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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심사 탈락 1호 검사…법원, "퇴직 명령 취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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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검사 적격심사제도가 도입된 뒤 유일하게 심사에서 탈락해 강제 퇴직당했던 전직 검사가 “퇴직 처분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이겼다. 재판부는 해당 검사가 임은정 검사 징계 조치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등에 대한 글을 게시한 점이 평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무 능력 현저히 나쁘다 보기 어려워" #"임은정 검사 관련 글 등 영향 미친 듯"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 조경란)는 전직 검사인 박모(44)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퇴직명령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1심과 달리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22일 밝혔다.

2015년 2월 검사 적격심사위원회는 박씨에 대해 “검사로서의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퇴직을 건의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퇴직 명령을 제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인사혁신처를 통해 퇴직 명령을 내렸다. 2004년 심사 제도가 도입된 뒤 퇴직 명령을 받은 첫 사례였다. 박씨는 이에 반발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검사 적격심사 제도는 직무수행 자격이 부족한 검사를 퇴출시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검찰청법 등에 따르면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는 임명 뒤 7년마다 심사를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4명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법률전문가,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교육부 장관이 추천하는 법학교수 등 9명으로 구성된다.

1심 재판부의 지난 1월 판결은 박씨 패소였다. 당시 재판부는 “박씨의 7년간 복무평정을 합산한 결과 동일한 경력과 직급을 가진 동기 검사들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4년에 이뤄진 박씨에 대한 평가가 ‘이례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2008년 이후 꾸준히 B등급 이상을 받았고, 특히 2013년에는 상·하반기 모두 A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2014년에만 하위 5%에 해당하는 D등급을 연달아 두 번 받았는데 당시 상부 지시에 반해 무죄를 구형했던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조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등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며 “이로 인해 상급자의 지도를 받은 점 등이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박씨가 2008~2014년 사건 평가 결과에서 과오를 저지른 건수가 합계 46건으로 동기 검사들 중 가장 높다는 점에 대해 재판부는 "총 사건 처리 건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박씨는 해당 기간동안 7900여 건을 처리해 다른 대상자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사건을 처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박씨는 검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 관계자는 “해당 판결이 확정될 경우 퇴직 처분이 취소되는 것이어서 당사자가 원할 경우 검사로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부는 “심층적이고 다면적인 평가 자료를 토대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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