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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마음의 병 고치려면 몸부터 기쁘게 해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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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우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우리는 매일 기분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즐거움과 유쾌함, 우울과 슬픔, 짜증과 불쾌함이 하루 안에 모두 찾아올 수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인생은 너나없이 희비 쌍곡선을 그리며 지나간다. 기쁜 마음에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슬픈 감정에 심하게 바닥을 파는 행위는 감정을 크게 소모한다. 때문에 희비 쌍곡선의 아래, 위 극점에 자주 도달하거나 머물러 있는 사람은 대개 평안한 일상을 보내기 어렵다. 스스로 감정 곡선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노영범의 소울루션(10) #고대 중국에선 술로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 치료 #우울증 환자, '영계출감탕' 처방으로 상태 호전

그러나 우울증 환자는 이러한 감정 곡선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그들은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만사를 귀찮게 여긴다. 점점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고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며 마침내 고립되기 쉽다. 이러한 고립감은 ‘나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인식을 강화해 자살까지 이르게 한다.

우울증은 본인 의지만으로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신경전달물질, 혹은 수용체의 이상에 따른 유전적 소인이나 스트레스에 따른 심리·사회학적 요인으로 나누어진다. 호르몬 분비 이상, 배우자의 죽음이나 실직과 같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 또는 저강도이지만 긴 시간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냈다면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굳어지기 쉽다.

오늘날 경쟁 위주의 사회 분위기와 부실한 사회 안전망은 우울증을 더욱 만연하게 한다. 사람들은 낮은 연대감과 불안 속에서 쉽게 우울증에 노출되고 그로 인한 자살은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셀리 케이건 지음. [중앙포토]

죽음이란 무엇인가, 셀리 케이건 지음. [중앙포토]

셜리 케이건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인간을 ‘특정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육체’로 정의 내렸다. 마음과 육체는 특정한 방식으로 기능하며 합치된다. 달리 말하면 몸이 기쁘면 마음도 기쁘다. 우울한 사람도 몸을 즐겁게 해주면 마음도 따라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우리는 몸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방법부터 탐구해야 할 것이다.

자연치유의학서인 상한론에서는 우울증을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우선 맥침긴(脈沈緊)과 울(鬱)이라는 글자로 압축했다. 맥침긴을 한번 풀어보자. 맥(脈)이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간의 행위를 지칭한다. 침(沈)자는 어원을 살펴보면 고대에 제물로 사용하는 소를 물에 빠뜨린 모습으로 몸과 마음이 축 처진 형상을 묘사하고 있다. 긴(緊)이란 실을 손으로 바짝 동여매는 모습을 나타내고 이는 긴장된 상태를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맥침긴(脈沈緊)이란 우울증 환자의 무기력한 상태를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가라앉은 모습을 질병 발생의 원인으로 보았다. 답답할 울(鬱)자는 숲에 있는 약초로 술을 담가 강력한 환각효과를 이용했던 울족이라는 종족에게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술의 효능을 통해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호전되는 경험을 근거로 울(鬱)이라는 글자가 우울증을 대체하는 문자로 전환된 것이다. 하나의 글꼴이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통용되는 것을 살펴보면 실로 흥미롭다.

그녀는 늘 자살할 궁리만 하는 주부였다. 실제로 자살을 몇 차례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서 약물과 상담치료를 병행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늘 무기력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었다. 집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고 대인관계도 전혀 없었다.

고부갈등. [중앙포토]

고부갈등. [중앙포토]

병력을 들어봤다. 결혼 초부터 시어머니와 갈등이 심했다. 시어머니가 출생 전력을 언급하며 그녀를 무시해 우울한 나날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게 된 시점은 2011년 남편의 사업이 부도 난 해였다. 갑자기 집이 없어지고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그녀는 모든 의욕을 잃었다. 시댁 식구들이 전부 자기를 조롱하는 것 같았고, 세상에 외따로이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로 들어가 봤다. 그녀는 재혼한 부부의 유일한 딸이었다. 말하자면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과 함께 지냈다. 위로 오빠가 둘, 언니가 셋이지만 동질감보다 이질감 속에서 성장한 그녀는 늙은 아버지를 유일하게 의지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중학교 때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늙은 친어머니는 위 형제들에게까지 외면을 당했다. 위기감을 느끼게 된 그녀에게 외로움이 몰려왔다. 가족모임을 하여도 늘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결혼을 했지만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음을 둘 데가 없었다. 결국에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진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녀는 살아온 시간 내내 우울한 울(鬱) 상태였고, 매사에 가라앉고 긴장돼 있었다. 이런 심리상태가 되면 명치부위가 차오르듯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숨을 몰아쉬게 된다. ‘영계출감탕’이란 처방을 내렸다.한약 투여 후 그녀의 몸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한약성분이 인체 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 기분조절물질의 이상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자연스레 내면에도 조금씩 변화가 왔다.

그녀는 늘 피해의식에 젖어있었고 세상에 태어난 것을 원망했다. 늙은 부모를 가진 것도, 배다른 형제들과 지내는 것도, 그리고 아버지마저 자기 곁을 떠나버린 상황 모두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결혼 후의 삶도 그녀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 남들은 모두 행복한데 자신만 불행하다고 여겼다.

우울. [중앙포토]

우울. [중앙포토]

어린 시절부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그녀에게 사고의 변화가 절실했다. 달리 보면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존한 상태에서 사랑받는 유년기를 보냈고, 언니와 오빠도 여럿이며, 건실한 남편을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아들·딸이 있다. 물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우울증의 치료에는 스트레스 사건이나 상황의 적극적인 해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만 몰두하는 습성이 있으면 환경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피해의식에 젖어 결핍감에 시달리는 패턴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지나간 시절의 결핍은 현재 오롯이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내가 그러한 결핍이 있었다는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으로 부정적인 강화만 계속하다 보면 현재를 새롭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녀는 상한론과의 만남을 통해 몸과 마음에 좋은 변화가 일어나 편안해졌다.

현재의 삶이 그녀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기를 바란다.

노영범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neoherb@hanmail.net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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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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