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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뜨면 모두 미치도록 노는 이 섬의 진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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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5일 공항버스를 기다리던 서울의 밤은 유난히 환했다. 가득 찼다가 기울기 시작한 달이 가로등처럼 밝았다. 목적지인 태국 코팡안(Koh phangan)의 밤을 상상했다. 이틀 전 음력 보름을 맞은 그 섬은 훨씬 더 밝고 화려했을 것이다. 보름달만 뜨면 섬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밤새 난장을 벌이는 ‘풀문파티’가 있었을 테니까. 일부러 파티 뒤로 일정을 잡았다. 진짜 섬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거꾸로 보름을 피하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태국 코팡안은 풀문파티의 원조다. 보름이면 수만 명이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 그러나 파티가 없는 날은 조용한 낙원 같다. 섬 서쪽 해안은 대부분 백사장인데 어디서든 그림같은 낙조를 볼 수 있다.

태국 코팡안은 풀문파티의 원조다. 보름이면 수만 명이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 그러나 파티가 없는 날은 조용한 낙원 같다. 섬 서쪽 해안은 대부분 백사장인데 어디서든 그림같은 낙조를 볼 수 있다.

코팡안은 태국 남부에서 가장 큰 수라타니주(州)에 속해 있다. 수라타니공항에서 돈삭부두로 이동, 자기 키만한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들과 함께 스피드보트에 올라탔다. 300여 명 타는 보트가 절반 정도 찼다. 파도가 조금씩 세졌고 멀미를 호소하는 승객이 하나둘 보였다. 밤 비행기를 타고 와서인지 깊은 잠에 들었다. 잠시 깨니 코사무이, 다시 깨니 코팡안이었다.

풀문파티의 원조 태국 코팡안 #파티 없으면 시간 멈춘듯 고요한 반전 #요가 체험, 요리 강습 등 즐기기 좋아

코팡안의 보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밤새 술 마시고 춤추며 논다. [사진 태국관광청]

코팡안의 보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밤새 술 마시고 춤추며 논다. [사진 태국관광청]

백사장이 깨끗한 핫린 해변. 풀문파티의 주무대다. [사진 태국관광청]

백사장이 깨끗한 핫린 해변. 풀문파티의 주무대다. [사진 태국관광청]

부두로 마중 나온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허기가 돌았다. 찬타라마스 리조트 지배인 이안에게 괜찮은 현지 식당을 물었더니 함께 가주겠단다. 이안은 “풀문파티 직후여서 리조트에 손님이 많이 없어서 괜찮다”면서. 그는 “풀문파티가 끝나면 코팡안 대부분의 호텔 요금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때를 잘 맞춰서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가한 건 숙소만이 아니었다. 식당에도 손님이 없었고, 한가족처럼 보이는 직원들은 테이블에 흩어져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이안, 그리고 가이드 니키와 함께 매콤한 태국 남부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2만원이 채 안 들었다.
코팡안은 풀문파티의 원조다. 1985년 섬 남쪽 핫린(Haad rin) 해변의 작은 방갈로에서 여행객 20~30명이 밤새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면서 이 광란의 파티가 시작됐다. 유럽 배낭여행자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파티는 점차 커졌다. 지금은 매달 음력 보름이면 적게는 5000명에서 많게는 3만 명이 모여 전자음악 비트에 몸을 맡기며 해가 뜰 때까지 미친듯이 논다. 축제가 유명해지자 하프문파티, 정글파티 등 아류 축제가 생겼다. 부작용도 생겨났다. 파티 동안 마약, 소매치기가 들끓어 태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코팡안 경찰은 풀문파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축제는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니키와 함께 섬 투어에 나섰다. 니키는 “태국 국왕 라마 5세(1853~1910)가 코팡안을 열 번 이상 찾아와 휴식을 누린 비밀한 장소가 있다”며 안내했다. 물론 국왕이 풀문파티 때문에 방콕에서 코팡안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코팡안의 산과 폭포에 단단히 반했는데 그가 즐겨 찾던 장소 일대가 탄 사뎃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행나무. 높이가 무려 50m에 달한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행나무. 높이가 무려 50m에 달한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거대하고 신비한 형상의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높이는 무려 50m, 둘레는 어른 10명이 손을 이어잡아야 할 정도로 큰 이행나무(Yangna tree)였는데 한국의 당나무처럼 밑둥에 리본을 묶어두었다. 마을 사람들은 수령 500년으로 추정하는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단다. 한참 동안 나무를 보니 금방이라도 꿈틀일 것같은 동물성이 느껴졌다.

 태국 국왕 라마 5세가 사랑했던 탄 사뎃 국립공원. 에메랄드빛 계곡물, 다양한 모양의 폭포가 볼거리다.

태국 국왕 라마 5세가 사랑했던 탄 사뎃 국립공원. 에메랄드빛 계곡물, 다양한 모양의 폭포가 볼거리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글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무 줄기마다 초록 풀들이 엉겨 있었고, 이름 모를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생김새가 다른 폭포가 100m 거리마다 있었는데 석회 함량이 높아서인지 물빛이 뽀얀 에메랄드색이었다. 맨발로 등산 중인 영국인 남성을 만났다. 그는 25년 전 코팡안에 왔는데 별다른 직업 없이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산단다. 발이 안 아픈지 물었더니 “우주의 정기를 받고 있기에 괜찮다”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코팡안은 신령한 기운이 넘치는 섬’이라던 가이드북 글귀가 떠올랐다.

넓은 모래톱이 있는 매핫 해변. 코팡안의 팡안은 '모래톱'을 뜻한다. 곳곳에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많다. [사진 태국관광청]

넓은 모래톱이 있는 매핫 해변. 코팡안의 팡안은 '모래톱'을 뜻한다. 곳곳에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많다. [사진 태국관광청]

이튿날은 섬 북서쪽에서 시간을 보냈다. 작은 섬 코마(Koh ma)로 이어진 모래톱이 인상적인 매핫(Mae haad) 해변을 들렀다가 요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섬 북서쪽 스리타누(Srithanu) 지역에는 요가 강습소가 10곳에 달한다. 이곳에는 요가를 배우며 심신을 수련하는 장기 투숙자가 많다. 섬 남동쪽 핫린 해변이 욕망의 분출구인 것과 대조적이다. 숙소에서 구한 브로셔에는 스리타누를 영적 체험(Sprirtual experiences)을 하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정원에서 쉬고 있는 서니요가 수강생들.

정원에서 쉬고 있는 서니요가 수강생들.

        스릿타누 지역에는 요가강습소가 많은데 수강생 대부분은 유러피안이다. 요가 강사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스릿타누 지역에는 요가강습소가 많은데 수강생 대부분은 유러피안이다. 요가 강사를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서니요가의 요가 프로그램은 기본에 집중한다. 배경음악도 따로 없다. 자신의 호흡과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서니요가의 요가 프로그램은 기본에 집중한다. 배경음악도 따로 없다. 자신의 호흡과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요가 강사 서니가 약속장소인 스리타누 지역 카페로 마중나왔다. 서니의 오토바이를 타고 강습소에 도착했다. 시야가 탁 트인 건물 2층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유러피안으로 한 달 이상 요가를 배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배경음악은 따로 없었다. 서니는 “자신의 호흡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가 강사 수련생이 많아서인지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어주고 진지하게 배우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점심시간에 맞춰 요리 강습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태국어와 요리·마사지 등 태국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C&M 문화센터를 찾았다. 강사 한 명에 수강생이 세 명이어서 분위기가 오붓했고 사방이 트인 주방에서 호수를 보며 요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색 체험이었다.

C&M문화센터의 쿠킹클래스는 대도시 식당이나 호텔에서 진행하는 수업보다 부담없는 분위기다.

C&M문화센터의 쿠킹클래스는 대도시 식당이나 호텔에서 진행하는 수업보다 부담없는 분위기다.

도전한 요리는 팟크라파오 가이(닭고기 볶음)·쏨땀(파파야 샐러드)·똠얌꿍 세 가지였다. 모두 한국에서도 종종 먹는 태국 전통음식이다. 사실 태국음식 간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맵고 짜고 달고 신맛이 모두 강한 만큼 고추와 피시소스, 설탕과 식초(혹은 라임)를 아낌없이 넣으면 된다. 그러나 태국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건 역시 향이 강한 채소에 있었다. 신선한 바질·고수·레몬그라스 등이 제맛을 내면서 태국요리가 완성된다.
강사인 크루체리를 따라 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었다. 크루체리는 진짜 태국 남부음식을 만들고 싶다면 매운 고추를 더 과감하게 넣으라고 했지만 모두 몸을 사렸다. 채식주의자인 미국인 소피아는 닭고기, 새우 대신 버섯으로 요리를 만들었다. 수강생 셋이서 업무를 분담하기도 하고, 서로의 음식 맛을 평가해주기도 했다. 여느 쿠킹클래스보다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였다.

닭고기를 바질, 고수와 함께 볶은 팟크라파오 가이.

한국의 김치처럼 태국 전역에서 흔히 먹는 쏨땀.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똠얌꿍.

마지막 요리 똠얌꿍을 완성한 뒤 같이 식사 하며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코팡안에 오게 됐는지, 앞으로 여행 계획은 무언지. 프랑스인 엘스는 앞으로 서너달 동남아시아를 구석구석 여행할 계획이란다. 소피아는 남편과 코팡안에서 두달간 살아본 뒤 정착 여부를 결정할 건데, 마음이 거의 기울었단다. 이곳에 눌러앉는 쪽으로. 다음은 내 차례. 코팡안에 취재를 왔다고 하자 이들은 정색하며 입을 모았다. “코팡안이 더 이상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코팡안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제해달라”고.
미안하게도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게 됐다. 부디 이 글을 찾아내 번역기로 보는 일이 없기를.

요리강습을 모두 마치고 참가자와 강사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요리강습을 모두 마치고 참가자와 강사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여행정보=한국에서 코팡안을 가려면 여러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우선 방콕을 경유해 코팡안의 관문도시 수라타니로 간다. 수라타니공항에서 돈삭부두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뒤, 페리를 타고 섬으로 간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를 이용하면 이 모든 교통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하루 3회 운항하는 인천~방콕 항공편을 구매한 뒤, 방콕~코팡안(국내선 항공·버스·페리 포함)을 검색해 예약하면 된다. 서니요가(omsunnyyoga.com) 오전 강습은 300바트(1만원), C&M문화센터 쿠킹클래스(thaiculture.education)는 1회 1200바트(4만원). 자세한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visitthailand.or.kr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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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팡안(태국)=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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