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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외교전에 불거진 新도화선, 3불(不)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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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 정책

대만이 줄곧 중국에 대해 고수했던 다소 적대적인 외교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이 말의 완전체는 ‘3통정책∙3불정책’이다. 3통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교역(通商)·운항(通航)·우편왕래(通郵)를 요구하고, 3불은 대만이 중국에 고수했던 불접촉(不接觸)∙불담판(不談判)∙불타협(不妥協)의 3가지 원칙이다. 1949년 중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공산화가 이뤄졌고, 내전에서 밀린 장제스 국민당 정부가 대만에 ‘중화민국’을 세우면서 서로 간의 통일 정책이 반백 년 이상 맞서 있다.

3불 정책, 대만이 고수했던 대중(對中) 외교 정책 #불접촉(不接觸)·불담판(不談判)·불타협(不妥協) #中 정경분리원칙 내세워 경제 특구 조성해 무력화 #최근 문 정부도 韓·中 관계 정상화 위해 3불정책 꺼내 #외신 평가는 부정적 “경제를 정치·안보 연결시킨 사례”

물론 1971년 중국이 대만통일원칙에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들고나오면서 대만의 3불정책은 무력화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공존시키겠다는 일국양제에 따라 대만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이 암묵적으로 고수하는 정경분리원칙까지 내세워 대만과 교역에 나서자 3불정책은 더 무색해졌다.

대만 최대 군사 훈련인 한광(漢光) 훈련이 있었던 지난해 8월 25일 핑둥 기지에서 연설하는 차이잉원 총통. 차이 총통 취임 후 처음 실시되는 훈련으로 중국군상륙을 봉쇄하는 작전도 실시됐다. 한광 훈련은 중국의 기습 공격과 침투를 가정해 육해공 3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는 훈련이다. [사진: 중앙포토]

대만 최대 군사 훈련인 한광(漢光) 훈련이 있었던 지난해 8월 25일 핑둥 기지에서 연설하는 차이잉원 총통. 차이 총통 취임 후 처음 실시되는 훈련으로 중국군상륙을 봉쇄하는 작전도 실시됐다. 한광 훈련은 중국의 기습 공격과 침투를 가정해 육해공 3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는 훈련이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은 2001년 진먼도 등 전방 3개 도서에 직항∙직교역을 허용하는 '소(小) 3통'을 허용한 데 이어, 푸젠성에 대만의 경제특구를 만들었다. 2008년 6월엔 양측 주요 도시들을 오가는 직항 항공노선까지 개설하는데 중국 당국과 합의하면서 3불정책은 사실상 깨졌다. 이보다 앞선 2000년 2월 21일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라는 백서에서 대만과의 통일에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대만이 한발 물러선 결과일 수도 있다.

샤먼 해안가에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 통일중국’이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건너편이 대만 진먼다오(금문도)다. [사진: 중앙포토]

샤먼 해안가에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 통일중국’이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건너편이 대만 진먼다오(금문도)다. [사진: 중앙포토]

그로부터 십수 년 후 중국은 대만 통일원칙에 ‘무력 불사’를 꺼냈던 때보다 몇 배는 더 커졌다. 대만이 중국 본토에 들이밀었던 ‘3불정책’이란 칼은 무뎌졌고, 그 칼자루는 한국 정부 앞에 나타났다.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 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난 10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갈등을 풀기 위해 중국 측에 제시했던 ‘3불 정책’이 공식화된 셈이다. 3불정책은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이 없고,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내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막상 정상회담이 이뤄지자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 중앙포토]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 중앙포토]

외신들의 평가는 차갑다.

중국은 총 한 발 안 쏘고 승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달 19일 내건 기사 제목이다. “3불 정책은 경제를 정치∙안보 문제에 연계시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상대방이 맘에 안 들면 괴롭히다가 조금씩 잘해주는 식으로 길들이는 중국 전략에 굴복했다”고 거들었다. 미국∙중국 G2에 낀 약소국 한국의 외교전략에서 ‘명분, 원칙’은 중요한 카드다. 한국이 꺼낸 ‘3불’의 칼날, 역으로 날이 서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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