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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9위' 삼성, 드디어 지갑을 열다

중앙일보

입력

삼성에 입단한 포수 강민호   (서울=연합뉴스) FA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7.11.21 [삼성 라이온즈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삼성에 입단한 포수 강민호 (서울=연합뉴스) FA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7.11.21 [삼성 라이온즈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지갑을 과감히 열었다. 2년 연속 9위에 그친 삼성이 '명가' 재건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은 21일 자유계약선수(FA) 포수 강민호와 4년 80억원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지난 2013년 강민호가 롯데와 첫 FA 계약을 체결할 당시 받았던 75억원(4년)보다 5억원 더 많은 액수다. 이날 롯데가 협상 종료를 선언한 뒤 불과 5분 후에 삼성 입단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도 삼성과 같은 80억원을 제시했지만 계약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뒤 롯데에 입단한 강민호는 14년 동안 롯데에서만 활약했다. '롯데의 강민호~~'라는 응원 구호처럼 상징성이 큰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래서 강민호의 삼성행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같은 액수를 제시했는데도 강민호가 삼성행을 택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민호는 "삼성의 제안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협상 과정에서 롯데에 서운함을 느꼈고, 삼성이 자신을 그만큼 필요로했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은 강민호를 영입하면서 "재도약을 위해 중심을 잡아줄 주력 선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2년(2016~17년) 연속 9위에 그쳤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2015년 정규시즌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고, 이후 몰락을 경험했다. 그 사이 최형우(KIA), 차우찬(LG) 등 투타의 기둥이 팀을 떠났다. 올해는 이승엽마저 은퇴했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실력과 스타성, 리더십을 겸비한 구심점이 필요했다. 1985년생인 강민호는 올해 만 32세로 아직 3~4년은 더 포수로 뛸 수 있다. 그동안 부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무리없이 한 시즌을 소화해내며 건강을 입증했다. 강민호는 삼성에게 여러모로 구미가 당기는 자원이었다.

이형종, 공보다 빨랐다!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3회말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LG 최민창의 희생플라이 때 3루주자 이형종이 홈으로 들어오며 득점하고 있다. 2017.9.30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형종, 공보다 빨랐다!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3회말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LG 최민창의 희생플라이 때 3루주자 이형종이 홈으로 들어오며 득점하고 있다. 2017.9.30 mtkh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삼성은 당장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올해 삼성은 주전 포수 이지영이 부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지영이 105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238, 26타점에 그쳤다.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백업 권정웅이 그나마 가능성을 보였지만 주전으로 한 시즌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FA 이원석을 영입하면서 두산에 보상선수로 군 복무 중인 포수 이흥련마저 내줬다. 이승엽이 떠나며 헐거워진 중심 타선 걱정도 해결했다. 강민호는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다. 통산 타율 0.277, 218홈런·778타점이다. 올해도 130경기에서 타율 0.285, 22홈런·68타점으로 활약했다. 삼성 구단은 "강민호는 지명타자로 나서도 공격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다"며 반겼다. 또 삼성은 경험 많은 강민호가 어린 투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은 2015시즌 후 야구단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합리적인 투자,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띄면서 삼성은 되려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삼성은 FA 최형우와 차우찬을 모두 놓쳤다. 대신 투수 우규민(4년 65억 원)과 내야수 이원석(4년 27억 원)을 영입했지만 합리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삼성은 올 시즌 후 '확실한' 투자를 약속했다.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삼성은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공격적이다. 올 시즌 활약한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에게 150만 달러를 안기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강민호까지 영입했다. 더 이상 FA 영입은 없지만,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강민호가 떠난 롯데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낸 롯데 팬들의 실망은 물론이거니와 전력면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강민호가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그가 팀을 떠날 것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당장 내년 시즌을 책임질 주전 포수도 보이지 않는다. 나종덕, 강동관 등 포수 유망주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강민호의 뒤를 받쳤던 김사훈도 2011년 입단 후 114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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