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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송도캠퍼스에 "연세대생 음주고성방가 좀 그만"현수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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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에 설치된 현수막. [사진 임명수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에 설치된 현수막. [사진 임명수 기자]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에서 술을 마신 학생들의 고성방가 등이 뚜렷한 대책없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캐슬앤해모로아파트 단지 내 상가서 주로 마셔 #가까운 번화가 걸어서15분...기숙사 통금에 꺼려 #일부 학생들이 술 마신 뒤 고성방가, 쓰레기 버려 #주민들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 민원 제기 #구청·학교·입주민 머리 맞댔지만 뾰족한 대책 없어 #학교측 "교내에 테라스 설치했지만 학생 이용 안해" #현수막 내걸며 학생들에게 자제 요청 하는 수준

17일 오전 인천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제 2기숙사 앞. 푸른색 현수막이 10여m 간격으로 7개가 부착돼 있다. 현수막에는 ‘고성방가 안녕~ 고성잘가 환영, 연세인의 배려심을 보여주세요’‘세상을 이끄는 자랑스러운 연세인 여러분, 이웃주민께 소음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발 쉿! 조용히 합시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부착된 현수막. 학생들의 고성방가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사진 임명수 기자]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부착된 현수막. 학생들의 고성방가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사진 임명수 기자]

현수막은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학교 측에서 대신 내걸었다. 학교 맞은편 송도 캐슬앤해모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내 상가에서 술을 마신 학생들이 고성방가를 해 밤잠을 설친다는 민원이 강하게 제기돼서다.
상가들이 야외 테이블 영업을 하면서 일부 학생들이 이곳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술을 마신 뒤 아파트 단지로 나와 소리를 지르기 일쑤라고 한다. 또 학생들이 먹다 버린 소주병과 맥주 캔, 담배꽁초 등이 여기저거 마구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연세대 학생들이 인근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자주 찾는 이유는 기숙사 주변에 이렇다할 상가나 술 마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번화가가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 주변이지만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오후 10시쯤 나와서 기숙사 통금시간인 오전 2시까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먼 거리를 기피한다.
통금시간 이후에 기숙사에 들어가면 벌점이 부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오전 5시30분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학생들이 음주로 인한 소음으로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이 항의하자 학교측에서 부착한 현수막. [연합뉴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학생들이 음주로 인한 소음으로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이 항의하자 학교측에서 부착한 현수막. [연합뉴스]

현재 연세대 국제캠퍼스에는 1학년 전체(4000여명) 뿐 아니라 약학대, 언더우드국제학부, 글로벌 융합공학부 재학생(2~4학년) 등 모두 4500여 명이 재학중이다. 이들 중 아파트와 인접한 제2기숙사에 25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1기숙사는 반대편에 있어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다.

캐슬앤해모로 아파트의 한 주민은 “밤이면 학생들의 고성방가와 애정행각, 각종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학교에는 통금시간 조정, 구청에는 편의점 테라스 철거 및 야외 영업근절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올 여름부터 야외 테이블 등은 철거된 상태다.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학생들의 늦은 시간 술을 먹고 고성방가를 해 학교에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왼쪽)와 기숙사가 마주보고 있다. [사진 임명수 기자]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학생들의 늦은 시간 술을 먹고 고성방가를 해 학교에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왼쪽)와 기숙사가 마주보고 있다. [사진 임명수 기자]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민원에 학교와 주민들, 관할 연수구청 등이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구청과 학교, 아파트 경비실, 경찰이 순찰을 돌면서 자제를 요청하는 정도다.

연수구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식품위생법이 아닌 도·소매업으로 분류되는데다 테라스는 기둥이나 지붕이 없어 건축물로 분류되지 않아 행정지도 및 처분 대상도 안된다”며 “점포 측이 자체적으로 치우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기숙사 앞쪽에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상인들이 반대했다. 주민들도 미관상 좋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나마도 교내 곳곳에 테라스와 벤치 등을 설치했지만 학생들이 이용을 하지 않고 있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전경. [연합뉴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전경. [연합뉴스]

연세대 관계자는 “교내가 아닌 교외에서 조차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임시방편이지만 학생들의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2기숙사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수업과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시간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나와 먹는데 이마저도 안된다고 하면 우리보고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부착된 현수막. [사진 임명수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부착된 현수막. [사진 임명수 기자]

반면 제1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다른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제2기숙사 학생들이 너무 유난을 떤다’는 소문이 돌아 자중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 좀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생들의 술 문화는 지난해에도 논란(중앙일보 2016년 3월 9일)이 됐었다.
서울 신촌과 인천 송도를 왕복하는 광역버스(M6724번)는 버스 입구와 뒷자리 천장에 검정봉지를 걸어 놓고 운행해왔다. 창문에는 ‘학생 여러분, 민원 전화가 많습니다. 지성인답게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버스 안에서 구토하는 대학생들이 너무 많아 버스 업체에서 달아 놓은 것이다. 신촌 본교에서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마친 1학년 학생들이 주로 신학기에 술에 취해 송도 기숙사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빚어진 '음주 논란'이라고 한다.이 때문에 적잖은 네티즌들이 음주 문화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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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임명수 기자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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