 비슷한 것도 있다. 씨앗은 볶은 것끼리 배합이 잘된다.

스무디처럼 반고체는 완전하게 섞이지 않기 때문에 완전배합이 안 돼도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여지가 많다. 이런 음료는 2단계 수업까지 가지 않아도 만들 수 있다. 이런 원리를 모르고 음료를 만들면 10개 중 4~5개 이상 실패한다. 이런 이론이 정리된 게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것만 제대로 알아도 기본 이상은 갖춘 거다.

영화 '변호인'의 건설회사는 할아버지 회사
김영하씨 집안은 곡절도 많고 사연도 많다. 할아버지는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을 고문변호사로 쓴 해동건설의 실제 모델인 대진건업 사주였다. 1970년대 부산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건설회사였다. 할아버지는 집무실 책상 명패에 ‘회장 OOO’가 아니라 ‘THINK’라고 써놓았던 독특한 분이었다. 김씨는 ”집안에 전하는 바로는 노무현 변호사가 회사로 찾아왔다고 한다. 돈도, 빽도 없는 상고 출신 변호사인데 일거리가 없어 어렵다. 혹시 일이 있으면 부탁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사람이 솔직하고 뚝심 있어 보여 좋았다며 회사 일을 맡겼다고 한다”고 사연을 전했다.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은 1975년 제17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7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78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전두환이 집권한 81년 부림사건 변론을 맡은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대진건업을 찾아간 시기는 78~80년 무렵이겠다. 회사는 전두환 정부 때부터 이어진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김영삼 정부(1993~1998) 시절 부도가 나서 문을 닫았다. 아버지 김길성(67)씨는 그린주택이라는 회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대진건업의 주요 주주였던 관계로 그 사업도 접어야 했다.

김영하씨 아버지 김길성씨는 떡살 수집의 1인자다. 4000여 점까지 모았다가 지금은 고르고 고른 1000여 점만 소장하고 있다. ‘천 개의 떡살로 남은 사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소개한 ‘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26) 부산 수영구 떡살 컬렉터 김길성씨’ 기사가 실린 중앙일보 2014년 7월 18일 자 S8~9면.

김영하씨 아버지 김길성씨는 떡살 수집의 1인자다. 4000여 점까지 모았다가 지금은 고르고 고른 1000여 점만 소장하고 있다. ‘천 개의 떡살로 남은 사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소개한 ‘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26) 부산 수영구 떡살 컬렉터 김길성씨’ 기사가 실린 중앙일보 2014년 7월 18일 자 S8~9면.

중앙일보에 실린 사진의 원판. 김길성(오른쪽)씨가 40년 동안 수집한 떡살과 다식판을 펼쳐 보이며 웃고 있다. 옆에서 아내 남영자씨가 떡살을 어루만지고 있다. [중앙포토]

중앙일보에 실린 사진의 원판. 김길성(오른쪽)씨가 40년 동안 수집한 떡살과 다식판을 펼쳐 보이며 웃고 있다. 옆에서 아내 남영자씨가 떡살을 어루만지고 있다. [중앙포토]

아버지의 현재 직함은 이계전통문양연구소 소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떡살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민예품 수집가다. 많을 때는 4000여 개나 있었다. 돈이 없어 하나씩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2000개만 남았다. 다시 1000개를 어느 박물관에 보상을 받고 일괄 이전했다. 가장 우수하고 정말 아끼는 작품 1000여 점은 현재도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1000개의 떡살로 남은 사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중앙일보 2014년 7월 18일 자 S8~9면 ‘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26) 부산 수영구 떡살 컬렉터 김길성씨’ http:www.joongang.co.kr/article/15295715 참조).

고미술 컬렉터 아버지는 떡살 수집 1인자
김영하씨가 서른 살 무렵에 세상을 보니 약고 나쁘게 사는 사람들이 더 잘사는 것 같아 아버지에게 작심하고 물었다. 평소에는 대화가 거의 없는 사이였다. 아버지는 “네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아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약게 사는 사람들이 나중까지 그렇게 잘살지는 못한다. 우리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으면 남에게 잘하고 살아라. 베풀다 보면 남들도 내게 잘한다”고 답했다.

아버지가 화랑도 운영하고 고미술품을 수집해 자랄 때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려서 집에는 부산·경남 지역 다인(茶人)들도 자주 출입해 차를 마시는 일에도 친숙했다. 부산 지역은 차나 원두커피에 일찍 눈을 떠 차문화가 발전했다. 이 지역 다인 중에 한국차 계통의 어른이 여러 사람 있다. 1950~60년대 작은할아버지는 거창에서 다방을 했다. 그때 이미 코스타리카 수입 융으로 드립을 했다고 한다. 돌아가실 때는 “나는 술 못하니 제사상에 커피 올려라”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그는 1999년 대학에 갔다. 고고학을 전공해 방학 때 발굴도 많이 다녔지만 중퇴했다. 1학년 때부터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만 19세에 시작했으니 남보다 빠르다. 그래서 지금도 나이에 비해 경력이 길다. 바텐더를 하면서 서울에서 술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수업을 함께 듣던 사람 중에 커피 회사 과장이 있었다. 2006년 그를 통해 에스프레소를 처음 알았다. 커피가 궁금해 커피전문점으로 일터를 옮겼다. 2009년까지 커피전문점에서 일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깊이 파는 성격이라 커피머신을 배우려고 2009년에 회사를 옮겼다. 커피머신, 전문점 재료,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하는 회사에 취업해 2012년까지 근무했다. 투잡을 뛰면서 가락시장에서 1년, ‘홈플러스’에서 매장관리 야간근무 2년을 하면서 과일과 유통시장을 공부했다.

부산에 차린 음료학원 3년만에 대실패
2012년 5월에는 동료와 함께 회사를 나와 부산에 내려가 ‘크레아 베버리지 아카데미’라는 음료 학원을 차렸다. 동료는 집안에 돈이 좀 있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부산은 트렌드 변화가 느리고 신규 진입을 견제하는 이상한 보수 기질이 있다. 학원 수강생의 90%가 부산 이외 지역 사람들이었다. 컨설팅 일거리도 서울·제주·대구는 많은데 부산에서는 안 들어온다. 얼마 전 부산에서 한 건이 들어왔는데 외국에서 살다 들어온 사람이다.

당시 국제신문에 인터뷰도 크게 나가고 했지만 학원은 3년도 못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신문 2014년 1월 17일 자 B3면 ‘부산의 요리사들⑬ 크레아 베버리지 아카데미 김영하 원장’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600&key=20140117.22027185249 참조) 프리랜서로 몇 달을 지내다가 서울로 올라와 2015년 11월 2일 ‘서비스 컨설팅업’ 사업자등록을 하고 대표자이자 유일한 직원으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김영하씨가 부산에서 음료 학원을 하던 무렵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씨가 국제신문에 연재한 ‘부산의 요리사들’ 코너 13회에 ‘크레아 베버리지 아카데미 김영하 원장’을 소개했다. 기사가 실린 2014년 1월 17일 자 지면.

김영하씨가 부산에서 음료 학원을 하던 무렵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씨가 국제신문에 연재한 ‘부산의 요리사들’ 코너 13회에 ‘크레아 베버리지 아카데미 김영하 원장’을 소개했다. 기사가 실린 2014년 1월 17일 자 지면.

그는 하드 드링크(알코올 포함), 스프트 드링크(또는 베버리지/알코올음료 제외) 분야별 경력이 각각 10년쯤 된다. 동시에 2~3가지 일을 한 시간을 포함해 술 10년, 커피 10년을 했고, 차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조기교육을 받았다. 일본에서 1년 가까이 일하면서 일본 차도 익혔다. 모든 음료를 다 경험해서 넓게 보고 조율할 수 있는 안목을 닦았다. 그는 프루츠 아이스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다인들은 과일을 잘 모른다. 따뜻하게 우려서 가미하지 않고 마시기 때문에 얼음과 설탕도 모른다. 다인이 아닌 사람들은 차를 잘 모른다. 양쪽을 아는 사람만 제대로 된 프루츠 아이스티를 만들 수 있다.”


폭넓은 지식, 편견 없는 태도부터 갖춰야

그래서 그는 음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자질로 폭넓은 지식을 꼽는다. 그다음이 재료와 기술이다. 태도로는 편견이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명함의 상호 아래 영어로 ‘drink without prejudice’라고 적어놓았다. ‘편견 없는 마실 거리’라는 뜻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세상을 떠난 영국의 팝스타 조지 마이클(1963∼2016)의 솔로 정규 2집 앨범 제목 ‘Listen without Prejudice’에서 빌려온 표현이다. 그가 말하는 편견은 ▷음료는 단순하다는 성급함 ▷재료는 내가 다 알고 있다는 오만 ▷한 가지 먹어본 걸 가지고 다 아는 듯 작은 경험을 과신하는 아집 등이다.

술에 우유·계란·설탕 등을 섞어 먹는 에그노그(Egg-Nog)라는 음료가 있다. 이걸 보고 쌍화탕이나 커피에 계란 넣어 먹던 걸 연상해 한국식이라고 한다면 맞는 얘기인가. 세상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게 많다. 자기 관점만 옳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특히 음료 분야는 정립된 이론이 없어 더 심하다. 밀크티는 동남아에 가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다 있다. 홍콩에서 한 가지 배우고 와서 밀크티를 다 안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는데 웃기는 얘기다. 러시아는 추운 지역이어서 뜨거운 차를 많이 마신다. 독주(보드카)를 많이 마시는 만큼,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차를 마신다. 그런데 그 추운 나라에 무슨 차가 있으랴 속단하고 러시아 차 문화에 관심이 없다. 차가 없다고 가르치는 사람도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세계 차 분포지도를 보면 러시아가 차 소비국이라고 크게 표시돼 있다. 다만, 차가 자라기 힘든 지역이어서 주요 생산국이 아닐 뿐이다.

그는 마무리 삼아 음료가 왜 중요하고 소비자와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설명했다. “사람이 마시는 건 모두 음료다. 목에 걸리는 것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가장 오랜 음료는 물이다. 음식을 안 먹고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음료 안 마시고 버티는 시간, 어느 쪽이 길까. 단기적으로는 음료가 더 요긴하다. 모든 사람이 밥보다 자주 섭취하는 게 음료다. 아주 대중적인 먹거리다. 그래서 음료의 맛은 객관성이 중요하다. 대중의 입맛에 맞춰야지 자기 입맛대로 만들면 실패한다. 사람들은 내 음료에 대해 내추럴한 게 적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추럴하면 좋지만, 손이 많이 가고 재료관리도 어렵다. 손 덜 가고 제조법이 단순하면서 맛있어야 시장성이 있다.”

세계 처음 '음료학' 이론 정립이 생애 목표
‘음료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그에게 궁금한 게 많을 듯하다.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문의하면 답해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바빠서 답을 바로바로 하지는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강의 일정을 공지하며, 정리된 자료도 일부 올려 놓았다.

얘기하고, 음료 만들면 시음하고, 식사하고, 드라이브까지 그와 단 둘이 5시간을 지냈다. 그의 몸은 복잡한 과일 향을 ‘뿜뿜’ 뿜어냈다. 음료를 하루 150잔씩 마셔대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닐 테니 오죽하겠는가. 몸무게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0.1t은 넘어 보였다. 음료와 완전배합(perfect matching)된 사나이, 그의 꿈은 ‘음료학’을 세계 처음으로 정립하는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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