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먹물 뿌린 듯 검게 가려진 세상’ 당뇨망막병증

중앙일보

입력 2017.11.22 02:00

업데이트 2017.11.22 09:12

우리 몸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에 대한 건강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은 각종 안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망막색소상피변성(야맹증) 같은 난치성 질환도 우리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 하지만 평소엔 모르고 지내다가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서 우연히 발견돼 실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지금 당장은 시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언제든 질환이 발병할 수 있음을 유념해 평소에 안질환의 유무를 체크하고 예방해야 할 것이다.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여러 안과 질환을 소개하면서 그 치료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강경복의 시시각각(3)
당뇨로 발 궤양 생기면 발병 가능성
시력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할 수도

시력 교정. [중앙포토]

시력 교정. [중앙포토]

먼저 쓴 녹내장과 황반변성에 관한 글이 안과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 질환 설명에만 치우치고 가르치려 들거나 겁주는 것처럼 비친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환자가 증상을 길게 말하면 눈만 보면 다 안다는 생각에 눈을 검사하고 진단을 내리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환자가 용기(?)를 내어 “그런데 저는 여기도 불편하고 이런 증상도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 놓칠 뻔했던 다른 질환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등골이 오싹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책에서도 배우지만 환자에게서 배우는 것도 많답니다.

그럼 또 시력저하와 실명의 흔한 원인인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눈 속 망막에 당뇨합병증이 왔을 때 이를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합니다. 망막은 신경으로 이루어진 얇은 막으로 눈 안쪽 벽에 붙어 있으며 카메라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눈. [중앙포토]

눈. [중앙포토]

망막은 단위 부피당 산소 소모량이 뇌보다 많아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미세 혈관이 몸 어디보다 많습니다.

당뇨병은 병의 특성이 우리 몸의 작은 혈관들을 먼저 망가뜨리므로 당뇨병이 오래되면 누구나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5년 이하인 경우 약 20%, 15년 이상이면 75% 정도로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이 증가합니다. 당뇨로 콩팥이나 신경에 이상이 오거나 발에 궤양이 있는 환자는 눈에 당뇨망막병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두 혈액순환 장애로 오기 때문입니다

당뇨병으로 망막 혈관이 약해지고 막혀서 출혈, 부종, 신생혈관, 눈 속 출혈(유리체 출혈, 망막 앞 출혈), 망막박리가 생기면 이를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합니다. 녹내장,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며 성인에서 가장 흔한 실명 원인입니다.

초기엔 자각증상 없어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 환자가 느끼는 자각 증상이 전혀 없으며, 증상을 자각하면  이미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치료를 받더라도 정상 시력으로 회복하기 힘들어 무엇보다 정기검진이 중요합니다.

어르신 무료 눈 검진.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르신 무료 눈 검진.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당뇨망막병증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꼭 안과 망막검사가 필요하며,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정도에 따라 1~2개월, 3개월, 6개월에 한 번은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별히 사춘기나 임신 기간에 당뇨망막병증이 잘 생기며 진행도 빠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 당뇨망막병증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망막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혈당조절이 잘 되며 아무 이상 없이 잘 보이는데 안과 검사를 꼭 받아야 하는지 되묻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이 있는지 내과 정기검진으로는 절대 알 수 없으므로 안과 정기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게다가 혈당 조절이 잘 되더라도 오래 당뇨병을 앓으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당뇨병을 최근에 진단받은 환자들 가운데 당뇨망막병증이 이미 와 있거나 진행된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는 그전부터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얼굴이 창백하고 푸석푸석 부어있는 젊은 환자는 당뇨망막병증의 진행이 너무 빨라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혈압도 높고 신장병 등 여러 다른 합병증들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 눈질환에 치명적 

초기부터 혈당조절이 잘 안 되거나 고혈압 치료가 잘 안 되었을 때는 콩팥(신장)도 나빠지고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위험도 증가합니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므로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사람은 꼭 담배를 끊는 것이 좋습니다. 흡연은 앞서 다루었던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니 눈 질환이 있을 때는 꼭 담배를 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당뇨망막병증과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나뉩니다.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이 있으면 망막출혈, 망막혈관 이상, 망막부종 등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증식 당뇨망막병증이 됩니다.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되면 신생혈관이나 섬유혈관막이 생기며,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유리체출혈이 생기고 망막이 끌어 당겨지거나 구멍이 나서 망막박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왼쪽부터) 정상 망막, 비증식 당뇨망막병증, 증식 당뇨망막병증. [사진 강경복]

(왼쪽부터) 정상 망막, 비증식 당뇨망막병증, 증식 당뇨망막병증. [사진 강경복]

당뇨망막병증이 시작되면 혈관이 약해져 혈관 속 물질이 새어 나와 망막이 붓고 두꺼워져 부종이 쉽게 생깁니다. 특히 황반(망막 중심부)에 부종이 생기면 황반부종이라고 합니다. 이는 비증식, 증식 당뇨망막병증 모두에서 생길 수 있으며, 시력저하의 주원인이며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황반 부종. [사진 강경복]

황반 부종. [사진 강경복]

(왼쪽부터) 정상 황반 OCT, 황반 부종 OCT. [사진 강경복]

(왼쪽부터) 정상 황반 OCT, 황반 부종 OCT. [사진 강경복]

신생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생기면 이는 곧 유리체출혈이 됩니다. 출혈량이 적으면 검은 점이나 검은 실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출혈량이 많으면 먹물을 뿌려 놓은 것처럼 눈앞이 안 보이게 됩니다.

유리체 출혈. [사진 강경복]

유리체 출혈. [사진 강경복]

황반을 침범하는 망막박리가 생기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력이 떨어집니다. 수술을 해서 망막을 빨리 제자리에 붙여야 하며 망막이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시력 회복이 힘듭니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에는 레이저 치료와 수술 치료가 있으며 최근에는 눈 속에 스테로이드나 항체 주사를 직접 놓기도 합니다.

레이저치료는 황반부종을 줄이거나 신생혈관과 섬유혈관증식막을 줄이기 위하여 시행합니다. 레이저 치료는 치료에 따른 합병증의 가능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여야 합니다. 수술 치료는 유리체출혈이 저절로 흡수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거나 망막박리로 인해 시력이 떨어진 경우에 시행합니다. 눈 속에 주입하는 주사는 황반부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신생혈관의 증식을 줄여 신생혈관녹내장과 유리체출혈 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치료. [중앙포토]

레이저 치료. [중앙포토]

비타민과 미네랄,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 영양제를 복용할 경우, 혈당 조절에 중요한 조직의 인슐린 반응성을 높이고 인슐린 분비조절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항산화제를 복용할 경우 당뇨망막병증을 포함하는 여러 당뇨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양제와 항산화제 복용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 효과가 있을 정도로 약을 먹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과다 섭취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3대 실명 질환인 녹내장과 황반변성, 그리고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질환들 모두 무엇보다 매년 가까운 안과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은 검사장비가 발달하여 눈에 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모두 건강한 눈으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경복 하나서울안과 원장 안과전문의 hanaeye@naver.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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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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