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MARVEL)’ 캐릭터 전성시대다. 마블 히어로들이 한 데 모여 볼거리를 채워 담은 ‘어벤져스’ 시리즈뿐 아니라 헐크, 토르 등 개별 영웅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도 내는 족족 세계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마블 세계관에 한 번 빠진 관객이라면 좀처럼 그곳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장난감 장인' 최신규 초이락 회장과 아들 최종일 대표 #내년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본격 나서 #2019년 실사판까지 제작해 글로벌 브랜드 도전 #최 부자 "어벤져스 같은 한국형 영웅 세계관 꼭 만들겠다"
'장난감 장인'으로 불리는 완구업체 손오공의 창업주인 최신규(61) 회장과 아들 최종일(29)씨가 이 마블에 도전장을 냈다. 자신들이 개발한 한국 완구 캐릭터들을 모아 언젠가 한국판 어벤저스를 만들며, 한국의 마블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최 씨는 현재 콘텐트 연구·개발업체인 초이락컨텐츠팩토리를 이끌고 있으며, 최 회장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 장난감 캐릭터 사업은 해외의 캐릭터를 사와 유통ㆍ판매하는 게 전부였다”며 “한국의 캐릭터 문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한국에도 마블 같은 콘텐트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자의 자신감에는 그간 이들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가 적지 않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최신규 회장의 성공작으로는 2001년 전 세계적으로 1조원 매출을 기록한 탑블레이드 외에도 헬로 카봇(2014), 터닝메카드(2014), 소피루비(2016) 등이 있다. 최 회장은 신지식인으로 선정돼 2003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자신이 총감독을 맡아 만화캐릭터 ‘헬로 카봇’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2019년에는 실사판 영화까지 만든다. 이처럼 스토리를 입힌 각각의 캐릭터를 해외에 수출해 브랜드를 알리고, 최종적으로는 한국 토종 캐릭터만으로 한국형 ‘어벤져스’ 세계관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최 회장은 “마블이 지금처럼 어벤져스 세계관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캐릭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확보한 캐릭터뿐 아니라, 수익 대부분을 캐릭터 개발에 투자하며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애초부터 장난감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13살 때부터 금형, 주조 기술을 배워 각종 공업 부품을 만들었다. 그러다 동전을 넣어 돌리면 장난감이 나오는 판매기를 만들어달란 의뢰를 받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국 87년 장난감 회사를 차린 그의 첫 성공작은 독성 없는 끈끈이였다. 최 회장은 “배운 게 없어서 화학물질 관련 서적을 쌓아놓고 공부했고 재료 찾으러 남대문시장 일대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며 “온갖 재료를 혼합하다 보니 이상한 냄새가 진동해 집주인한테 쫓겨날 뻔도 했고, 겨울 잠바를 여름까지 입고 다닐 정도로 개발에 골몰했다”고 말했다.
그를 보고 자란 아들 최씨가 장난감에 꽂힌 건 당연했다. 최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버지가 장난감을 주면 갖고 놀다가 불편한 점을 말했고 아버지는 그걸 장난감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2014년 개발한 세계 최초 순간 변신 로봇 ‘터닝메카드’도 사실 아들 최씨의 공이 컸다. 최씨는 “어릴 때 내가 좋아했던 장난감은 주로 변신 로봇이었기 때문에 변신 로봇을 기본으로 함께 놀 수 있는 게임을 접목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당시 최씨는 시중의 모든 보드게임을 구해 방바닥에 깔아놓고 밤새 연구해 변신 로봇과 카드를 접목한 게임을 개발했다.
이들은 조만간 새로운 공룡 변신 장난감인 ‘공룡 메카드’를 내놓는다. 최 회장은 “여전히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높지만, 여기에 머무르면 결국 도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블의 흥행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마블 만화책을 봐온 아빠가 커서 아들에게도 권하고 공유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 된 것”이라며 “단순히 장난감을 만드는 게 아니라, 20ㆍ30년 뒤에도 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