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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15명 자녀 둔 조선 영조대왕의 스태미너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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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져 쌀쌀함이 제법 매섭게 느껴지니 곧 겨울이 올 듯하다. 이즈음이면 배추와 무 걷이가 시작된다. 막 수확해서 맛있을 때 담고 싶은 마음일까? 주부들은 동시에 김장준비를 한다. 요즘은 김치를 주문해 먹는다지만 아직도 김장을 손수 담그는 주부가 많다. 아들네와 딸네가 먹을 것까지 준비하면서 조그만 통에 넣어 한의원에도 선물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0) #무와 생강을 볶아 먹으면 정력 좋아진다는 설 #스트레스 많았던 영조, 무로 소화불량 이겨내 #암 환우들이 먹는 스프의 재료는 무와 시래기

깍두기. [중앙포토]

깍두기. [중앙포토]

김치 중 무로 만든 깍두기는 그 아삭한 느낌과 무가 주는 시원한 맛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랄 수 있다. 또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는 해독 작용을 하면서 영양도 보충해주는 1석2조의 효능을 가진 식재료다. 이번 동의보감 건강스쿨에서는 음식 중에서 무와 시래기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무는 해독 능력이 탁월하고 소화를 잘 시켜준다. 몸 속 노폐물을 빼주면서 속도 편안하게 해 주니 현대인의 고민인 독소배출에 좋은 식재료다. 소화효소 중에서 디아스타제는 탄수화물을,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각각 분해한다. 소화분해 효소가 발달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깎두기가 웬만한 음식과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 아버님 세대에는 연탄보일러가 많았다. 어릴 때 연탄구멍을 맞추기 위해 숨을 참아가며 집게로 이리저리 돌리던 기억이 난다. 처음 연탄을 때면 한동안은 가스 냄새가 집안에 퍼지곤 했는데, 이게 잘 못 되면 밤중에 계속 들이키기도 한다. 그러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응급실로 실려 가는 분도 많았는데, 집에서 비상조치로 무로 만든 동치미를 먹이곤 했다.

연탄보일러. [중앙포토]

연탄보일러. [중앙포토]

무의 해독능력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요즘 영화 남한산성의 배경이 된 병자호란 시절 청나라가 조선사람들의 건강을 헤치려는 목적으로 메밀을 일부러 많이 심게 했다. 메밀껍질 안에는 살리실아민과 벤젠아민이라는 물질이 독소로 작용한다. 메밀을 그냥 먹으면 위장기능도 안 좋아지면서 자꾸만 허약해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메밀국수를 그렇게 많이 먹어도 조선인들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다.이상하게 여겨서 조사를 해보니 조선에는 깍두기를 꼭 곁들여 먹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 메밀은 생산공정이 좋아서 그런 독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조 딸 깍두기 원조설  

이렇듯 무는 독소도 빼 주고 속을 편하게 하는 재료로 계속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면 깍두기는 어떻게 유래된 것일까?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정조의 딸이 만들어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궁중 종친 회식 때 호평을 받았는데,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고 물으니 “평소 남는 무를 깍뚝깍뚝 썰어 버무렸더니 맛있어서 이번에 정성들여 만들어 보았사옵니다”라고 해 깍두기로 불렸다고 한다. 한자로 음차하면 ‘각독기(刻毒氣)’라 한다. 음차할 때도 의미를 담아서 하므로 이 이름에도 독을 없앤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영화 <사도> 중 영조 역을 맡은 송강호. [중앙포토]

영화 <사도> 중 영조 역을 맡은 송강호. [중앙포토]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도 무를 정말 좋아했던 왕이다.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40대였지만 영조는 82세까지 살았다 하니 어마어마하게 장수한 왕이다. 조선의 많은 왕이 스트레스가 많았던 탓인지 소화불량에 시달렸다는 기록이 참 많다. 특히나 영조는 성격이 깐깐해 없는 스트레스도 만들었을 것 같다.

어쨌든 영조는 무를 먹으면서 소화불량을 이겨냈다. 거기다 무의 찬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성질을 생강으로 보완해 볶아 먹는 것을 즐겼다. 무생강볶음은 정력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조의 슬하에 15명의 자식이 있었으니 혹자는 무생강볶음 덕이라고 한다.

무를 보면 아래 하얀 부분이 있고 위 무청 아래는 파랗다 . 하얀 부분은 맛이 매콤하고 기를 내려주는 성분이 많아, 이 부분이 소화를 촉진해준다. 무청 쪽으로 갈수록 단맛이 돌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성질에 영양이 좋아진다.

그래서 파란 부분은 날 것으로 먹는 생채나 무즙을 내어 먹으면 더 맛있고, 하얀 부분은 국을 끓이거나 볶아 먹거나 한다. 무는 열을 가하면 매운맛에서 단맛이 배어 나오니 이렇게 부위별 특성을 잘 활용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농민들이 무청 자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농민들이 무청 자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에서 가장 영양소가 많은 부분이 무청이다. 무청에는 보통 채소에 많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보통 채소나 과일은 말리면 그 안의 성분들이 훨씬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무청을 말린 것이 바로 시래기다. 시래기로 만들어 놓으면 겨우내 먹을 수 있고, 영양도 훨씬 좋아진다.

항산화 효능이 탁월한 무청

무청에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그리고 비타민E가 조화롭게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로 바뀌게 되는데, 이 세가지 비타민은 상호 보완하면서 항산화에 정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학에서 영양학을 공부할 때 일부러 ‘ACE’라고익히기도 한다. 피부 주름이 고민이거나 노화를 막고 싶을 때 무청을 떠올려보자.

시래기. [중앙포토]

시래기. [중앙포토]

시래기는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에 참 좋다. 면역을 좋게 하려면 장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모 방송에서 대장암이었던 분이 시래기를 많이 먹고 나았다고 해 필자가 자문해 주고 인터뷰도 했다.

몸이 약한 분들, 특히 암 환우분들이 영양소를 보충할 때 먹는 채소 수프라는 것이 있다. 채소의 기운을 담아 자연치유능력을 높여주려고 만든 게 수프인데, 재료의 핵심이 무와 무청(시래기)이다. 해독 능력이 좋아지면서 동시에 영양소를 채워주니 속이 편해지고 기운이 맑아지게  된다. 꼭 암 같은 위중한 병이 아니더라도 상체나 얼굴로 열이 올라오는 증상에도 좋다.

보통 시래기로는 국을 끓여 먹는데, 된장을 풀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생선조림의 곁가지 음식으로도 곧잘 나오고, 비빔밥 재료로도 쓴다. 잘 안 해 먹지만 샐러드에도 넣거나 피자 토핑으로 하면 색다른 맛이 난다.

이번 겨울에는 무나 시래기로 음식을 만들어 속을 해독하면서 영양도 보충해보면 어떨까 한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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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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