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했던 비트코인 다시 날개

중앙선데이

입력 2017.11.19 00:02

업데이트 2017.11.1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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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호 01면

암호화폐 ETF 거래 기대에 한때 8000달러 돌파

암호화폐의 태풍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 폭락 후 반등, 7600달러 선
암호화폐 시총 250조원 수준
한국 시장이 거래량 세계 최대지만
상품인지 증권인지 개념도 불명확

암호화폐 대표인 비트코인 가격이 17일 오전 한때 대만거래소인 비트피넥스에서 개당 8040달러(약 880만원)에 거래됐다. 주요 거래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다만 6700여 곳 거래소의 평균치를 기준으론 그 순간 가격은 7998달러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조금 내려 18일엔 7600달러를 두고 오르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해 개당 6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며 “그 순간 비트코인 마니아(Mania·열풍) 에너지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그 진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올 들어 비트코인 값이 20% 정도 추락한 적은 모두 네 차례였다. 그때마다 가격이 버블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제기됐지만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골드만삭스 가격’에 이르렀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를 넘어서면 조정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시장 참여자는 조만간 1만 달러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비트코인 강세는 약 1300종으로 이뤄진 암호화폐 전체의 시가총액도 끌어올렸다. 17일 현재 전체 시가총액은 2270억 달러(약 249조원)에 이른다. 지난주 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00조원 정도였다.

지난주 말 비트코인 강세는 미국 월가가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소식에서 비롯됐다. 블룸버그 등은 “최근 한 회사가 암호화폐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호예탁 서비스가 도입되면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도 본격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ETF는 금이나 원유 등 매입 대상 자산을 소량 보유한 것을 바탕으로 펀드 가격이 금 값 등과 거의 같도록 한 투자장치다. 월가 뮤추얼펀드는 금 등을 직접 매입하는 대신 금 ETF를 사고판다. 이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올해 말 암호화폐 선물거래를 시작하겠다”고 10월 말에 발표했다. 암호화폐 현물과 선물을 조합해 위험회피(헤징)가 가능해진다. 여태껏 젊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암호화폐 매매에 월가 주류가 뛰어들 수 있는 인프라가 하나씩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암호화폐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트코인 등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실물 수익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다. 런던정경대(LSE) 찰스 굿하트 교수(통화정책) 등은 “암호화폐가 언젠가 보편적인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expectation)가 최근 가격 급등의 바탕”이라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무정부) 상태’다. 하루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인 한국의 암호화폐는 상품인지 아니면 주식 등 증권인지도 정의되지 않았다. 코인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그 바람에 정부 내에서도 누가 어떻게 감시감독해야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 브뤼셀(EU 본부) 어느 쪽도 비트코인을 자기 권한 안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며 “모니터링 자체가 자칫 정체불명의 암호화폐를 인증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이 아직도 어정쩡한 태도란 얘기다. 앨리스테어 밀네 영국 러프버러대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은 근대 초기 뉴욕의 성벽거리(월가)나 런던의 주식거래 골목(Exchange Alley)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시절 그곳엔 상설 거래소가 없었다. 그저 찻집 수십 곳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이 사고팔렸다. 합리적인 가치 계산보다 루머가 시장을 주도했다. 대신 “모든 책임이 시장 참여자 몫이어서 시장은 극단적으로 위태로우면서도 효율적이었다”고 밀네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주요국 가운데 중국만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인민은행(PBOC)은 올 9월 신규코인공개(ICO)를 불법화했다. 또 같은 달 훠비(火幣)닷컴 등 비트코인 주요 거래소가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비트코인 등이 뇌물 등 각종 불법적인 거래에 이용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반부패투쟁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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