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가겠다."
지도자에서 이젠 행정가로 첫 발을 내딛는 홍명보(48)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밝힌 첫 포부다. 지난 16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2017년도 제2차 임시 대의원 총회를 통해 통과한 임원 인사를 통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첫 발을 내디딘 홍 전무는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행정가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20세 이하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A대표팀 감독을 두루 경험했던 홍 전무는 지난 9일 축구협회 행정을 총괄하는 전무이사로 선임됐다. 최근 고위 관계자 법인카드 유용 및 횡령,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 선임 논란 등 부정적인 이슈에 휘말릴 때마다 합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축구협회는 홍명보 전무 선임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홍 전무가 축구협회 실무 행정 업무를 맡은 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축구협회는 박지성이 본부장을 맡은 유스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등 기존 2기획단 1본부 6실 19팀에서 2기획단 2본부 5실 15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홍 전무는 "부담이 크지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단 다짐도 크다. 감독과 행정가는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선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면서 "전무이사로 취임했지만 축구협회 조직원,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나가겠다. 부족한 게 많다. 전문가 집단들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길이 새로운 길이고 도전"이라던 그는 "지금 당장 나한테 어느 팀에서 제의가 온다더라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지금은 지도자의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축구팬들의 신뢰 상실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하루 아침에 모든 상황이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임원과 직원 사이에서 난 기본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잘 형성되면 협회 직원들도 프로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장도, 행정도 함께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축구협회가 레전드를 방패삼아 비판을 피하려 한다'는 시선이 있는 것에 대해 홍 전무는 "한국 축구가 많은 팬들에 질타를 받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을 하면서 이 자리(전무이사)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난 레전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한국 축구에 문제됐던 행정이 어떻게 벌어졌고,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고, 잘못된 걸 고치고 싶어 이 역할을 선택했다. 방패막이로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자리를 용기내서 선택한 것뿐"이라던 홍 전무는 "우려하시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우려가 실망으로 가지 않도록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학원스포츠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 분들이 편안하게,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또 축구협회 직원들이 정말 신나게 일할 수 있고, 아직 나오지 않은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열정이 나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축구협회가 바깥에 비춰지는 모습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도로고 내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