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43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중앙일보

입력

인도 오지 스티피 밸리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나코 마을을 배경으로 찰칵.

인도 오지 스티피 밸리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나코 마을을 배경으로 찰칵.

어느덧 스피티 밸리의 마지막 편이에요. 그동안 인도의 오지인 스피티 밸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는데, 마지막으로 스피티 강의 끝 지점이자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마을인 나코(Nako)까지의 여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코 마을은 카자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111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에요.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길 사정이 좋지 않아 반나절 넘게 걸리는 구간이죠. 산사태가 잦아 길이 막히기도 일쑤이고, 가드레일 하나 없는 낭떠러지 도로이기 때문에 절대 과속해서는 안 되는 길이거든요. 오죽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로 표현했을 정도라고 해요.

네셔널 지오그래픽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열악한 도로.

네셔널 지오그래픽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열악한 도로.

아침 일찍 카자에서 레콩피오(Rekong Peo)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이 버스는 스피티 밸리의 주요 마을인 타보(Tabo), 나코(Nako)를 지나 옆 골짜기 키노르 밸리(Kinnaur Valley)의 레콩피오 마을까지 가는 버스에요. 카자에서 나코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한 대, 오전에 운행하고 있어요(여름 시즌 기준). 나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어요. 바로 ‘이너 라인 퍼밋(ILP)’이에요. 일종의 지역 출입 허가증으로 티베트와 인도 국경에 위치한 나코 마을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이 허가증이 꼭 필요하죠. 이 허가증은 카자나 레콩피오의 ADM 오피스에서 받을 수 있어요.

나코에 가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증을 받을 수 있는 카자의 ADM오피스.

나코에 가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증을 받을 수 있는 카자의 ADM오피스.

티켓과 인도 국경에 위치한 나코 마을에 갈 수 있는 허가증.

티켓과 인도 국경에 위치한 나코 마을에 갈 수 있는 허가증.

카자를 출발한 버스는 스피티 강을 따라 신나게 달렸어요. 버스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낭떠러지 도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운전실력을 지켜보다 보니 박수가 절로 나왔어요. 사실 ‘운전’이라기 보다 ‘곡예’에 가까운 것 같아요. 커브 길에서 핸들을 살짝만 더 돌리면 바퀴가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떨어질 것만 같은데도, 어쩜 저렇게 칼 같은 운전을 할 수 있는지…. 감탄사와 식은땀이 동시에 나왔어요. 여기서 운전을 배우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아찔한 여정 속에서도 현지 사람들은 당연한 듯 웃고 떠들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다행히 버스는 무사히 달리고 달려 중간지점인 타보(Tabo)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나코에 가는 중에 하루 머물렀던 타보 마을.

나코에 가는 중에 하루 머물렀던 타보 마을.

나코 마을까지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타보 마을에서 하루 머물고 가기로 했어요. 타보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이 있거든요. 카자와는 다른 조용한 마을 분위기만으로도 며칠 힐링하고 가기 좋은 마을이에요. 마을 앞산을 조금만 오르면 터키 카파도키아의 축소판 같은 동굴들이 산 곳곳에 있어서 동굴 구경도 하고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기 좋아요.

1000년이 넘은 타보 곰파.

1000년이 넘은 타보 곰파.

타보 앞 산에서 여기저기 보이는 동굴들.

타보 앞 산에서 여기저기 보이는 동굴들.

다음 날 다시 어제 탔던 버스를 타고 나코 마을로의 여정을 이어갔어요. 타보 마을을 지나니 더욱더 길은 아찔해졌죠. 중간에 타는 바람에 자리가 없어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더니 커브를 돌 때마다 공중에 몸이 떠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얼마 전 산사태가 났는지 한창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라서 30분 정도 버스가 멈춰 서기도 했죠.

차가 강에 빠질 것 같은 아찔한 길. 버스 기사는 곡예하듯 이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달린다.

차가 강에 빠질 것 같은 아찔한 길. 버스 기사는 곡예하듯 이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달린다.

얼마전 산사태가 나서 차들이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전 산사태가 나서 차들이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숨도(Sumdo) 체크포인트에서 미리 받아두었던 허가증을 확인했어요. 숨도부터는 티베트-인도의 국경과 가까워서 군부대 차량이 많이 다녀요. 그래서 다행히 전보다는 도로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어요. 군부대 차량이 많이 다니니 대부분 길이 포장되어 있고, 일부 도로는 포장이 한창 진행 중이었어요. 포장도로에 가드레일까지 등장하니 비교적 안전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마 몇 년 내로 스피티 밸리의 도로 대부분이 포장도로로 바뀌어 여행하기에 한결 수월해질 것 같아요.

숨도 체크포인트. 여기서 허가증을 제출한다.

숨도 체크포인트. 여기서 허가증을 제출한다.

포장도로만 만나면 엄지손을 치켜들게 된다. 포장도로 최고!!

포장도로만 만나면 엄지손을 치켜들게 된다. 포장도로 최고!!

한창 포장공사가 진행중인 스피티밸리.

한창 포장공사가 진행중인 스피티밸리.

나코 가는 길. 이 구간은 포장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나코 가는 길. 이 구간은 포장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너무 아찔하게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워 숨이 멎을 듯한 버스 창밖 풍경.

너무 아찔하게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워 숨이 멎을 듯한 버스 창밖 풍경.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웅장한 협곡 도로를 지나자 산 중턱에 마을이 하나 보였어요.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나코 마을이에요. ‘무사히 도착했구나…’라고 안도하려는 찰나 버스는 그 자리에서 멈춰 갑자기 차를 돌렸어요. 당황해서 앞자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더는 버스가 갈 수 없다고 해요. 그리고는 승객들은 당연한 듯이 짐을 꺼내 들고 걷기 시작했어요.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사람들을 따라서 짐을 주섬주섬 챙겨 버스에서 내렸어요.

인도 오지 스피티벨리의 마지막 여정, 나코 #산사태 잦고 가드레일 없는 낭떠러지 도로 #버스기사의 곡예운전마저 감탄사 나오는 곳

영문을 모르지만 목적지에 가기 전에 다들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다. 우리도 따라 걸었다.

영문을 모르지만 목적지에 가기 전에 다들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다. 우리도 따라 걸었다.

현지인을 따라 우리도 버스에서 따라 걸었다. 잼(맨 오른쪽)은 꼭 현지인같다.

현지인을 따라 우리도 버스에서 따라 걸었다. 잼(맨 오른쪽)은 꼭 현지인같다.

나코 마을을 코 앞인데. 왜 버스에서 내려야 했을까.

나코 마을을 코 앞인데. 왜 버스에서 내려야 했을까.

알고 보니 얼마 전 큰 산사태가 나서 길이 유실되어 버린 것이었어요. 일부는 복구되어 작은 차들은 지나다닐 수 있지만 버스 같은 대형차량은 통과할 수 없었어요. 이 상황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며 걷고 있는데 공사 인부들이 위험하다며 빠르게 걸으라고 우리를 재촉했어요. 작은 돌이라도 하나 굴러떨어지면 큰일이니까요. 빠른 걸음으로 한 10분쯤 걷자 먼저 갔던 승객들이 한 곳에 모여 대기하고 있었어요.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로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가면 된다고 해요. 마을도 코 앞에 보이고 주변 경치도 좋길래 버스 대신 나코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결론은 ‘잘못된 선택’이었지만요.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가까워 보이던 나코 마을은 한 시간을 걸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고 결국 버스보다 늦게 마을에 도착해버렸어요. 큰 짐을 가지고 한 시간가량 걷다 보니 몸이 지쳐서 나코 마을에 도착해 뻗어버렸죠.

알고보니 산사태로 버스가 지나갈 수 없었던 거다.

알고보니 산사태로 버스가 지나갈 수 없었던 거다.

평소에도 낙석이 잦아 낙석조심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평소에도 낙석이 잦아 낙석조심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고생 끝에 도착한 나코 마을. 고생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고생 끝에 도착한 나코 마을. 고생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나코 마을의 전통가옥들.

나코 마을의 전통가옥들.

나코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마을 풍경은 기대 이상으로 감동이었어요.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코 마을의 중심에는 호수가 있어서 뒷산을 조금만 오르면 호수와 마을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이 첩첩산중에 마을이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어요. 언덕을 더 오르면 티벳 땅을 볼 수 있는 ‘티벳 뷰포인트’도 있는데 이미 고산이라 도저히 더는 힘들어서 ‘호수 뷰포인트’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호숫가로 내려가니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낚시도 즐기고 있고 마침 바람이 불지 않아 운 좋게도 호수가 거울처럼 반영되는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죠.

나코 호수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한 컷.

나코 호수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한 컷.

운 좋게 거울처럼 반영되는 나코호수를 볼 수 있었다.

운 좋게 거울처럼 반영되는 나코호수를 볼 수 있었다.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 나코 호수.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 나코 호수.

이 산속 깊이 자리잡은 나코 마을에도 관광객이 하나둘 늘어 가자 마을 입구에는 숙소 건물을 지으려는지 현대식으로 건물을 올리고 있었어요. 그래도 마을 안쪽은 여전히 티베트식 전통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었죠. 마치 영화 세트장같은 전통가옥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미로 같은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며,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놀기도 하며, 나코마을에서의 2박3일 간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나코 마을.

나코 마을.

나코 마을 전통가옥들.

나코 마을 전통가옥들.

장난꾸러기 나코 꼬맹이와 함께 찍은 셀카.

장난꾸러기 나코 꼬맹이와 함께 찍은 셀카.

스피티 밸리에서 보낸 2주간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버렸어요. 11월인 지금은 눈으로 새하얗게 뒤덮이기 시작할 스피티 밸리. 겨울에는 이번 여정의 길이 스피티 밸리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에요. 눈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많다고 하는데 도로가 정비 잘되어 모두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18년 전 세계에서 꼭 방문해 볼 지역 10곳’ 중 한 곳으로도 선정된 스피티 밸리. 내년 여름 스피티 밸리로의 여행 어떠세요?

아름다운 나코의 햇빛.

아름다운 나코의 햇빛.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